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가 잠시의 정비 기간을 갖고 돌아왔지만, 아직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워낙 오랜 시간 뉴스 현장을 떠나있었던 기자들도 있다. 그들은 곧 MBC 정상화의 기수라고 할 수 있으며, 의식만은 누구보다 반성과 의지가 충만한 사람들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실제 뉴스를 제작하는 방법에서는 아직 감각이 온전히 돌아왔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시민들 사이에 회자하던 유행어가 하나 있었다. ‘노룩취재’라는 것이다. 이는 JTBC가 강경화 당시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가족 소유인 김해의 주택에 가보지도 않고 취재해 의혹을 제기했다가 시민들에 의해 팩트체크를 당해 결국은 사과하고, 해당 기자는 한동안 뉴스룸에서 볼 수 없었다.

MBC<뉴스데스크> 2018년 1월 2일 방송화면 갈무리

이번 MBC의 제천화재 오보 역시도 이 노룩취재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MBC가 보도한 영상 속 소방관이 왜 마스크도 쓰지 않고, 뛰지도 않고 걸어 다녔는지에 대한 취재가 없었다. 가서 보고 묻고, 그런 다음에 뛰어야 했던 사람이 걸었다는 확고한 팩트를 갖고 비판을 해야 했다.

그러나 MBC는 몰랐다. 제천화재에 대한 보도가 그렇게 쏟아지는 와중에도 소방관은 현장에서 뛰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을 몰랐던 것이고,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무지와 착각에도 MBC는 현장 소방관을 비판하는 보도를 했다가 반박과 비판을 마주해야 했다. 새로 시작하겠다고 연일 사과와 반성을 보이던 MBC 뉴스로서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MBC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신년 기획기사 인터뷰를 자사 인턴기자와 기자의 지인과 한 것이 드러났다. 이 역시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고, 뉴스데스크는 다음날 곧바로 방송 중 사과를 했다. 잘못했으니 사과는 당연한 일이지만, 방송이 이처럼 즉각적인 잘못의 인정과 사과를 하는 모습은 사실 상당히 낯설고 어색한 모습이다.

MBC가 왜 이런 것일까? 공정보도를 외치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그들이 왜 막상 돌아와서는 엉뚱한 짓을 하게 된 것일까? 그만큼 관행의 그늘이 짙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모자이크와 음성변조까지 있어 인터뷰 조작은 매우 쉬운 일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쉬워도 그것이 저널리즘의 근간을 해치는 일이라는 것을 잊고 관행처럼 몸에 배어버렸을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 관행은 저널리즘의 가장 취약한 여론조작이라는 금기를 넘나들게 하는 것이다.

MBC<뉴스데스크> 2018년 1월 1일 '무술년 최대 화두 '개헌'…시민의 생각은?'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달 9일의 전자 담뱃값 인상 여파를 다룬 인터뷰도 마찬가지로 일반 시민이 아닌 MBC 직원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만큼 인터뷰 조작은 매우 빈번하게 벌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이 문제는 단순한 사과로 그칠 일이 아니다. MBC는 이 문제를 즉각 한국방송학회에 조사를 외뢰해 결과를 홈페이지에 게재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최근 MBC는 인터뷰 조작으로 논란에 자주 오르고 있기에 이 정도로 적절한 조처로 볼 수는 없지만 최소한은 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파생되는 의심이 있다. 과연 MBC만 그러겠냐는 것이다. 들키지 않았을 뿐 이런 식의 인터뷰는 얼마든지 있을 개연성이 크다. 방송 인터뷰는 이처럼 누군가 매의 눈으로 찾아낼 수라도 있지만 지면 기사들의 경우는 그럴 수가 없다. 인터뷰이가 실제 존재하는지에 대한 것도 증명할 길이 없다. 그러나 인터뷰 조작이 더 쉬운 만큼 더 빈번할 것이라는 의심은 매우 큰 것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를 지적받고 곧바로 인정한 MBC에 차라리 칭찬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까지 하다. 잘못된 관행들을 이처럼 모두 드러내놓고 비판받고 또 사과하면서 진정한 절차탁마가 되는 것일까?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곧바로 사과하는 모습에서 그래도 여전히 희망을 보게 되는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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