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도사> 김연아 편이 방송됐다. 방송 전에 김연아가 눈물을 흘린다는 예고도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감동적인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기대하고 봤다. 예고대로 김연아는 울었고 기대했던 대로 감동적이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기본적으로 김연아의 삶 그 자체가 감동적이고, 그 이상으로 감동적인 건 김연아의 마음이었다. 이번 <무릎팍도사>는 그 두 가지를 다 보여줬다.

- 김연아의 삶 -

<무한도전> 여자권투 편은 많은 감동을 줬다. <무한도전>은 최현미 선수가 스파링 경기를 하는 모습을 모두 보여줬고, 그것을 본 <무한도전> 멤버들과 시청자들은 숙연해졌다. 극한의 고통을 견디며 한 회 한 회 전진했던 그녀. 그건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 하는 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그 순수한 의지에 보는 이가 압도됐던 것이다.

츠바사 선수와의 본 경기도 그랬다. 두 선수가 한 회씩 싸워나갈 때마다 승패의 차원을 넘어선 거대한 감동이 밀려왔다. 마지막에 가선 압도된 박명수가 ‘두 선수 모두 힘내시기 바랍니다!’라고 소리쳤고, 멤버들은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고통을 견뎌내면서 치열하게 몰두하는 인간의 삶은 그 자체로 숭고한 감동을 준다. 이것은 소설이나 드라마 등 꾸며낸 이야기가 주기 힘든 감동이다. 김연아의 삶에서도 그런 감동이 느껴졌다.

<무한도전>의 두 선수가 특히 감동적이었던 것은 그들이 모두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김연아도 극히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면서 여기까지 왔다.

얼굴이 얼고 몸이 굳을 정도로 추운 빙상장에서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나마도 시간에 쫓겨 가면서 연습에 몰두했던 김연아. 선진국 선수들에 비해 그녀는 이렇다 할 지원을 받지 못했다. 집안형편도 그리 여유 있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치열하게 피겨스케이팅에 몰두했다.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의지’였다. 그렇게 몰두하면서 그녀는 ‘강함’만을 보여줬었다. 올림픽도 별것 아니라는 듯이 가볍게 말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가슴 속엔 눈물이 있었다.

올림픽 경기를 마치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걷잡을 수 없이 울었다는 그녀. 그것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낸 사람만이 흘릴 수 있는 눈물이었다. 그런 삶은 보는 사람에게도 감동을 준다. 그리고 역할모델이 된다. 김연아의 삶은 바로 그런 감동적인 역할모델이라 할 만하다.

- 김연아의 마음 -

김연아는 현재 공인된 한국 최고의 스타다. 그런 그녀가 <무릎팍도사>에서 보여준 건 여리고 웃음이 많은 보통의 소녀 같은 모습이었다. 요사이 거만해 보이는 스타가 질타 받았었는데, 김연아의 소탈한 모습은 그런 모습과도 대비됐다. 그렇게 여린 소녀가 치열한 삶을 살아냈다는 것이 더욱 감동을 주기도 했다.

시종일관 모든 것에 대해 별것 아니라는 듯이 웃으며 말하던 그녀가 숙연해진 것은 자신을 도와주던 사람들 이야기를 하면서부터였다. 금메달을 따고 처음 오서 코치를 만났을 때 들었던 생각이 ‘미안함’이었다고 했다.

기쁨이나 자랑스러움이 아니라 미안함이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받은 금메달을 코치가 받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안쓰러움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꺼억꺼억’ 소리까지 내며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몰두했던 올림픽, 거기에서 금메달을 딴 순간에 자신의 환희가 아닌 동료의 상처에 더 마음을 썼다는 얘기다.

그리고 코치를 비롯해서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말하면서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무릎팍도사> 방송 전에 도대체 김연아가 무슨 얘기를 하면서 울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다. 보통은 자신의 고생스러웠던 과거, 좌절, 부상 등을 얘기하면서 울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었다. 김연아는 자신의 고통은 가볍게 말했다. 그리고 남을 이야기하며 울었다.

올림픽 금메달은 자신의 꿈일 뿐인데, 그 꿈을 위해 헌신적으로 도와줬던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말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항상 밝고 강한 모습만 보여주는 그녀답게 자신의 눈물이 너무나 어색하고 창피한 것 같았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말할 때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래서 김연아의 눈물이 더욱 감동적이다. 자신이 아니라 타인 때문에 흘린 눈물이니까. 평생 동안 자신의 꿈만을 위해 치열하게 달려온 아가씨가 여전히 타인을 품을 따뜻하고 여린 가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름다웠다.

사람은 역할모델을 보며 정신적으로 성장한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이번 <무릎팍도사>는 청소년들에게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었다고 할 수 있다. 김연아를 통해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자세,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 겸손함 등의 미덕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청소년들이 이런 마음을 배우며 자란다면 미래엔 패륜녀 사태 같은 것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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