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스럽더군요. 2010년 일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에서 우정의 무대를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몇 가지 나름의 설정이 곁가지처럼 들어가고, 뭔가 등장인물들은 잔뜩 이리저리 화면으로 움직이지만 그 내용은 군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위무하는 우정의 무대, 딱 그 정도 수준에 지나지 않았어요. 그렇게 잘나가는, 유능한 멤버들을 데리고 이정도의 내용밖에 만들 수 없는 것이 패떴 시즌2의 한계라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망가져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그들은 도대체 왜 군부대를 방문한 것이죠?

사실 한번쯤은 다들 방문하는 곳이기는 합니다. 2년간의 짧은 기간을 헌신하는 장병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억눌려있는 그들의 혈기와 열정을 이용해서 프로그램 안으로 에너지를 주입하는 단기 처방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거든요. 극소수의 신의 아들이나 친척이 아니라면 누구나 한때는 군인이었고, 그 군인의 가족이었으니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무난한 포맷이기도 하구요. 실제로 패떴2 역시 그간의 한 자리수의 참담했던 시청률을 넘어선 결과를 군부대 방문으로 얻기도 했습니다. 결과만으로 본다면 반등의 기회를 얻은 유익한 방송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막상 방송 내용을 살펴보면 이 프로그램이 군부대 방문과 위문 공연으로 얻은 소득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발전된 관계도 없고 매끄럽게 흐름이 이어가지도 못했죠. 처음부터 지금까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진행과 현장 장악에 대한 문제는 어이없게도 뽀빠이 이상용 아저씨에게 일임하면서 땜빵 처리되었고, 부족하고 억지스러운 캐릭터의 매력 발견은 여전히 지지부진하죠. 서로의 관계 설정, 상황극, 목표 달성 모두 어설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왜 시청률이 반등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을 정도의 얼기설기 조각만 끼워 맞춘 방송이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이번 주 방송의 주인공은 패떴 멤버들이 아니라 뽀빠이 아저씨와 소녀시대였습니다. 아무리 급작스러운 초청에 응해준 것이 고맙고 감사하다고는 해도 터줏대감들의 활약이 기본 전제로 깔려있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이렇게까지 기존의 멤버들보다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겉돌면서 확실한 분량을 챙겨간 게스트가 또 있었을까요? 방송만 보고 있자면 뽀빠이 아저씨 진행, 소녀시대 게스트의 우정의 무대에 패떴 멤버들이 막간 게스트로 참가한 것만 같더군요. 프로그램 자체 내의 힘이 아닌 초청 손님들의 힘으로 겨우겨우 이어가는 불안함. 그만큼 자신들이 허약하기 그지없는 뼈대를 가지고 있음을 자인한 방송이었습니다.

그러니 이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인상적인 장면을 하나도 뽑아내지 못한 것이겠죠. 시청자들과 보다 가깝게 다가가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방송을 보고 나서 기억에 남거나 화제에 오르내리는 참가 장병의 모습은 없습니다. 그들과 함께 어우러진 조화도 발견할 수 없었죠. 멤버들은 여전히 가족이라기보다는 따로따로 겉도는 모래알 팀워크를 보여주고 신봉선의 화장실 굴욕 같이 억지로 끼워 맞춘 설정들은 너무나 어색하고 티가 나서 재미는커녕 어이없기만 합니다. 멤버들에게 보란 듯이 촬영 VI, 조명까지 모두 화장실 한 칸에 들어가서 촬영하면서 몰래 혼자 뭘 먹는다는 설정이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에게 통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괜히 재미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초반부터 재미있을 수도 없고, 자리를 잡기 위해, 방향을 잡아나가기 위해 여러 차례 다양한 시도를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어떤 탄탄한 토대도 없이, 의지할 만한 확실한 조합과 웃음 코드도 확보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질질 끌어오다가 소녀시대와 군부대를 등에 업은 10%대의 잠깐 시청률 반등은 오히려 독약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만큼 한심하고 어이없는 위문공연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다음 주는 원더걸스가 출연한다고 하니 이대로 가다간 어떻게든 유재석을 섭외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기 전까지 막간의 시간을 매번 게스트 빨로만 겨우겨우 연명하다 끝나게 생겼군요. 용두사미. 이 말처럼 지금 패떴 시즌2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이 또 있을지 모르겠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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