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 도사에서 드디어 기다리던 김연아편이 방영되었습니다. 방영 전부터 정말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정말 그 기대감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그 이상으로 보는 내내 김연아와 함께 웃고 김연아와 함께 울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는 결국 수박 겉 핥기 처럼 적당히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요. 완전 저의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정말 솔직하고 거침없는 모습에 깜짝 깜짝 놀랐는데요. 그런 솔직함과 함께 참 해맑은 모습으로 눈웃음과 함께 깔깔대며 박장대소를 하는 김연아의 모습이 참 매력적이더군요.

저는 앞서 무릎팍도사에 김연아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 김연아 무릎팍도사 출연, 관전 포인트는?

하지만 실제 무릎팍도사에 나온 김연아의 모습을 보고, "아... 내가 김연아라는 사람에 대해서 너무 몰랐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일단 고민에서부터가 완전 저의 예상을 빗나가 버렸습니다. 은퇴설에 관한 것은 다음 주에 언급이 되기 때문에 기다려봐야겠지만, 암튼 제 상상 이상으로 솔직하고 거침없는 모습이었죠.

그리고 제작진의 세심한 배려와 고민도 정말 돋보였는데요. 저는 관전 포인트와 함께 우려되는 점도 함께 짚어봤는데, 괜한 우려였던 것 같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시청자들이 아사다 마오와 비교하면서 김연아를 치켜세우고 아사다 마오를 깎아내리는 것을 걱정했는데, 무릎팍 도사 제작진은 그런 의견을 촬영 전 미리 수렴해서 조심스럽게 대처를 했더군요.

게다가 김연아가 괜찮다며 "자신과 꾸준히 경쟁하면서 지내온 아사다 마오 선수를 빼고 어떻게 이야기가 되겠냐? 내가 왜곡 당하지 않게 조심하겠다" 는 말에 걱정했던 제 자신이 오히려 오지랖이었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정말 화통하고 내숭 따윈 찾아볼 수 없는 멋진 모습이더라구요.

등장부터 해맑게 웃으며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지 않던 김연아의 출연에 강호동 역시 상당히 긴장한 모습이었는데요. 평소와는 달리 상당히 온순해진 모습으로 김연아 앞에서 굳어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김연아가 무릎팍 도사 출연한다는 말에 과연 강호동이 김연아도 들어 안아 게스트 자리에 내려놓을까 하는 것이 궁금했는데요. 김연아를 좋아하는 남자팬들의 질투어린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김연아를 들어 안지는 않더군요.

암튼 김연아는 그렇게 자신을 어려워하는 강호동을 보며 강호동의 긴장을 풀어주는 센스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강호동이 김연아가 넘어질까 조심해서 앉으라며 어색한 오버로 과도하게 호들갑을 떨자, 장난으로 조심하고 있다며 웃으며 버럭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죠. 또 강호동이 김연아를 소개할 때 얼굴이 벌겋게 변할 정도로 오버해서 소개하자, 상냥하게 괜찮냐고 걱정해주기도 합니다.

그러고는 평소 무릎팍 도사를 즐겨보고 배울 점이 많다는 말에 좋아하는 강호동에게 강호동이 아닌 출연한 게스트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하면서 강호동을 들었다 놨다 하며 긴장을 풀어주는데요. 그래도 계속 자신을 어려워하고 너무 조심스런 모습에, 결국 그냥 자신을 막대해 달라며 대놓고 얘기를 합니다.

김연아의 고민은 무릎팍 도사의 평생 고민인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어떻하죠?" 였는데요. 무릎팍도사가 원래 컨셉상 억지 고민을 만들어 가지고 스타들이 출연하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첨에는 뭐지? 이 생뚱맞은 고민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만든 거라기보다는 평소 정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실제 고민이더라구요. 운동선수로서 그것도 피겨를 하는 입장에서 점프를 위해 체중관리를 해야하고, 피겨복장 역시 몸매가 드러나고 어느 정도 노출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식사조절은 필수였던 것이죠.

중간에 피자 얘기가 나오자 바로 피자 먹고 싶다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그녀의 먹고 싶다는 말이 진심으로 느껴졌는데요. 워낙 어릴 때부터 피겨 선수 활동을 하다 보니, 어려서부터 정말로 먹고 싶은 것을 맘대로 먹어보지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야식을 먹어본 적도 없고 얘기는 들어봤다는 말에 정말 당황스럽기도 했는데요. 야식에 대한 시간개념조차 없고, 밤이면 배고파 그것이 서럽게 느껴질 정도로 힘들어 인터넷으로 음식 사진을 보며 달랜다는 그녀의 말이 참 안쓰럽기도 하면서, 운동선수로서 그녀가 얼마나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건방진 도사 유세윤의 비굴한(?) 프로필을 거쳐, 김연아의 모든 것을 파헤쳐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강호동이 세바퀴 공중에서 돌 때 무슨 생각을 하냐고 질문을 합니다. 하지만 김연아의 대답은 정말 간단했는데요. 연기를 위해 아름다운 생각을 한다, 점프를 잘 해야지, 난 할 수 있다, 다음 동작 등의 대답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그 짧은 찰나에 무슨 생각을 하냐며 아무 생각 없이 한다며 쿨하게 대답을 하죠.

그리고 마지막 엔딩 전에 한쪽 다리를 들고 돌 때도 낑낑 대면서 오만상을 다하고 돌 정도로 정말 힘들다고 하는데요. 물론 그것이 절대 쉬운 동작은 아니지만 피겨여왕 김연아가 낑낑 대면서 돌리는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발레에서 다리를 쭉쭉 찢듯이 김연아에게도 그다지 어려운 동작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암튼 김연아는 그렇게 돌고나면 다 끝났구나 하는 생각에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기분은 상당히 좋다고 합니다.

또 김연아는 첫 점프에서 넘어지거나 실수를 하면 기권을 하고 싶을 정도로 하기 싫고, 연기를 하는 그 4분이 너무도 길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자신의 연기에 있어 첫 점프는 정말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점프하기 바로 전에 그 순간만큼은 모든 동작을 다 잊어버린 것 같다고 하는데요. 머 속이 텅 비어있고 몸 가는 데로 하지만, 끝나고 나면 그것이 연습의 결과인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공중에서 3바퀴를 도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하냐는 말에 김연아의 대답은 황당(?)하기도 했는데요. 자신도 그것이 신기하다며 몸이 되서 하긴 하는데 어떻게 되는 건지는 모르겠다고 합니다. 부단한 연습의 결과다 등으로 자신을 포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돌아지니까 돈다는 그녀의 말에서 정말 털털하고 솔직함이 막 느껴졌는데요. 모르겠다는 그 대답이 오히려 얼마나 연습을 했으면 자신도 그것이 어떻게 되는지 모를 만큼 몸이 저절로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김연아는 어릴 때 외국에 나가 국제대회에서 경기를 할 때면, 외국 나간다는 것이 설레였다고 하는데요. 비행기도 타고 어머니가 안 따라오니까 어머니로부터 해방이다 라며 참 좋아했다고 합니다. 김연아는 자신도 고집이 세고, 어머니도 고집이 세서 특히 중학교 때는 거의 매일 싸웠다고 하는데요. 어머니에게서 성의 없이 했다는 말을 듣는 것이 가장 싫었다고 합니다. 그럴 때면 "엄마가 하면 이거 잘 할 거 같애? 엄마가 한번 해봐" 라는 생각을 한다고 하는데 정말 솔직한 속마음이더라구요.

그리고 그렇게 어머니와 자주 싸울 당시 에피소드를 얘기하기도 했는데요. 어머니와 싸우고 어머니가 잘못했다고 빌 줄 알고 아이스링크 주변을 100바퀴 돌라고 했는데, 김연아는 아무 말없이 100바퀴를 돌았다고 합니다. 역시 그런 고집이 있었기에 그렇게 힘든 훈련을 이겨내면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에 대해서도 속에 담고 있던 말을 했는데요.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가 데뷔하기 전부터 국제무대에서 유망주로서 유명했기 때문에, 아사다 마오의 동영상을 많이 보기도 하면서 "이 선수가 앞으로 잘할 선수구나"하고 생각을 했지만 자신이 아사다 마오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왜 하필 아사다 마오가 자신과 같은 시대에 태어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정도로 부담스러웠다고 하는데요. 차라리 자기가 아사다 마오와 경쟁할 수준이 되지 않았다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텐데, 첫 시즌부터 나란히 1, 2위를 함께 하는 바람에 주위에서도 그 경쟁구도를 부추기도 해서 자신이 잘 할 수 있을까 많이 불안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연아가 05-06 시즌 1위 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대해서도 그 이유를 밝혔는데요. 그 이유는 스케이트가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스케이트가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지만, 이상하게도 자꾸만 빨리 헐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발만 닿아도 스케이트가 구겨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점프도 제대로 할 수도 없었고, 신발 때문에 고생을 하니까 연습도 잘 못할 뿐더러 발에도 계속 부상이 왔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당시에는 너무 지쳐버려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어느 순간 희한하게도 갑자기 스케이트가 잘 맞아서, 나는 평생 피겨만 할 팔자구나 싶어 그 이후로는 절대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김연아가 벤쿠버 올림픽에 출전할 때 국민들의 기대감이 워낙에 커서 그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요. 하지만 의외로 김연아는 전혀 그런 것들이 없었다고 합니다. 경기는 항상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고, 하늘이 내려준 선수가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이 그날의 주인공이 되지 않더라도 그 결과에 승복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하는데요. 또 올림픽 1달 전 부상으로 2주간을 훈련 못했지만, 항상 경기를 치를 때마다 그런 고비는 늘 있었고 괜찮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전혀 불안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히려 부상에서 회복이 빨라 이번에 잘 될 거 같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아사다 마오 후로 연기를 한 것도 너무 훈련이 잘 되어 있어서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연아는 쇼트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올림픽 별 거 아니네"라고 했다고 하는데요. 그 말만 보면 분명 건방져 보일 수도 있는 말이지만, 금메달을 딴 이후가 아닌 단지 쇼트를 하고 난 이후임을 생각하면, 자신이 긴장하지 않았음에 대한 대견함에 따른 자신감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자신감과 긴장하지 않는 정신력이 있었기에 올림픽에서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었고, 그것이 금메달로 이어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던 것이죠. 정말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김연아의 그릇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벤쿠버 올림픽 이후 자축하던 자리를 얘기하던 김연아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는데요. 국적도 다른 외국인이었던 브라이언 코치와 윌슨 안무가가 보여준 따뜻한 가르침과 자신을 위해 도와준 팀원과 가족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에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영광이 결코 자기 혼자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그 고마움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고 가슴이 훈훈해지더군요.

암튼 그렇게 이번 무릎팍 도사에서, 시종일관 박수를 치며 박장대소 하는 김연아의 밝은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는데요. 또 솔직하고 거침없이 내뱉는 그녀의 말들이 정말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는 이제 선수 김연아가 아닌 인간 김연아의 사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요. 김연아의 스캔들, 남자친구 이야기(?), 은퇴 여부까지... 정말 다음 주의 김연아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이야기가 상당히 기대됩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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