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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집행 중단 20년, 인권에 나중은 없습니다[기고] 인권에는 양보도 포기도 망설임도 없어야 합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김덕진 | 승인 2017.12.30 12:52

1997년 12월 30일, 정권을 김대중 당선자에게 넘겨줘야 하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사형수 23명의 사형집행을 단행하고 꼭 20년이 지났습니다. 20년 동안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을 집행한 대통령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형수 출신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중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첫 번째 대통령이 되었고, 인권변호사 출신 노무현 대통령이 그 뒤를 이어 만 10년 동안 사형 집행이 없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되었습니다.

인권과 생명에 큰 관심이 없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서는 법무부 장관이 사형집행장 정비를 명령하고 내부에서 사형집행 재개를 논의한 사실이 알려집니다.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법무부장관에게 사형집행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당장 집행하라고 윽박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종교계,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 등 양심 있는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간신히 사형집행을 막아 냈습니다. 자신의 정적들을 포함하여 국면 전환용으로 임기 중 가장 많은 사형 집행을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잇는 박근혜 정권이 시작되었을 때, 불안과 초조에 시달렸지만 임기 시작부터 끝까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어서인지 사형집행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이 시작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역사적인 사형집행 중단 20년을 오늘 맞았습니다.

11월 30일 저녁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 사형제도폐지를 촉구하는 조명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사형제도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 주관으로 열린 이 날 행사는 '세계 사형반대의 날'을 맞아 이뤄졌다.(연합뉴스)

사형제도 찬반 토론은 사실 의미가 없습니다. 사형제도는 반인권 반문명 형벌제도이기 때문에 이견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 있는 주장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OO 사형시키고 폐지하자", "유OO 같은 사이코패스들만이라도 사형시키자", "사람을 참혹하게 죽였으니 똑같이 당해봐야 한다" 등의 주장 모두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모두 틀린 주장입니다. 다른 주장이 아니라 틀린 주장이기 때문에 토론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국가보안법도 사형제도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인권침해적 법으로서 역시 폐지 대상이기 때문에 찬반 토론은 무의미합니다. 대신 "국가보안법을 어떤 과정을 거쳐 폐지하면 좋겠는가", "사형제도를 폐지해도 정말 강력범죄가 늘어나지 않겠는가",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간첩이나 종북세력이 판을 치지 않겠는가", "살인범죄 피해자 가족들을 위해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 같은 토론을 제안한다면 밤을 새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인권을 옹호하고 실현하는 일은 단호해야 합니다. 단호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인권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그 시대에 합의되는 만큼만 지키고 다음 세대에 또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진전시키고 하는 방식으로는 지킬 수 없습니다. 지금 사형제도의 존재가 반인권적임에 틀림이 없는데,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인데,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인권의 문제인데, 신념에 따라 살상무기인 총을 들 수 없다는 사람들을 감옥 대신 대체복무로 전환해야 시키는 것이 인권의 실현인데, 이런 당연한 가치들을 여론이나 보수진영의 반발을 염려하며 차근차근 신중히 해나가겠다는 것을 인권운동은 도저히 양해할 수 없습니다.

그 "사회적 합의"를 하는 동안 불안에 떨던 사형수는 자살을 하고 북한에서 올린 포스팅을 리트윗 했다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고 혐오발언과 황당무계한 혐오세력의 공격에 시달리던 성소수자는 트리우마 치료를 받아야 하고 사람을 죽이는 연습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야하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인권에 나중은 없습니다. 인권 실현은 지금 당장 해야 의미가 있고 효과가 있습니다.

너무 많은 기대와 요구에 대통령과 정부의 어깨가 너무 무거울 수도 있겠습니다. 많은 부분 이해하면서도 더 늦출 수는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도 싶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이미 알고 계시면서도 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느끼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니 고려하고 염두에 두실 일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엄중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옳은 가치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실현하고 그 보완을 위한 제도와 장치를 만들어 나가면서 돌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권에는 양보도 포기도 망설임도 없어야 합니다. 2018년, 문재인 정부의 인권실현을 위한 단호하고 정확한 걸음을 기다립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김덕진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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