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꺾이지 않는 저항정신이 짜릿했다. 7주의 재방을 견딘 시청자에게 MBC예능은 기다렸던 만큼 큰 재미를 주었다. 초파일 연휴가 낀 주말이라 시청률의 탄력성이 다소 떨어질 것이라 예상되지만 간만에 한껏 웃을 수 있었던 주말을 만들기에 일말의 부족감은 보이지 않았다. 1부 이후 7주의 공백이 있었지만 2부로 이어진 예능의 신은 충분한 시간을 가진 만큼 크고 작은 반전의 함정에 시청자를 마구 빠뜨렸다.

그런 속에 정형돈의 예능 실전 편에서 변기를 소품으로 등장시키면서 무한도전 애청자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방통위에 대한 도발을 단행했다. 정형돈이 변기에 앉자마자 “똥 나올 거 같다”고 하자 PD는 자막으로 ‘역시 무한도전 공식 대변인’이라는 커다란 자막으로 방통위 권고에는 아랑곳 않는 태도를 보였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상황극 편에서는 정준하가 똥차를 언급하였다.

두 장면 모두 폭소와 실소가 섞였다. 두 장면에서 가능한 것은 폭소뿐이었으나 방통위의 저의가 의심스러운 무한도전 제재를 기억하는 시청자라면 실소를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무한도전은 방통위에 굴복하지 않는 자세로 인해 일상적인 장면에서 큰 웃음을 담을 있었으니 방통위가 무한도전에 꼭 부정적 영향만 끼치는 것만도 아닌 듯싶다.

한편 하루 전날 KBS 청춘불패에서도 김신영이 똥 이야기를 했다. G7표 고추장과 관련한 시청자 의견 중에 “웃겨서 똥 나온다”는 것을 김신영이 읽고, 그 자막에 무한도전과 마찬가지인 이모티콘이 사용되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방통위가 이번에도 두 프로그램에 대해서 똑같은 제재를 가하게 될지 아니면 못 본 척 그냥 지나갈지 궁금해진다.

사실 예능은 즐거움을 주는 것이 일차적 목표이다. 시사프로그램이 버젓이 존재하는 상황 속에서 예능이 정부기관에 대해서 저항의 모습을 목격하는 일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웃기려는 프로그램에서 저항이란 단어를 발견하게 될까 싶다. 이것은 물론 무한도전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은 동혁이형, 술푸게 하는 세상 등에 이미 정치권의 저격이 있어왔다.

코미디는 기본적으로 풍자와 해학을 골간으로 하는 장르이다. 예능의 모태는 당연히 코미디인 까닭에 예능이지만 무한도전이 딱히 풍자나 비판까지는 아니어도 다양한 방법으로 세태를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들을 읽을 수 있었다. 그것이 시청률과 상관없이 무한도전을 평가하는데 커다란 전제가 되어 시사보도 분야에서 PD수첩과 예능의 무한도전을 소위 개념 있는 프로그램으로 당연히 꼽게 된다.

또 그렇게 때문에 방통위가 순수 한글인 똥이란 말을 비속어로 비하하는 우를 범하면서까지 무한도전을 제재하려는 것에 딱히 무한도전 팬이 아니라도 발끈하게 된다. 잃었던 7주간의 웃음을 되찾은 것도 반갑지만 무한도전의 흔들리지 않는 고집 역시도 반갑다. 그것을 굳이 저항이라는 딱딱한 말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한국 리얼버라이어티의 원조로서 갖는 장인정신 아니 광대들의 ‘쟁이’정신이 아닐까 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