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위한 개헌특위와 정치개혁특위가 1월 통합 출범한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특위의 위원장을 맡게 돼 정치개혁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청와대 초청 신년 인사회에서 만나 특위 구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양당 원내대표는 개헌·정개특위 위원장은 자유한국당, 사법개혁특위 위원장은 민주당에서 맡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달 6일 열린 개헌특위 마지막 회의 모습. (연합뉴스)

개헌·정개특위 위원장을 자유한국당이 맡게 됨에 따라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주장하고 있는 권력구조 개편 중심의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은 연동돼있는 과제이기 때문에 난항이 예상된다.

권력구조 개편에서 민주당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선거제도 개혁 부분에서는 민주당이 비례성 강화에 방점을 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다양한 선거제도를 논의하고 있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다.

자유한국당은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 이원집정부제를 도입하자는 입장인 셈인데, 이러한 주장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형태로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정부형태다. 이럴 경우 의회 구성이 국정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는 의회 구성이 필수적이다. 선거제도에서 비례성을 강화해 민의를 더욱 정확하게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형 선거제도로 1등만 당선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어떤 선거구에서 51대49의 투표결과가 나왔다면, 49%의 민의는 그대로 사장되는 결과를 낳는다. 반면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이 검토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경우 정당투표를 통해 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기 때문에 사표가 적고 다양한 소수정당도 의회에 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은 대부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의회의 권한이 더 극대화된 의원내각제를 선택한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의 주장대로 이원집정부제에 소선거구제가 더해지면 권력의 쏠림 현상이 강화됨과 동시에 제왕적 대통령이 아닌 제왕적 의회가 탄생할 우려가 있다. 세계적 추세와 다르게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소선거구제를 도입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그 결과 일본은 자민당이 수십 년을 집권하는 실질적인 '의회독재'가 만연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이 연관된 주제기 때문에 논의의 효율성을 위해서 개헌특위와 정개특위를 통합한 것은 장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개헌이든, 선거제도 개혁이든 모두 의지가 없는 걸로 드러난 자유한국당이 위원장을 맡기로 한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하 공동대표는 "자유한국당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실질적으로 논의의 진전이 어려워지는 게 아니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비례성의 원칙을 전제로 해서 대통령제로 갈지, 이원집정부제적 요소를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자유한국당의 주장처럼 선거제도 개혁 없이 이원집정부제를 하자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 공동대표는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는 논리가 맞으려면 선거제도의 비례성 강화는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면서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모순된 주장이고, 개헌이든 선거제도 개혁이든 다 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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