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김연아편이 2부로 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분량을 보장받지 못한 비는 아마도 월드스타라는 닉네임이 붙은 이후 겪은 최초이자 최대의 굴욕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이런 굴욕 운운은 호사가들이 괜히 먼지를 일으키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보이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고 안타까운 일이다. 격세지감이라고 한다 해도 한참 후에나 겪어어야 할 아직 젊디 젊은 비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그런데 오프닝과 편집된 내용을 보면 제작진과 비가 이런 상황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아 실상 비도 그 상황을 순순히 인정한 것으로 여겨진다. 공교롭게도 2008년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비 때문에 라디오스타가 김건모, 옥주현이 출연했던 라디오스타의 분량을 5분으로 줄였었다. 라디오스타 제작진이 제목을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라고 붙인 재치로 피해가기는 했지만 그나마 짧은 분량도 오프닝의 신정환 근황과 김구라 근황을 뺀다면 비가 출연한 시간은 그 5분도 채우지 못했다.
그렇지만 비가 출연한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던 팬이라면 많이 섭섭했을 것이다. 이미 승승장구, 강심장을 돌고 마지막에 찾아와서 별로 할 말도 없을 거라는 짐작도 하게 되지만 라디오스타만의 물고 뜯는 독특한 토크재미는 항상 시간이 아쉬울 뿐 기다리게 된다. 무릎팍도사 기생 코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라디오스타의 꿈은 아직 묘연하지만 은근히 마니아 코너의 매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험난한 토크 격투장에서 비의 생존을 구경하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비록 비 역시도 수용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 상황에 놓인 비의 심정이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방송에 출연했으니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더라도 스타는 웃을 수밖에 없다. 그때 비는 속으로도 웃었을까? 아마도 그렇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름 최고로 대우받고 사는 비가 받은 5분 굴욕은 두고두고 잊혀 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비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2008년의 김건모이다.
지금이야 한물간 취급도 받지만 김건모는 어쩌면 비가 감히 비교하지 못할 업적을 쌓은 가수이며 누구와도 닮지 않은 자기만의 아우라를 지켜온 스타였지만 그도 역시 비에게 밀려 5분 출연을 감수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당시 비가 그러자고 한 것 아니고 이번 역시도 김연아가 그러자고 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방송사의 계산에 의한 배분이었지만 정작 방송사의 일방적인 편성에 울고 웃는 사람은 비가 아니라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그런 뜻을 담고 있다면 라디오스타 피디는 정말 개념 있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 뜻이 좋다고 하더라도 더는 이런 식의 토막방송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비가 아니라 누구라도 기껏 출연해서 5분 출연하면서 굴욕 운운의 표적이 되는 일이 즐거울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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