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27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의당 전당원투표가 시작된다. 그러나 여전히 안철수 대표 측과 통합 반대파 측의 갈등의 골은 깊어만가는 모양새다. 국민의당 내 통합 찬반 측이 갈등을 벌이는 것에 여러 이유가 있지만, 중요하게 거론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통합정당의 이념적 지향이다. 지금까지 국민의당은 양극단을 배제한 중도를 지향한다고 내걸어왔는데, 바른정당과의 합당이 자칫 보수성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22일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국민의당 일각에서 보수라는 말, 중도라는 말에 대해 이런 저런 표현의 문제가 있지만 저는 개혁의 내용, 방향, 콘텐츠가 같으면 개혁연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바른정당은 개혁보수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중도보수라는 이념과 노선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는 늘 우리의 정체성이 보수에 있다"면서 "그것도 새로운 보수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지난 11월 당 대표 선출 직후에도 '중도보수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통합 반대파인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21일 "안철수 대표는 대선 TV토론 때부터 유승민 대표에게 끌려왔고, 지금 합당 추진 과정에서도 그렇고, 결국 우리당의 정체성과 가치도 그쪽(보수)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역사의 흐름은 한 단면을 보면 지저분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도도히 흘러간다"면서 "안철수 대표가 보수야합, 합당을 그렇게 하고 싶다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인간만사 세상의 이치처럼 당을 나가서 하는 게 도리"라고 꼬집었다.
결국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 바른정당 통합 시 가져갈 이념적 지향점을 명확히 제시하고 조율자 역할을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안 대표 본인조차도 정확한 이념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7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안철수 대표는 통합정당의 이념 지향을 묻는 질문에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통합이 된다고 가정했을 때 통합된 정당의 지향점과 정체성은 뭐냐"는 질문에 안 대표는 "저희들은 세 가지 비전을 갖고 있다. 우선 개혁정당, 그리고 국민통합정당, 그리고 미래를 지향하는 정당, 그런 정당을 꼭 만들고 싶다"고 정체성에 대한 답변을 회피했다.
신율 교수가 "이념적 정체성이 뭐냐"고 질문을 바꾸자, 안철수 대표는 "저희들은 합리적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두 당은 기득권 정당이고, 거기로부터 저희들은 개혁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모인 합리적 개혁을 지향한다"고 동문서답했다.
안철수 대표의 답변에 신율 교수는 "기득권과 개혁이라는 것은 이념적 정체성이라기보다는 그것의 구조에서 파생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 교수가 "중도라고 보세요, 진보라고 보세요, 아니면 보수라고 보시느냐"고 재차 묻자, 그제서야 안철수 대표는 "저희들은 중도개혁을 지향하고 있다"고 답했다.
신율 교수가 "유승민 대표는 보수라고 얘기했다. '보수는 버릴 수 없다'고 그랬다"고 지적하자, 안철수 대표는 "저희들이 지금 국민의당은 합리적인 진보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바른정당은 개혁적인 보수에서 출발했다"면서 "그래서 둘이 합하면 바로 합리적인 개혁 세력이 양 날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저는 믿는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