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빙상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세계 역사상 최고의 피겨선수로 우뚝 선, 은반위에 여제 김연아. 김연아 본인이 아니면 깰 수 없을 세계신기록 총점 228.56으로,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그녀가,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를 찾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이후, 좀처럼 브라운관에서 만날 수 없었던 김연아를 안방에서 다시금 만난다는 건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특히 토크쇼를 통해, 그녀의 진솔한 인생스토리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트리플 점프를 보기 보다 힘들다는 점에서, 팬서비스를 단단히 준비한 김연아가 고맙다. 그러나 피겨퀸 김연아를 만난 강호동은 아사다마오보다 긴장한 듯 했다.

국민여동생 김연아의 카리스마에 국민MC 강호동도 무릎 꿇다?

김연아가 등장하자, 무릎팍도사 강호동은 친절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에선 긴장감이 떠나질 않았다. 그동안 수많은 명사와 스타를 접했고, 그들을 수없이 들었다 놓았던 국민MC 강호동도 국민여동생 김연아 앞에서 순한 양이 되고 만다. 웃고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언행조차, 조심 또 조심한다. 무릎팍도사 답지 않았다.

이에 김연아는 막 대해도 괜찮다며, 오히려 강호동의 긴장감을 풀어 주려는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쉽게 떨치지 못하는 강호동. 그의 경직된 언행이, 오히려 김연아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백만? 천만 안티가 두렵다 해도, 무릎팍도사는 무릎팍도사다워야 한다. 김연아도 기존 무릎팍도사를 예상하고 나오지 않았겠나.

김연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많다. 건방진도사 유세윤의 말대로, 피겨여왕이란 타이틀 외에, 걸어 다니는 1인 기업이라 불릴 만큼, 동계올림픽 직후 그녀로 인해 발생한 경제적효과가 5조 2000억에 달할 뿐 아니라, 올림픽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그녀의 가치는 수직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빙판이 아닌 곳에 김연아는, 국민여동생이란 타이틀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한다. 왜 그녀가 국민여동생인가? 국민 모두가 사랑하고 아끼는 슈퍼스타이면서도, 그녀가 가진 친근한 매력 속에 편안한 동생으로 대하고 싶은 바람이 담겼기 때문 아니었나.

피겨경기가 아닌, <무릎팍도사>와 같은 예능에선 여왕대접이 아닌, 국민여동생으로 접근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국민남동생이자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이승훈을 대하듯이 말이다. 삼촌 같은 강호동이 여동생 김연아에게 쩔쩔 매는 모습은, 설정이라 할지라도 그다지 좋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무릎팍도사'의 컨셉과도 맞지 않으며, 지나친 격식을 차릴 때엔, 오히려 김연아가 더 불편하겠구나 싶었다.

강호동도 이 점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강호동은 김연아 앞에 주눅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심정을 이해하기 쉬운 예가 중간에 흘러 나왔다. 아사다마오는 언급하지 말아 달라는 네티즌의 게시글을 소개하는 모습에서, 일부 시청자가 강호동을 압박하고, 무릎팍도사의 컨셉마저 쥐고 흔들려고 드는 건 아닌가 우려스러웠다. 더군다나 '김연아의 인생스토리에서 아사다마오를 빼달라니?'

김연아가 무릎팍도사 강호동을 살렸다!

그동안 무릎팍도사에서 뿜어냈던 강호동의 에너지가 보기 힘들자, 오히려 김연아가 강호동을 리드해 나갔다. 자주 웃어 보였고, 더 당차게 대응했다. 그녀가 했던 재치 넘치고 솔직한 멘트는 오히려 긴장하던 강호동, 유세윤, 올라이즈밴드를 릴렉스시켜 주었다.

김연아의 흡입력 강한 스토리 안으로, 그들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전 세계의 수많은 언론인들을 상대로 했던 김연아의 내공이 느껴졌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김연아에게 이끌려 가던 강호동은, 어느 순간 본인의 역할을 찾기 시작했고, 무릎팍도사 특유의 날카로운 질문과 여유도 맞물리기 시작했다. 김연아가 강호동을 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녀가 풀어놓은 에피소드는 영양가 만점으로, 시청자에게 머릿속으로 때로는 가슴으로 생각해보게끔 만드는 계기를 선사해준다. 특히 온 국민이 바라던 김연아의 금메달은, 사실 그녀의 말처럼 '김연아'라는 한 사람의 꿈이라는 사실이란 점. 대한민국 국민 뿐 아닌 전 세계인들이 김연아의 꿈을 함께 지켜봤을 뿐이다. 당사자에겐 그 꿈을 키우고 완성해도 평생 잊혀지지 않겠지만, 실질적으로 함께 응원한 국민들은 꿀 수 없고, 언젠간 소모되는 기억이 될 거란 사실.

김연아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린 땀과 노력을 지켜봐 준 사람들은, 그래서 그녀에게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가까이서 희생을 감수했던 가족들과 피겨여왕의 성장을 도왔던 브라이언 오서코치,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 등의 스텦들. 그녀의 꿈을 위해, 함께 뛰어 준 사람들을 생각하며 흘린 김연아의 눈물은 감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차가운 빙판위에서 보여 줬던 환상적인 기술과 연기가 아닌, 따뜻한 사람 김연아를 꾸밈없이 표현한 시간은 시청자에게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기 충분했다. 은반이 아닌 예능마저 휘어잡은 당찬 국민여동생의 카리스마는 MC 강호동마저 압도할 정도였고, 그녀가 흘린 눈물은 밴쿠버에서 따낸 금메달보다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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