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와 관련된 '줄서기 논란'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KBS 차갑진 시청자센터장이 지난 12일 보직 사퇴와 함께 정연주 사장의 편파 방송과 적자 경영을 성토하는 글을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차 센터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정연주 사장을 비롯한 추종 세력들의 비열한 작태가 집요하게 반복되는 것에 한계를 절감한다"며 "만시지탄의 심정으로 시청자센터장 보직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미디어스
차 센터장은 이날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정 사장을 직접 겨냥하며 적자경영과 편파방송, 부도덕성이 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차 센터장은 "정 사장이 공사에 취임한 후 경쟁 관계에 있는 타 방송사는 해마다 수백억 원대의 흑자를 기록하는데도, 유독 공사만 적자 타령을 해대는 무능 적자경영으로 일관해왔다"고 말했다.

차 센터장은 또 "정 사장은 수년전 자신의 집을 팔면서 탈세하고, 아들 병역기피와 관련해 국회에서 태연스레 위증을 했다가 들통 난 뒤에도 사과 한마디 없이 파렴치하다. 그럼에도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임원회의를 주제하는가 하면 공사 내 건물 이곳저곳을 당당히 걸어 다니며 직원들의 인사를 태연히 받는 그는 정말이지 소름 끼치도록 가증스럽다"며 정 사장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차 센터장은 아울러 "공사 안팎에선 작금의 편파 방송이 광기를 띄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특정 후보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산시키고자 겨냥한 아이템, 제목, 커트, 화면 구도를 배치한 반면, 여권의 유력 후보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인상을 주려는 아이템, 제목, 커트, 화면 구도를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 센터장은 지난 9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방송연설 녹화를 위해 KBS를 방문했을 때 녹화 현장을 찾아 이 후보를 배웅하고, 지난달 21일 TV토론회 당시에도 스튜디오를 방문해 이 후보에게 '자연스럽게 하시라' 등의 조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적절한 처신이 문제가 됐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박승규)는 이와 관련해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최근 권력교체기를 틈타 KBS 경영진 가운데 모 인사가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행태를 보인 데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일벌백계 차원의 징계를 강력 촉구한다"며 "KBS는 정치적으로 독립할 때만 진정 국민의 방송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권력교체기 정치권에 줄 대려는 모든 인사들에게 KBS를 떠날 것을 정중하게 충고한다"고 밝혔다.

KBS본부에 따르면 차 센터장은 자신의 처신이 문제가 되자 "대선이라는 중요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경영진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행동이 부적절했음"을 시인하고 "처신에 조심하겠다"며 노조쪽에 사과했다. 그러나 차 센터장은 이틀만에 입장을 바꿔 보직 사퇴의 변으로 KBS의 편파성과 정 사장을 비판할 뿐 자신의 행동에 대한 어떠한 해명이나 사과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KBS 기자협회는 12일 성명을 내고 "자신이 투사(?)가 되기 위해 근거없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공정방송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온 보도본부 전체 기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대선을 앞두고 공정성을 기준으로 시청자들에 정확한 판단기준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대선 후보측 모두로부터 KBS가 가장 공정하게 선거보도에 임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차 씨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궤변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KBS 한 관계자는 "차 센터장은 정년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아 어차피 사규상으로 조만간 보직을 떼게 돼 있다"면서 "정 사장을 공격하고 편파방송 논란을 부추김으로써 스스로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착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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