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액션 l 안경남] 한일전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단순한 라이벌전을 넘어 반드시 이겨야하는 전투와도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5월 24일 한일전은 자존심 외에 큰 의미를 찾기 힘든 경기다. 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가상 평가전도 아닌데다, 대표팀의 전력을 점검할 만큼 강한 상대도 아니다. 즉,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평가전이다. 지금 우리에겐 일본을 꺾고 16강에 탈락하는 것보다 일본에 지더라도 16강에 오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물론 일본도 이기고 16강에 오르면 더 바랄게 없겠지만)

하지만 막상 말은 그렇게 해도, 만약 일본에 패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한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언론의 경우, 대표팀의 한일전 패배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며 선수들은 그로인해 더 큰 압박감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이는 선수들의 부상과 함께 이번 한일전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한일전은 그저 하나의 과정일 뿐이며 월드컵 본선을 위한 실험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 비록 해피엔딩이 아닐지라도 지금은 채찍 보다 당근이 필요한 시기다.

이번 한일전에 대한 평가는 크게 세 가지로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첫째는, 대표팀이 승리하며 한국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며, 둘째는 그 반대인 일본의 헤피엔딩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두 팀 모두 별 다른 성과 없이 경기가 끝나는 것이다. 과연, 이번 한일전은 양국 모두에게 약이 될까? 아니면, 월드컵을 앞두고 에이스들이 부상으로 실려 나가는 최악의 한일전으로 기록 될까?

▲ 일본전에 앞서 기자회견을 가진 허정무 감독 ⓒ대한축구협회
▲ 좋은 예 (Good Example)

[한국의 완승, 박주영의 복귀골, 이승렬의 연속골, 오카다 경질]
당연히 한국의 승리다. 무승부 혹은 패배할 경우엔 의미 없는 한일전이지만, 승리로 경기를 장식한다면 이보다 완벽한 평가전도 없다. 라이벌전 승리는 곧 자신감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에콰도르전에 이어 연승가도를 달리며 본선을 앞두고 커다란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다. 좀 더 완벽한 ‘좋은 예’가 되기 위해선, 1) 어떠한 부상도 없어야 한다. 박지성이 부상을 당하는 것보다 일본에 0-10으로 지는 게 더 낫다. 2) 부상에서 회복한 박주영이 결승골로 승리를 이끈다. 이동국이 부상 중인 한국에겐 축복이다. 3) 백업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친다. 이승렬이 에콰도르전에 이어 또 다시 골을 터트린다. 허정무 감독의 머리는 더욱 복잡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에겐 행복한 고민이다.

▲ 일본 대표팀의 오카다 감독 ⓒ대한축구협회
▲ 나쁜 예 (Bad Example)

[일본의 승리, 박지성 전치 8주, 조용형 헛발질]
한일전 최악의 결과는 일본에 지고, 한국의 ‘캡틴’ 박지성이 독일 미하엘 발락의 뒤를 밟는 것이다. 이는 정말이지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한국과 일본 양국의 감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며 다음 한일전은 축구가 아닌 진짜 전쟁이 될 것이다. 이번 한일전은 수중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만큼 부상의 위험도 크다는 얘기다. 물론 이는 일본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의 입장에선 일본의 거친 플레이를 경계하고 있지만, 일본 역시 월드컵 무대를 앞두고 있는 만큼 조심스런 경기를 할 확률이 높다.(생각 없이 4강을 외치고 있지만, 그 정도 눈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발생하는 것이 부상이다.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양박쌍용을 기용하는 것도 좋지만, 굳이 무리해서 수중 한일전에 내보낼 필요는 없다. 일본에 지고 박지성마저 잃는다? 통곡할 일이다.

축구전문블로그 피치액션(http://pitchaction.com)을 운영하고 있다. '축구의 축구에 의한 축구를 위한 축구광(蹴球狂)시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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