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상암벌은 뜨거웠다. 월드컵이 아닌 이슈로 이날처럼 상암 월드컵경기장이 뜨거웠던 날은 없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인기 아이돌이 총출동하는 드림콘서트인 만큼 쏟아지는 비에도 아랑곳 않는 팬들의 응원열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이번 드림콘서트도 시작 전부터 팬덤 간의 불화로 인해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주변의 우려를 낳은 바 있다. 소녀시대에 대한 공격적 태도는 올해에도 있었지만 정작 더 큰 사고가 다른 곳에서 터져 나왔다.

올해 가장 뜨거운 이슈의 주인공인 2PM이 무대에 올랐을 때 전 멤버 박재범의 이름을 크게 연호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여전히 2PM을 응원하는 팬덤도 존재했지만 그 목소리는 박재범을 연호하는 더 큰 소리에 묻혀버렸다고 한다. 이미 박재범 탈퇴조치 이후 여러 곳에서 경험한 바 있었겠지만 드림콘서트라는 큰 무대에서 겪는 기분은 평소보다 더했을 것이다.
드림콘서트에서 팬덤이 저지른 대표적인 물의는 소녀시대를 향한 소위 텐미닛 사건이었다. 이번 2PM에 대한 연호테러는 텐미닛에 버금가는 충격을 주고 있다. 원래 2PM의 팬클럽인 핫티스트의 일부는 재범의 탈퇴와 함께 탈퇴해서 속칭 안티스트가 되었지만 재범 팬석이 없는 상황 속에 벌어진 연호테러는 그 주체가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 그렇지만 누구라고 할 것이 2PM에 대한 야유에 동조하는 현장분위기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PM에 대한 언급은 대단히 조심스럽다. 실체적 진실이 가려진 채 상황만으로 2PM은 배신돌이 되었고, 박재범은 배신당한 영혼이 되어 언제 한국비하로 마녀재판에 올랐었나 싶을 정도로 영웅이 되어 있다. 이대로 모두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아직은 2PM이 옳다 그르다 확정지을 단계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군중심리는 깊은 생각을 수반하지 않는다.

군중 속에 누군가 돌을 맞을 때 은근슬쩍 돌 하나를 집어서 던지기는 쉬워도 돌팔매를 막아주는 일은 없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드림콘서트의 연호테러는 단순한 군중심리를 이용한 누군가에 의해서 벌어진 해프닝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과거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팬덤 전쟁으로 불려 지는 드림콘서트가 진정 청소년의 꿈을 희망을 심어줄 거라 믿는 사람은 없다. 하다못해 축제라도 된다면 좋겠지만 굳이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드림콘서트를 축제로 볼 수는 없다.

방송사에서 녹화중계도 해주기는 하지만 드림콘서트는 전적으로 아이돌 중심의 콘서트이다. 팬덤 간의 편치 않은 관계를 모를 리 없는 연제협은 별다른 고민의 흔적 없이 매해 콘서트를 열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입장료가 있는 지정좌석제를 도입했지만 소속사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 팬덤 간의 공방이 콘서트가 진행되는 순간까지도 시끄럽게 진행되었고, 일부 팬덤들의 침묵시위도 있었다.

팬덤 어디로 돌아봐도 드림콘서트 후기에 행복했다, 즐거웠다, 내년이 기다려진다는 말은 찾아볼 수 없고 대신 전쟁이니 사실 확인이니 하는 살벌한 단어들만 즐비하다. 이렇게 부작용밖에 없는 드림콘서트라면 언제고 단순한 침묵이나 야유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상시 내재되어 불안할 뿐이다. 이 백해무익한 드림콘서트를 과연 왜 해야 하며, 또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드림콘서트, 굳이 꿈이라면 악몽일 따름이다. 다른 팬덤에 대한 공격을 부추기는 드림콘서트라면 없어져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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