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박근혜 탄핵을 이끌어낸 광장의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정치권, 검찰, 경찰, 언론 등 다양한 권력기관을 적폐로 지목했다. 시민들이 외친 적폐청산은 너무도 당연한 얘기들이었다. 정치는 정당하게 권력을 획득해 시민을 위해 행사하고, 검경은 공정하고 엄격한 수사로 사회정의를 바로세우고, 언론은 사회의 공기가 돼 권력을 감시·견제해 달라는 게 요구의 전부다. 결국 당연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의 모습이 시민을 광장으로 불러낸 것이다. 그리고 시민들이 말한 대한민국의 적폐가 모여있는 집합체가 있다. 바로 '제2의 조희팔'로 회자되는 '1조 사기' IDS홀딩스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IDS홀딩스는 전형적인 폰지사기 수법을 이용한 사기업체였다. 폰지사기는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가 벌인 사기 행각에서 유래됐는데,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지칭한다. IDS홀딩스는 홍콩 FX마진거래, 오퍼튠, 셰일가스 등에 투자하겠다며 1만2174명으로부터 1조980억 원을 빼돌렸다. 지난해 9월 검찰에 덜미를 잡힌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는 사기·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 위반 등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유사수신행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추가기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이 김성훈 대표 한 명을 잡아서 해결될 단순 사기사건이 아닌 정관계 등이 연루된 대형 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대표가 지난 2011년부터 약 5년 동안 사기행각을 이어갈 수 있었던 뒤에는 정치권과 검찰, 경찰, 언론 등 다양한 비호·부역세력의 존재를 부인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IDS홀딩스 연루 의혹에 휩싸인 정치권

IDS홀딩스 사건이 다른 사기 사건과 특히 달랐던 점은 정치권 개입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IDS홀딩스 취재과정에서 전·현직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변호사 등이 줄줄이 등장했다. 2015년 제작된 IDS홀딩스 홍보영상에는 자유한국당 소속 경대수 의원과 변웅전 전 의원이 등장했다. 이 영상에서 이들은 "IDS아카데미(IDS홀딩스의 전신) 창립 7주년을 축하드린다"는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왼쪽)과 변웅전 전 의원. (연합뉴스)

얼핏 단순한 축전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IDS홀딩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처음 시작됐던 시점부터 IDS홀딩스를 변호한 변호사가 경대수 의원의 보좌관 출신의 조 모 변호사란 점이었다.

조 변호사는 경대수 의원이 검사직을 그만두고 변호사 사무실을 차린 시점부터 경 의원의 지근거리에 있었다. 2007년 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경대수 법률사무소 소속변호사, 2012년 6월부터 2014년 6월까지는 경 의원의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18대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중앙당 선거대책본부 법조 담당 보좌관을 맡기도 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자료에서는 IDS홀딩스가 변웅전 전 의원에게 3억3000만 원을 건넨 정황도 포착됐다. 그러나 검찰은 변 전 의원을 수사하지 않았다. 검찰은 변 전 의원이 3억 원을 투자했다가 수익금을 받고 6억 원을 재투자한 피해자라고 해명했지만, 미디어스가 입수한 IDS홀딩스 피해자 별지에 변 전 의원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

IDS홀딩스의 해외 은닉자금이 흘러가는 창구로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에도 변웅전 전 의원과 조 변호사가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는 김성훈 대표와 가까운 관계로 알려진 임 모 씨가 운영하는 회사로 이 회사의 사내이사가 변 전 의원, 사외이사는 조 변호사였다.

이들의 연결고리에는 IDS홀딩스의 회장 직함을 갖고 있던 정치 브로커 유 모 씨가 있었다. 유 씨는 자유민주연합 후원회장 출신으로 경대수 의원과는 초등학교 1년 선후배 관계이고, 변웅전 전 의원과는 약 30년간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 변호사도 유 씨의 소개로 IDS홀딩스의 변호를 맡았다.

IDS홀딩스 비호한 비위경찰…알고도 눈 감아준 검찰

IDS홀딩스의 비호세력 중에는 경찰도 있었다. IDS홀딩스로부터 돈을 받고 수사기밀을 넘긴 혐의로 구속된 전직 경찰 윤 모 씨는 2008년 김성훈 대표와 담당경찰과 참고인으로 만난 관계였다. 윤 씨는 김 대표에게 "돈을 벌고 싶다"고 했고, 김 대표는 윤 씨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IDS홀딩스 정관계 비리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김성훈 대표는 경찰이 IDS홀딩스를 수사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강남경찰서에서 근무하던 윤 씨를 IDS홀딩스의 관할 경찰서인 영등포경찰서로 발령내고자 했다. 김 대표는 브로커 유 씨에게 인사청탁을 했고, 유 씨는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의 전직 보좌관 김 모 씨에게 금품을 전달했다. 김 씨는 다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금품을 건네며 인사청탁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 씨는 경위로 한 단계 진급하면서 영등포서 지능계로 발령이 났고, 이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자리를 옮겼다가, IDS홀딩스 비위가 발각되면서 옷을 벗었다. 이후 윤 씨는 Y법무법인에서 전문위원으로 근무했는데, 이 역시 유 씨의 수완이었다고 한다.

검찰이 윤 씨의 비행을 미리 알고도 눈 감아줬다는 의혹도 있다. IDS홀딩스 전직 관계자는 "(검찰이 압수한 자료 중 김성훈 대표의) 휴대폰에서 윤 씨에 대한 내용이 나왔는데, 당시 수사하던 검찰이 무마를 시켜줬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도 브로커 유 씨가 개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IDS홀딩스 전직 관계자는 "유 씨가 손을 썼다는 얘기냐"고 묻자, "그렇다"면서 "윤 씨를 변호사 사무장으로 넣어준 것도 유 씨"라고 밝혔다.

IDS홀딩스가 검찰에 뒷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있다. IDS홀딩스 전직 관계자가 작성한 업무수첩에는 "김성훈 대표가 구치소 '방 동기'에게 의탁했으며, 서울지방검찰청장에게 의탁해 구치소 접견 시 통화를 허락한다. 큰 사건을 물어주고, 입장 봐줘 보석을 가능하게 하겠다. 방산비리 사건"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내용은 IDS홀딩스 변제 사기 의혹 당시 폭로됐던 관계자 증언과도 일치한다. IDS홀딩스 피해금을 대위변제하겠다고 나섰던 한 모 씨로부터 피해를 입은 C건설 A대표는 "김성훈 대표가 OOO호 실에 조사를 명목으로 들락날락했고, 거기서 휴대폰으로 예OO, 이OO 등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OOO호실은 검찰 방위사업수사부 소속 검사실이었으며, A대표가 지목했던 예 씨는 경찰 조사에서 김 대표와 통화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IDS홀딩스, 언론에도 로비…고발기사는 삭제되고 홍보기사는 퍼나르고

언론도 IDS홀딩스 사건의 규모가 1조 원대까지 확산되는 데 일조했다는 원성을 샀다. 김성훈 대표가 구속되기 전까지 언론이 IDS홀딩스를 대하는 행태는 언론이 아닌 홍보매체의 모습이었다. 복수의 언론은 김성훈 대표가 2014년 사기·유사수신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도 IDS홀딩스 홍보기사를 쏟아냈다. IDS홀딩스는 온라인 홍보 전문업체 T사를 통해 홍보 기사를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로 배포했고, 언론들은 별다른 검증 없이 이를 무분별하게 받아썼다.

▲지난해 9월 IDS홀딩스 홍보기사가 포털에 게재된 모습. (사진=네이버 캡처)

이후 시민단체가 사기업체의 홍보 기사를 작성했던 것을 문제 삼자, 한국경제는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와 연락을 취하며 홍보기사를 모두 삭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는 아무런 조치 없이 슬그머니 모든 홍보기사를 삭제했다. 피해자들은 언론의 홍보성 기사 때문에 IDS홀딩스에 신뢰를 가졌고 투자했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언론사도 사과 한 마디 없다.

이미 작성돼 게재됐던 IDS홀딩스 고발기사가 사라지기도 했다. 지난해 3월 16일 서울파이낸스는 IDS홀딩스 관련 시민단체 기자회견을 기사로 실었는데, 기사 게재 2시간 여만에 사라졌고, 뉴스1은 관련 고발기사를 5차례에 걸쳐 작성했지만, 지금은 삭제된 상태다.

기사 삭제 청탁 의혹도 있다. 지난 2015년 6월 경 IDS홀딩스 지점장 전 모 씨는 영업자들을 모아두고 설명회를 열었다. 이 설명회에서 전 씨는 IDS홀딩스 회장 유 씨가 머니투데이 그룹 회장을 만났고, 뉴스1의 IDS홀딩스 비판기사 삭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당시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는 733억 원 규모의 사기·유사수신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도 사기행각을 이어가고 있었다.

전 씨는 "뉴스1 기사는 사라질 거다. 회장님(유 씨)도 오셔서 저에게 얘기했다"면서 "회장하고 술먹었다. 머니투데이 회장하고. 있는 기사 다 내려갈 거야"라는 유 씨의 말을 전했다. 전 씨는 "왜 진작 못했냐"는 영업자들의 질문에 "못한 거다. 하려고 계속 술도 먹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뉴스1 관계자는 기사 삭제에 대해 "우리 기자가 IDS홀딩스 설명회를 잠입취재하다가 몸싸움이 벌어졌고, 합의하는 차원에서 기사를 내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씨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너무 엉뚱한 얘기"라면서 "'유력자를 안다' 이런 차원이 아닌가 싶다"고 해명했다.

IDS홀딩스를 취재하는 기자에게도 청탁이 들어왔다. 유 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미디어스는 인터넷 매체냐, 거긴 기자가 몇 명이냐, 큰 언론사에 가지 왜 거기 있느냐"고 물은 뒤, "OO사나 OO사는 어떠냐, 거기 편집국장과는 오래 전부터 친분이 깊다. 회장도 잘 안다. 내가 말해줄까"라고 회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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