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1년에 133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 선수의 컨디션이 한 시즌 내내 좋을 수는 없습니다. 부상을 입을 때도 있고, 컨디션이 저하될 수도 있습니다. 본 헤드 플레이나 실책을 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최소화하며 어떻게든 팀 승리로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1회부터 타선이 폭발하고 선발 투수가 호투하며 낙승하는 경기도 있지만,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은 아닙니다. 주루 실수와 수비 실책이 속출하고, 투수진은 실점 위기를 넘기지 못하며, 타자들은 잔루를 양산하는 경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과정이 좋지 않은 경기를 패배가 아닌 승리로 이끌 수 있느냐 여부가 중요한데, 오늘 LG는 과정이 좋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승리했다는 점에서 훌륭했습니다.

LG는 1회 말부터 진루타를 만들어 내지 못해 선취 득점에 실패하며 어렵게 끌려갔습니다. 1회말 2사 1, 3루, 2회말 2사 2루, 3회말 1사 2루에서 득점에 실패했는데, 그 과정에서 진루타가 수반되었다면 충분히 득점하며 기선을 제압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LG가 오늘 진루타를 얻어내지 못한 장면의 정점은 4:4로 맞선 8회 말 무사 1루에서 조인성이 김태군으로 교체되었지만 희생 번트에 실패해 병살타로 2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돌변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연속 안타로 역전에 성공했기에 망정이지, 오늘 경기에서 LG 타자들의 진루타를 위한 팀 배팅은 최악이라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상대 실책에 편승하지 못한 것도 아쉬웠습니다. 4회말 2사 후 오지환의 홈런으로 2:2 동점을 만든 뒤, 권용관의 2루타는 우익수 김원섭이 미끄러지는 실책성 플레이에 힘입은 것이지만, 이대형의 내야 안타에 권용관이 주루사하며 역전에 실패했습니다. 5회말에는 선두 타자 작은 이병규가 실책으로 출루했지만, 중심 타선에서 불러들이지 못했습니다. LG가 범한 수비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에 대해서는 거론할 필요조차 없을 것입니다.

7회 초 김광삼을 구원 등판한 김기표는 이닝이 시작하자마자 박기남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고, 이현곤에게도 1-3의 불리한 볼카운트 끝에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 3루의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김기표가 등판해 던진 9개의 투구 중 7개가 볼이었습니다. 뒤이어 무사 만루의 위기에서 이상열이 삼진과 병살타로 무실점 했지만, 8회 초 선두 타자 최희섭에게 안타를 허용한 것 역시 선두 타자와의 승부에서 실패한 것입니다. 결국 8회 초 1사 상황에서 조기 등판한 마무리 오카모토는 대타 이영수에게 2점 홈런으로 동점을 허용했습니다. 그간 선발 투수들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자, 중간 계투진에 과부하가 걸렸고, 계투진의 부담을 덜기 위해 마무리를 조기 투입시키자, 마무리가 홈런으로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는 마운드 붕괴의 도미노 현상이 야기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과정상의 문제점을 야기하고도 LG는 승리했습니다. 8회말 2사 후 오지환과 권용관의 연속 안타로 역전하며 결승점을 뽑았는데, 오지환은 홈런(오지환이 홈런을 터뜨리면 LG가 승리하는 방정식은 오늘도 이어졌습니다.) 포함 3타수 2안타로 17일 만에 멀티 히트를 기록했고, (공교롭게도 마지막 멀티 히트를 기록했던 5월 8일 경기도 기아전이었습니다.) 1군에 콜업된 후 호타를 이어가던 권용관은 3안타를 모두 2루타로 터뜨리며 2타점으로 승리를 견인했습니다. 4월 중순의 호조가 하위 타선의 분발로부터 비롯되었는데, 오늘 오지환과 권용관의 분전은 한 달 여 전의 LG의 하위 타선을 연상시켰습니다. 그간 부상 후유증으로 극도의 타격 침체에 빠졌던 정성훈이 마수걸이 홈런 포함 2타수 2안타로 부활한 것도 다행스럽습니다.

올 시즌 최다 이닝을 소화한 6이닝 2실점의 선발 김광삼의 호투는 승리의 밑거름이 되었고, 홈런으로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이후에도 9회 초에 침착하게 삼자 범퇴로 승리를 매조지한 오카모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마무리가 불안했던 작년까지의 흐름이었다면, 8회 말 역전에 성공하고도, 9회 초를 깔끔히 마무리하지 못해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며 결국 주저앉는 경기가 되었겠지만, 여하튼 오카모토는 팀의 승리를 지켜냈습니다.

▲ ⓒLG트윈스
오늘 경기의 승리는 4연승 후 2연패를 끊었다는 의미에서 중요합니다. 지난 시즌 LG는 연승 이후 연패를 막지 못하며 하위권으로 추락했지만, 올 시즌에는 연패를 길게 하지 않고 어떻게든 추스르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만일 오늘 경기까지 내주며 3연패했다면 내일 경기에서 윤석민과 맞대결하는 에이스 봉중근의 부담이 가중되었을 것이고, 구위가 이전만 못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내일 경기에서 봉중근이 홀가분한 마음가짐으로 등판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오늘의 승리는 의미가 있습니다. 아울러 작년 2승 1무 16패의 치욕적인 상대 전적의 기아를 상대로 올해는 4승 2패로 앞서간다는 점도 유의미합니다.

말장난 같지만, 강팀이기에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팀이 강팀입니다. LG는 완성된 팀이 아니며 리빌딩과 4강행을 동시에 노리는 중하위권 전력의 팀입니다. 리빌딩이란 결코 패배를 쌓으면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교훈을 지난 7년간 LG팬들은 뼈저리게 느껴왔습니다. 선수들 역시 패배를 통해 경기력을 향상시키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과정이야 어떻든 간에 승리할 수 있다면, 승리를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과정이 완벽한 낙승을 이끄는 강팀의 지위로 LG는 진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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