반전이라면 반전이겠지만 원래 기획에서 늘어난 나머지 4회 분량은 반전보다는 옴니버스 드라마 속 다른 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질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악이었던 17회 시청률은 SBS 새 드라마 나쁜남자의 강력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중 최고를 기록했다.
18회 역시도 불문곡직 도로상 포옹신만 놓고 보자면 가슴 설레게 하는 장면이 분명하지만 정작 신데렐라 언니를 눈이 아니라 가슴으로 지켜보던 입장이라면 한숨짓게 된다. 지금까지 보통은 남녀 주인공 특히나 젊고 가련한 여주인공이라면 해피엔딩의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사랑이지만 신데렐라 언니는 예외였다.
은조 문근영은 드라마 여주인공이 뿌리치기 힘든 캔디 케릭터는 상상할 수도 없는 강한 이미지로 외면을 포장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그 누구도 따라 하기 힘든 슬픈 운명의 내면을 지탱해왔다. 문근영의 타고난 연기력도 있겠지만 제작진이 적어도 등장인물들의 태생적 캐릭터의 훼손 없이 끌고 온 기질의 효과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신데렐라 언니의 문학성을 인정하고 또한 기대한다는 의사표현이었고 그것은 시청자의 요구가 아니라 제작진 특히 작가에 대한 동의였다. 그러나 연애장면은 그것이 비록 난데없는 갑톡튀라도 조건반사적으로 설레게 한다. 그것은 순전히 영상과 배우의 힘이다. 개인적으로 아니 제멋대로 말하자면 은조와 기훈의 연애는 불륜보다 실망스러웠다. 은조, 기훈의 연애에 일부 시청자가 설렌다 하더라도 그것이 변신에 대한 동의라고 보고 싶지 않다.
은조의 행복(과연 이 드라마에서 행복을 논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은 20여 년간의 인생역정을 모두 무시한 로또 같은 것이 아니라 그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인간의 깊은 향기를 간직하는 것이었다. 사내 품을 단호하게 외면하면서 속으로 추워하는 그런 존재였다. 그런 은조가 그래도 삶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버지 구대성이 가슴을 데워주기 때문이다.
디시인사이드에 올렸다가 삭제된 글이 피디 본인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은조에게 대성참도가 그리고 구대성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생각은 대단히 옳은 지적이었다. 그런 갈등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신데렐라 언니는 전혀 다른 드라마인 것 같다. 16회에서 20회로 늘어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드라마를 신데렐라 언니에게 항체반응 검사도 없이 이식한 것만 같다.
칸이 인정한 이창동, 윤정희의 영화 대본을 한국 영진위 한 심사위원은 0점을 주었다고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시청자가 100점을 주었던 원래의 신데렐라 언니에게 누군가는 0점을 주고 있고, 그 결과 전혀 엉뚱한 드라마가 돼버렸다. 명작은 정녕 쉬운 일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 누가 신데렐라 언니를 망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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