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대비가 승하함에 따라 인현왕후의 폐위 절차가 진행되고, 이제는 장희빈이 중전으로 봉해지는 것도 시간문제인 듯합니다. 그동안 뻥 뚫려있는 고속도로에서 장희빈이 속도를 내지 못하게 멈춰 서서 꼬장을 피우던 명성대비가 드디어 죽음에 따라, 장희빈과 남인은 이제 탄탄대로에 접어들며 시원하게 달릴 일만 남았는데요. 그렇게 장희빈은 드디어 김산의 예언대로 궁궐 내에서 최고의 자리인 중전에 오르고, 아들이 원자로 봉해지겠지요. 그러나...

명성대비의 죽음, 정체 구간의 해소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왕의 어머니인 명성대비가 승하함에 따라, 취선당과 남인들은 축제 분위기 입니다.

마마, 이제 다 끝났습니다. 승하하셨습니다. 마마. 대비마마께서 방금 운명하셨습니다.

대감. 이제 안심하셔도 될 듯 합니다. 방금 대비마마께서 승하하셨답니다.

숙부님. 이제 남은 수순을 밟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제 중전께선 폐위 당하실 것이옵니다.

그래. 되었다. 모든 게 우리 뜻대로 되었어.

장희빈 역시 자신의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달성하고자 한 중전의 자리이기에 너무 벅차고 감격스럽기까지 합니다. 또한 그것을 그렇게 원하고 또 원하고, 조심하고 또 불안에 떨며 지내왔었기에 꿈인지 생시인지 어리둥절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장희빈은 장희재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중전을 폐위시키기 위해 장희재가 조작했던 증거가 상단의 서기에 의해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장희재는 그 서기를 없애려고 하는데요. 하지만 포청 부관의 격렬한 저항으로 서기를 데리고 도망을 치고, 그 와중에 서기에게 중상을 입히게 되지만 확실하게 죽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시신을 수습하지는 못하게 되는데요. 결국 도망치다가 그 서기는 부상이 심해 죽어버리고 말지만, 장희재는 죽은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행여나 자신의 조작 사실이 드러날까 발을 동동 굴리게 되죠.

동이는 중전의 폐위에 대해서 논해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시간을 벌기 위해, 장희재를 찾아가 허장성세 전략을 취하는데요. 그 서기는 아직 죽지 않았고 자신이 데리고 있다고 거짓으로 협박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밝히진 않겠다며, 대신 중전이 누명을 벗을 수 있도록 금군의 조사를 막아달라고 하는데요. 장희재는 그런 동이의 흥정을 반신반의 하지만, 현재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어 무시할 수만은 없었죠. 만의 하나라도 무시했다가 그것이 사실이면, 자신뿐만 아니라 장희빈과 남인 모두가 끝장나 버릴 수 있었으니까 말이에요.

결국 장희재는 분하지만 장희빈을 찾아가 동이의 요구대로 이번 일을 잠시 덮어두자고 얘기를 하게 됩니다.

마마. 어쩌면 이번 일은 잠시 덮어두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일을 덮다니요. 뭐가 틀어지신 겁니까?

잠시입니다. 마마. 어떻게든 이번 중전의 일은 제가...

아니요. 그럴 수 없습니다. 제가 무슨 일을 했는데요. 이번 일을 하고자 제가 무슨 일까지 했는데 그것을 덮는단 말씀이십니까? 평생을 지켜온 제 자존심을 버리고 시작한 일입니다. 헌데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끝내란 말씀이십니까? 그런 일은 없습니다. 이번 중전의 일은 여기서 끝내야 합니다. 오라버니.

이렇게 장희빈은 자신이 평생 지켜온 자존심을 버리고 시작한 일이기에,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야겠다고 절대 덮을 수 없다고 하는데요. 그것은 일종의 보상심리로서 결국 자신의 그 욕심을 버릴 수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욕심 때문에 장희빈의 브레이크는 고장나버리고 마는데요. 대비의 죽음과 중전의 폐위로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탄탄대로를 시원하게 달려가지만, 결코 멈출 수가 없게 됩니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 저질러 왔던 일들이 하나라도 밝혀지게 되면, 그것이 장애물이 되어 장희빈은 결국 큰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풍산개 동이에게 물려버린 장희빈

장희재의 말대로 만약 거기서 그 문제를 잡시 덮고 취할 이득만 취한 채 조용히 마무리가 되었다면, 후일 장희빈이 망가지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욕심 때문에 멈추지 못함에 따라,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풍산개 동이에게 물려버리게 되죠.

사실 동이는 중전보다 자신을 인정해주고 궁녀로 넣어준 장희빈에게 더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희빈의 술수에 실망을 하고, 진실을 밝혀야겠다는 일념 하에 중전의 누명을 벗기려 하는 것이죠. 그 와중에 자신이 중전의 누명을 벗기기 전에 중전이 폐위 당함에 따라, 동이는 중전에게 다짐까지 하며 자신이 꼭 다시 궁궐로 돌아올 수 있도록 누명을 벗기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어느새 동이는 중전을 위해 일하고, 중전의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죠.

동이는 중전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그것은 또 포청 종사관 서용기가 함께 도와줄텐데요. 그러다 보면 장희재가 타겟이 될 수밖에 없고, 장희재의 비리 등이 밝혀지며 그로인해 장희빈의 앞날에 자꾸만 태클을 걸게 될 것입니다.

인현왕후가 떠나며 남긴 한마디, "동이야, 전하를 부탁해"

그렇게 결국 동이는 중전의 누명을 벗기게 되고, 그로인해 중전은 다시 궁궐로 돌아오게 될텐데요. 장희빈은 중전이 되었다가 다시 희빈으로 강등되게 되는 것이죠. 한번 높은 곳에 올라가버리게 되면 이후에는 그 보다 낮은 곳은 자신에게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장희빈 역시 다시 중전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그 때부터는 아예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후환을 남기지 않고 중전을 없애려 하겠지요.

장희빈은 중전이 죽어라고 저주를 내리는 기도를 하고 결국 병환으로 중전은 오래가지 않아 죽게 되지만, 또 동이 그때는 숙빈최씨가 장희빈이 저주내린 사실을 숙종에게 일러바침에 따라 장희빈은 사약까지 받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20화의 예고에서 재밌는 대사가 나왔는데요. 인형왕후가 폐위가 되어 궁궐을 쫓겨나기 전에 동이를 만나 대화를 할 때, 동이보고 전하를 부탁한다고 말을 했습니다. 왕의 여자였던 중전이 폐위되어 궁궐을 떠나면서 일개 말단 감찰궁녀에게 전하를 부탁한다? 좀 말이 안되는 상황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중전은 이번 일로 인해 동이의 성품을 잘 보았기 때문에, 동이라면 남인과 서인 구별 없이 자신의 주관대로 일을 처리하면서 전하의 편이 되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제 생각에는 중전 역시 정보통이 없다고 볼 수는 없는데요. 그렇기에 숙종과 동이의 관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예측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악랄한 장희빈에게 숙종이 놀아나지 않도록, 숙종이 신뢰하고 있는 동이가 바로 잡아주었으면 했던 것이죠. 물론 동이가 후일 후궁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만요.

암튼 그렇게 장희빈은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되고 다 끝난 것만 같지만, 동이가 자의든 타의든 인현왕후의 편에 서게 되고, 멈출 수 있을 때 자신의 욕심으로 멈추지 못하게 됨에 따라, 장희빈은 이제 시원하게 속도를 내며 달려가다가 동이라는 벽에 부딪혀 자신은 물론 자신과 관련된 남인들 모두가 숙청당하는 일만 남아있게 되었네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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