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초부터 불쾌하고 위험한 종북몰이가 논란이 됐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일 신년 인사회를 통해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 등장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면서 “금년 선거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는 그런 선거가 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또한 자유한국당 장제원 대변인도 “2018년 대한민국에서 친북 단체도 아니고 우리은행이라는 공적 금융기관의 달력에 인공기 그림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제 학생들은 미술대회 수상을 위해 인공기를 그릴 것이고, 미술대학 교수는 이런 그림을 우수상으로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장 대변인의 논평은 기본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마치 이 그림에 인공기가 들어가 상을 받은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근거나 논리를 상실한 일방주장이 처음은 아니지만 당황스러운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자유한국당이 문제를 삼은 해당 그림은 우리은행 탁상달력에 게재된 것으로 우리은행이 매해 개최하는 2017년 22회 우리미술대회에서 초등고학년 부문에 출품해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 그림은 통일을 주제로 한 ‘쑥쑥 통일나무가 자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종북몰이가 최근 잠잠하다 싶더니 하필이면 초등학생의 통일을 주제로 한 그림을 빌미로 재개된 점이 충격적이다. “통일을 북한과 하지 그럼 일본과 하냐”는 기사 댓글이 말해주듯이 단지 인공기가 그려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림의 주제 따위는 덮어버리고 인공기가 있다는 사실만을 확대해 논란을 지피는 것이 온당하냐는 지적이다.

우리은행에서 발간한 탁상달력 10월 그림 (‘우리미술대회’ 수상작)

지난해 북한은 자주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전쟁위험을 높였고, 그에 앞서 박근혜 정권의 일방적인 조치로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등 남북관계는 얼어붙어 있다. 남북 모두가 경색된 안보 불안은 다가올 평창 동계올림픽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어린이들이 통일에 대한 주제를 잊지 않고 그림으로 표현한 것은 칭찬할 일이지 무책임한 어른들의 종북몰이 희생양으로 삼을 일은 결코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논란을 해당 그림을 그린 어린이가 알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니 자유한국당은 이런 만행을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린이가 받을 충격과 상처는 얼마나 클 것인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차마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어떻게든 문재인 정부의 단점을 찾아내어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싶을 것이고, 그것이 야당의 본능적 반응이라는 것까지도 이해하겠지만 그렇다고 어린 초등학생의 그림까지 종북몰이로 이용하는 것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정치공세이며, 어린이에 대한 무차별한 폭력이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