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가 2017년 세밑까지 방송통신위원회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강규형 KBS 이사 해임에 대해 방통위를 '방송장악위'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강 이사는 업무추진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하고 KBS 이사로서의 품위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29일자 조선일보 사설.

29일자 조선일보는 <방송통신위가 아니라 방송장악위다> 사설을 게재하고 강규형 이사를 해임 건의한 방통위를 맹비난했다. 조선일보는 "방통위가 강규형 이사에 대한 해임을 건의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했다"면서 "이제 KBS 이사회는 6대5로 여당 우위로 바뀌게 되고 곧 이인호 이사장과 고대영 KBS 사장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MBC에서 벌어진 일들이 똑같이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면서 "방통위가 강 이사 해임 사유로 든 것은 법인카드 한 달 평균 13만 원을 부당 사용했다는 것이다. '한 달 평균 13만 원'을 찾아내는 공을 세운 기관은 감사원"이라고 비꼬았다. 조선일보는 "KBS 사장을 몰아내려 먼지 털기 식으로 온갖 구실을 찾은 것을 세상이 다 아는데 이런 거짓말을 한다. 참으로 낯이 두껍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008년 정권 교체 후 KBS 사장이 해임되자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헌법 무시 쿠데타'라고 했었다"면서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뭔가. 내가 하면 옳고 상대편이 하면 쿠데타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KBS와 MBC는 정권을 잡은 세력의 전리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런 생각을 감출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정권에서 MBC 직원들을 평소 직무와 상관없는 한직으로 보낸 것을 부당노동행위라고 지금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사장이 강제 교체된 뒤 MBC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KBS도 그럴 것"이라고 추측했다.

조선일보는 "이렇게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는 데 앞장선 곳이 방통위"라면서 "얼마 전엔 방송 재허가 심사를 구실로 자신들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하라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간판만 방통위이지 실은 방송장악위원회"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의 주장은 결국 "법으로 정해진 공영방송 이사와 경영진의 임기를 보장하라"는 자유한국당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9년 동안 벌어진 방송장악의 서사를 떼어 놓고 얘기를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언론사의 개별기자들에게 주어진 편집권은 정부 뿐만 아니라 회사조차도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이다. 물론 뉴스가 제작되고 전파로 송출되는 과정에서 일부 정제는 있을 수 있으나, 국정원이 나서 언론인의 사상을 검증하고 그에 따라 인사조치를 하는 일은 최소한 21세기 대한민국 언론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서 일어났다. 방통위는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KBS와 방송문화진흥회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조선일보가 '월 13만 원'이라고 표현한 강규형 이사의 법인카드 부당사용 내역은 당연히 해임 사유가 될 수 있다. 조선일보가 평균을 낸 정확하게 부당사용으로 확인된 액수다. 감사원 감사 결과 강규형 이사는 업무추진비로 애견카페를 이용하는 등 327만3000원을 부당사용했다. 추가적으로 사적 사용이 의심되는 액수는 1381만8000원이다. 게다가 강 이사의 경우 단순한 식사비 사용 수준이 아니라, 애견카페 이용 등 자신의 '유희'를 위해 국민세금으로 주어진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게 더 문제다.

또한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며 1인 시위하는 KBS 구성원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었다. 국민의 방송 KBS의 품위를 바닥까지 떨어뜨린 기행이었다. 방통위는 이러한 이유를 들어 강 이사 해임을 건의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이사를 KBS에 남겨두는 게 옳은 일이라고 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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