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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배우의 대상 시상, 그 의미심장한 순간[이주의 BEST&WORST] <2017 MBC 연기대상>, MBC <라디오스타>
이가온 / TV평론가 | 승인 2018.01.06 11:21
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무명 배우의 대상 시상이 의미하는 것 <2017 MBC 연기대상> (12월 30일 방송)

2017 MBC 연기대상 시상식(방송 화면 갈무리)

방송3사 통틀어 연말 시상식에서 가장 어색한 순간은 바로 방송사 사장이 등장하는 순간이 아닐까. ‘사장님’들은 대개 대상 시상자로 등장한다. 그와 함께 나오는 시상자는 보통 전년도 수상자이거나 여배우다. 전자는 그나마 납득이 가는 시상자인데, 왜 ‘남자’ 사장님과 ‘여자’ 배우가 함께 대상을 시상해야 하는지는 아직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장은 상대방에게 “팬이다, 작품을 잘 보고 있다”고 말하면 상대 연예인은 “영광이다”라고 대답하는 등, 의미도 영혼도 없는 대화를 몇 마디 나누고 대상 수상자를 호명한다. 어쨌든 ‘사장님의 대상 시상’은 방송사를 불문하고 어떤 전통에 가까웠다. 

이번 <MBC 연기대상> 대상 시상자는 해직 PD에서 사장으로 돌아온 최승호 MBC 사장의 그것만큼이나 파격적인 행보였다. 지난해 30일 방송된 <MBC 연기대상>은 연기대상 시상자로 전년도 대상 수상자인 배우 이종석과 함께 무명배우 최교식을 선정했다. 최교식은 MBC <역적>에서 이름 없는 백성 역으로 뜨거운 엔딩을 장식한 배우이자 올해 MBC 드라마 10여 편에 출연한 배우다. 그를 시상자로 선정한 건, 단순히 한 명의 무명배우를 알리고자 하는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름 없는 백성, 이름 없는 배우 그리고 이름 없는 국민. 이름 없는 백성이 드라마의 엔딩을 장식하면서 그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이 되었듯, 바닥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고꾸라지던 MBC를 부활시킨 진짜 주인공도 이름 없는 국민들이었다. 이름 없는 백성이 올해 최고의 배우에게 상을 주는 순간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지켜봐야 한다. 마치 이름 없는 국민들이 지금의 최승호 사장 체제를 만든 현실과 묘하게 겹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시상자 최교식은 “이제 고작, 단지, 겨우 사람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공기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라며 최승호 사장 체제가 가져온 변화를 언급했고, 대상 수상자 김상중은 “다시 만나면 좋은 친구 MBC가 2018년에도 많은 분들의 기대 속에서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되살아나길 기원하고 응원하겠다. 그 중심에 최 사장님이 계실 거라 믿는다”고 희망했다. 

2017 MBC 연기대상 시상식(방송 화면 갈무리)

무대가 아닌 객석에서 시상식을 지켜보는 사장은 방송3사 통틀어 최승호 사장이 최초였다. 그는 앞에서 드러나길 원하는 주인공이 아닌,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모습으로 2017년을 마무리했다. 어쩌면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와의 만남은 우리의 예상보다 더 일찍 이뤄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주의 Worst: <라스>가 언제부터 <아침마당>이었나? (1월 3일 방송)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 연예인 4인방이 출연한다고 했을 때, 익히 예상은 했었다. 출산과 육아 토크의 비중이 높겠구나 라고.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높은’ 정도가 아니라 온통 출산과 육아 토크뿐이었다. “<라디오스타> 최초로 편성을 아침에 해보면 어떨까?”라는 윤종신의 농담이 절대 농담이 아니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자연주의 출산법, 워킹맘의 하루 스케줄, 남편과의 러브스토리, 모유수유, 멀리 여행 갔을 때 집에 계신 시아버지 점심 챙기는 법 등 KBS <아침마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제들이었다. 딱 하나 다른 게 있다면, ‘시월드 욕’과 ‘남편 욕’이 그리 많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 정도.

이윤지, 정시아, 정주리, 김지우 등 4명의 출연자들은 중간 중간 방송임을 망각한 채 자기들끼리 수다를 떠느라 MC들의 중재 따위 아랑곳하지 않았다. 제작진은 ‘토크 경로를 완전히 벗어났습니다’라는 자막으로 웃음을 유발하고자 했으나, 횟수가 거듭될수록 재미보다는 ‘또?’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김구라는 “대본이 거의 무용지물”이라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출연자들의 토크를 지적하기까지 했다.

물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토크’는 <라디오스타>에서만 볼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토크’가 MC와 출연자와의 호흡, 출연자와 시청자 간의 교감 사이에서 나와야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이지, 무작정 방향성 없이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 모양새는 토크가 아니라 사담에 가까운 것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4명의 육아 토크는 초반에는 공감을 얻는 듯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동어반복의 느낌이 강했고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이것이 토크쇼 녹화장인지 “동사무소 대기실”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특정 시청자 층에게는 이보다 더한 공감대가 없었을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시청자 층을 고려한다면 다소 아쉬운 편집이었다. 

게다가 ‘엄마’가 아닌 다른 모습을 전혀 담아내지 않은 건, 결국 그들을 한 사람이 아닌 엄마로서만 바라봤다는 뜻이다. “앞으로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네 사람의 앞날을 40년 동안 응원하겠다”는 김국진의 클로징 멘트가 진정성 있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다. 

이가온 / TV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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