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2018년 새해 언론들의 관심사는 6월 예정된 지방선거였다. 주요언론들은 앞다퉈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지방선거 광역자치단체장으로 누가 유력하다는 식의 경마식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로 인해 지방선거제도 개혁 문제 등의 의제가 수면 아래로 묻히고 있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자 중앙일보 5면(왼쪽)과 3일자 중앙일보 8면. (연합뉴스)

중앙일보는 2, 3일 양일에 걸쳐 '승부처 여론조사'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2일에는 <경기지사 남경필, 이재명엔 열세 전해철엔 박빙 우세>, <한국당 텃밭 부산시장·경남지사도 흔들…'샤이 보수'가 변수> 보도를 내놨고, 3일에는 <충남지사, 친문 박수현-비문 양승조 모두 한국당 압도>, <전남지사는 인지도보다 정당…이개호가 박지원·주승용 앞서>, <보수 아성 대구시장, 김부겸이 앞서지만 출마 불투명> 기사를 게재했다.

동아일보는 새해 첫날인 1일부터 6면에 <'현역 효과' 박원순 선두…유승민-황교안-안철수 2위그룹> 기사를 게재했다. 한국일보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일보는 1면에 <6·13 지방선거 후보 지지도>라는 사진을 통해 서울시장, 부산시장, 경기지사 가상 맞대결 결과를 게재한 데 이어, 6면에 <"3선 피로감" 박원순 불안한 1위…野선 유승민이 안철수 제쳐>, 7면에 <이재명 보수 텃밭서도 압도적>, <부산은 10%대 '도토리 키재기'>, <'진보교육감' 서울·경기·부산 모두 교체 여론이 더 높아> 기사를 게재했다.

복수의 언론은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 주요일간지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적으며 벌써부터 6월 지방선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마식 여론조사 나열 보도로 인해 정작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앞서 논의돼야 할 과제들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논의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9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치개혁 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방선거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디어스

현행 지방선거제도는 표의 등가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어 정당 득표율과 의석비율의 불비례성이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 실제로 갤러거 지수(선거제도의 불비례성을 측정하는 지수로 0에 가까울수록 비례성이 보장된다)를 살펴보면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갤러거 지수는 가장 낮은 제주도가 9.35, 가장 높은 부산광역시는 33.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부산의 경우 새누리당이 58.14%의 득표로 전체 의석의 95.74%를 차지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법안들이 발의되기도 했다.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은 지방의회의 비례대표 비율을 30%로 늘리고,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을 각 정당에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내놨다. 기초의원 선거에서 한 지역구의 의원정수를 2~4인에서 3~5인으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비례대표의석 할당 정당 요건을 현행 유효투표수 5%에서 3%로 낮추는 방안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막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번 달 정개특위가 개헌특위와 통합 출범할 계획이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선거제도 개혁안이 제대로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시민사회는 지방선거제도 개혁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비례성을 담보하기 위해 시·도 단위로 이뤄지는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2인 선거구를 줄이고 3~4인 선거구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여야의 극적 타결이 없는 한 지방선거 전에 선거제도 개혁은 어려워 보인다"면서 "할 수 있는 건 시도별로 하는 선거구 획정 작업에서 최소한 기초의회의 경우라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공동대표는 "지방선거 전에 제도 개혁이 어렵다면 올해 지방선거는 기존의 룰대로 치르더라도 중선거구제의 취지에 맞게 선거구 획정을 해야 한다"면서 "2인 선거구를 2개를 4인 선거구로 통합한다든지, 이런 논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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