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4월 25일 잠실 한화전에서 3:0으로 승리한 LG는 12승 9패 1무로 승패 마진 +2를 기록하며 3위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4월 27일과 4월 28일 연속으로 잠실 삼성전이 우천 취소되며 등판이 이틀 밀린 에이스 봉중근이 4월 29일 등판했지만, 7회초 2사 만루에서 최형우에 빗맞은 안타를 허용하며 2실점했고, 결국 3:2로 패했습니다. 이후 LG는 15경기에서 2승 13패의 극도의 부진으로 7위까지 추락했습니다. 비와 삼성전, 그리고 봉중근이라는 묘한 조합으로부터 LG의 몰락이 시작된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 타선의 폭발로 롯데에 대승을 거두며 5연패에서 벗어난 후, 다시 삼성을 만났고, 또 다시 우천으로 화요일 경기가 취소되면서 오늘 봉중근이 등판했다는 점에서 한 달 여 전의 상황이 연상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4월말의 비는 LG의 연승 흐름을 끊고 봉중근의 페이스를 흐트러뜨렸지만, 5월 18일의 비는 LG가 모처럼 연승을 이어가며 5일을 쉬고 등판한 봉중근의 호투와 승리로 이어졌습니다.

▲ 봉중근 ⓒLG트윈스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볼넷을 얻어내며 선구안이 가장 좋은 팀답게 삼성은 1회말부터 끈질기게 커트하며 봉중근의 투구수를 늘려갔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1회말부터 3회말까지 매 이닝 주자가 있는 위기 상황에서 삼진으로 이닝을 종료시키며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한계 투구수 100개가 넘어간 상황에서 6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 이전까지 끈질긴 커트로 자신을 괴롭혔던 중심 타자 최형우와 채태인을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고 진갑용마저 땅볼로 잡아 이닝을 깔끔히 삼자 범퇴로 종료시키며 마운드를 내려온 것은 봉중근의 강인한 정신력을 상징하는 압권이었습니다. 4일 휴식 후 등판에서는 다소 불안한 모습이더니 비로 인해 5일 휴식을 취한 후 등판에서는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봉중근은 120개의 공을 던지며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을 세웠는데, 투구수가 많았으니 가급적 4일 휴식이 아닌 5일 이상의 휴식이 주어지는 것이 바람직해보입니다.

작년 5월 20일 기아전에서 김정민이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고 시즌 아웃된 뒤, LG가 급속히 몰락한 것은 김정민의 부상 공백을 조인성을 비롯한 다른 포수들이 메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선수 개인의 부상은 그 선수에게는 당연히 불행한 것이며, 그 공백을 메우지 못할 경우 팀에도 엄청난 부담이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제 박경수와 박용근의 부상으로 인한 공백이 어느 정도인가가 오늘 경기의 초점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올 시즌 첫 1군에 등록되어 3루수로 출장한 권용관은 공수 모두에서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습니다.

권용관은 1회말 1사 후 신명철의 큰 바운드의 땅볼 타구를 점프 캐치하며 아웃 처리했는데, 삼성의 중심 타선으로 연결되는 흐름이었으니 권용관의 호수비는 유의미한 것이었습니다. 2회초에는 1사 2루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로 첫 타석에서 안타와 타점을 동시에 올렸으며, 결국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기록했습니다. 9회말에는 오지환을 대신해 주 포지션이었던 유격수에 복귀해 세 개의 아웃 카운트를 모두 땅볼 처리하며 내야 어떤 포지션도 든든히 수행할 수 있음을 과시했습니다.

어제까지 5경기 중 4경기에서 멀티 히트를 기록했던 김태완은 2루수로 옮겨서 3회말 선두 타자 이영욱의 땅볼 타구에 실책을 범하며 실점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5회초에는 이를 만회하려는 듯, 1사 1루에서 초구 히트 앤드 런 사인이 나오자 바깥쪽 빠지는 공에 방망이를 던지며 파울로 만들어 1루 주자 조인성의 2루 횡사를 막는 팀플레이를 선보였고, 결국 좌전 안타로 기회를 이어가 이대형의 밀어내기 볼넷 득점까지 다리를 놓았습니다.

권용관과 김태완의 활약은 박경수와 박용근의 부상 공백을 메우며, 부상이 완벽히 낫지 않은 정성훈에게 충분한 시간을 부여하고, 최근 타격 부진에 빠진 오지환에게도 상당한 자극제가 될 것입니다. 과거 LG의 내야진은 주전이 부진해도 백업 멤버가 마땅치 않아, 탄탄한 외야에 비해 공수 모든 면에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인데, 올 시즌 만큼은 달라진 모습입니다.

하지만 1군 콜업 후 맹타를 휘두르다 2경기 연속 무안타를 기록한 서동욱이나, 최근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오늘도 7회말 등판하자마자 스트레이트 볼넷과 안타로 두 명의 주자를 출루시켜 결국 모두 자책점으로 떠안은 이동현의 부진은 다소 우려스럽습니다.

LG는 오늘 승리로 승패 마진을 -6까지 줄였고, SK에 패한 넥센을 제치고 6위로 올라섰으며, 4위 기아와는 고작 2경기 차 밖에 되지 않습니다. 내일부터는 두산과의 3연전인데, 최근 두산이 3경기 연속 역전패로 침체된 상황인데다 계투진의 소모가 심해 LG로서도 해볼만 합니다. 지난 3경기에서 그랬듯이 타선이 초반에 폭발해 이현승을 조기에 강판시키면, 피로가 누적된 두산 계투진을 상대로 편안한 경기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내일 경기가 주말 3연전의 첫날이라는 점에서 두산 계투진을 얼마나 빨리 끌어내느냐가 관건입니다. 최근 1번 타자와 4번 타자가 제몫을 해주고 있는 LG 타선이니 타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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