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막바지다. 세상에 온갖 소문이 떠돌고 있다. 최근 대표적인 음모설이 3가지 있다.

먼저, 노무현 대통령의 ‘MB지지설’이다. 한나라당이 강력하게 문제제기함으로써 공개적으로 드러난 음모설인데, 그것은 바로 노대통령이 이명박 후보를 공개 지지한다는 시나리오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황당해 하는 이 사건은 술자리에서 시작된 우스개 소리였는데, 한나라당이 ‘웃자고 한 소리’에 ‘진지하고 화난 얼굴’로 발본색원하겠다고 경고함으로써 술자리에서 술자리로 이어지며, 희희덕거리던 주당들의 재미를 앗아간 사건이다. 내용인즉, 노 대통령이 이명박 후보를 공개지지 하는 순간 이 후보의 지지율이 최소 10%하락한다는 이야기로, 혹시라도 노대통령이 이 후보를 지지할까봐 한나라당이 선수치고 나온 장면은 많은 주당들에게 폭소를 자아내게 한 사건이다.

3대 음모설 : ‘노 대통령 MB지지설’ ‘총기탈취 한나라 배후설’ ‘기름유출 삼성 배후설’

▲ 파이낸셜뉴스 12월12일자 10면.
또 한편 강화도 총기탈취 배후에 한나라당이 있다는 음모론이다. 아무래도 다른 선거 캠프에서 입소문전략을 구사한 혐의가 짙은 사건이다. 총기탈취 직후 한나라당이 이명박 후보 경호를 훨씬 더 강화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빚어진 촌극으로, 정치공작에 능한 자들이 이 순간을 포착해서 퍼뜨린 소문으로 판단된다.

마지막 음모론이 바로 삼성중공업의 예인선이 의도적으로 유조선을 들이박아 삼성비자금에 쏠린 국민들의 시선을 서해바다로 돌렸다는 시시껄렁한 이야기다. 이명박 후보의 독주, 요지부동 선거판의 영향으로 인해, 까기도 전에 속에 뭐가 들어 있는 지 예측되는 투표함으로 인해, 시들해진 대선정국으로 인해, 삼성비자금 문제가 더 이상 숨을 수 없었기 때문에 삼성이 전략적으로 초점 흐리기 사건으로 조작했다는 것. 삼성을 비판하다가 삼성을 아예 사람의 집단이 아닌 괴물집단으로 만들어버리는 집단인격살해성 루머다.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내년의 삶에 대해서 희망보다는 절망이 훨씬 더 깊게, 각자의 삶에 배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의 하나로 보인다. 평소 같으면 결코 믿을 수 없는 그리고 웃기도 않을 이야기가 우스개 소리로 둔갑하여 노무현정권을 ‘웃기는 집단’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 동안 그 판단이 옳든 그르든 국민들이 갖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분노가 대통령 선거 시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과 더불어 지금의 수입으로 내 집 갖기 꿈이 사라진 상황에서 조중동이 발목을 잡았든 국회가 누더기를 만들었던 노무현정권의 의지가 부족했던, 그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보다는 감각적으로 ‘저 놈 때문에 망했다’는 희생양을 우리 국민들은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절망적 삶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퇴행적’ 현상

총기탈취사건의 배후설로 한나라당을 지목한 이유도 그렇게 본다. 일방적인 이명박 후보의 독주체제에서마저 단순사건사고를 정치적 호재로 활용, 경호강화론을 펼친 한나라당을 비꼬며, 음모론으로까지 비화시킨 사건이 사건의 본질로 보인다. 야구에서 5대 1로 앞서고 있는 팀이 9회 초에 번트플레이를 함으로써 관중들이 물병을 던지며 짜증을 내는 심리라고 할 수 있겠다.

서해안 기름유출사건에 대한 삼성배후설도, 삼성이 가진 돈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신화’, 아주 부정적인 이런 신화가 삼성중공업 예인선에 의해서 발생한 이 사고를 비자금 분노 여론의 희석화 공작으로 보는 시선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삼성은 더 이상 사람들의 집단이 아니라 극단적인 기업이기주의에 빠진 비정상적인 인간들의 집단으로 매도함으로써, 팍팍한 현재의 삶에서 ‘공공의 적’을 만들어놓고 그 적을 향해서 발길질하는 심리가 아니겠는가!

특히 한국언론의 대선관련 삼성관련 보도에 대한 깊은 불신감, 특정후보에 줄 서기 줄 대기한 주류신문과 삼성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주류언론에 대한 배신감 등이 유언비어에 의존하는 후진국형 술자리 우스개 소리가 더 강력한 전파능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의 심각성을 되짚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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