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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 예감에도 속도 붙는 국민-바른 통합명분 없는 통합에 반대파 전당대회 물리적 저지 가능성 까지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12.22 09:16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절차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전당원투표 제안이라는 승부수 던진 이후 21일 국민의당 당무위원회는 이번 달 27일에서 31일까지 통합 찬반과 관련한 안철수 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투표 실시를 의결했다. 바른정당은 즉각 환영 입장을 내고 오신환, 정운천 의원을 교섭대표로 정해 공식적인 통합 관련 교섭 창구를 만드는 작업에 돌입했다.

국민의당 내 통합반대파들은 극한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의원 등은 21일 오전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일제히 출연해 안철수 대표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에 나섰다. 당원투표를 보이콧 하겠다고도 한다. 더 이상 노선을 둘러싼 어떤 논쟁이 아닌, 서로 당을 나가라고 손가락질 하는 전형적인 충돌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통합반대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작업은 당분간 속도감 있게 진행될 전망이다. 박지원 의원 등도 이 점은 대개 인정하고 있다. 21일 전당원투표에 관한 세부안을 결정한 당무위원회가 안철수 대표에 가까운 인사들로 구성돼있고 이후 과정을 책임질 선거관리위원회도 같은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전당원투표의 결과 역시도 안철수 대표가 원하는 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에 당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의 상당수가 ‘안철수’라는 정치인의 지지자인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원투표가 당의 진로와 관련한 법적구속력을 바로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합당이나 해산 등은 당헌 당규 상의 최고의결기구인 전당대회의 결정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보면 당원투표는 당원의 총의를 모은 결과를 정치적 명분으로 해서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절차적으로 보면 당원투표 이후 치러질 전당대회의 향방이 더 중요하다.

통합반대파들은 “전당대회는 절대 치를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진단을 들어보면 전당대회가 정족수 등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무산될 가능성은 오히려 크지 않아 보인다. 전당대회는 다른 정당으로 치면 대의원의 지위인 대표당원들이 모여 치르게 된다. 국민의당 소속 현역 의원들은 대개 호남 지역을 지역구로 하는데, 이외의 지역은 원외당협위원장들이 대표당원 선출과 파견을 지휘하게 된다.

그런데 원외당협위원장들은 대개 안철수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인 만큼 전당대회는 성사될 가능성이 더 크다. 상황이 이런데도 통합반대파들은 전당대회는 쉽게 치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는 “전당대회가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얘기라기보다는 “전당대회 개최를 막을 것”이라는 의사 표시로 받아들이는 게 합리적일 것 같다.

당장 당원투표의 정당성을 둘러싸고 일종의 법적 쟁점이 제기되는 것을 보면 그렇다. 21일 당무위원회에서 통합반대파들은 당헌 당규 상의 당원투표 조항을 들어 강한 문제제기를 했다. 투표 대상의 3분의 1이 참여해야 하고 여기서 과반을 넘겨야 가결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을 이번 당원 투표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파들은 여러 이유를 들어 그럴 필요가 없다는 반론을 제기하며 이런 주장을 일축했다. 이 결과 당원투표는 정족수 규정이 사실상 없는 상태로 진행되게 됐다.

이렇게 되면 통합반대파들이 보이콧을 선택하더라도 당원투표를 무산시킬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보이콧’의 결과는 일종의 해석투쟁이 될 수밖에 없는데 저조한 투표율을 들어 당원투표의 정당성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통합반대파들이 앞서 언급한 당헌 당규 상의 ‘3분의 1’ 조항을 근거로 추가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미 정동영 의원 등은 당원 투표의 불법성을 들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당무위원회의에 참석해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서 발언하자 참석한 당문위원들과 의원들이 굳은표정으로 안 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통합반대파의 이런 여러 주장에도 안철수 대표와 통합파들은 일을 밀어 붙이듯 할 것이다. 결국 내년 초 전당대회 개최는 기정사실에 가깝다. 통합반대파들이 “전당대회는 개최할 수 없다”고 했는데 실제 그렇게 만들려면 남는 방법은 물리적 저지뿐이다. 이대로 가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을 다루는 전당대회는 온갖 고성과 욕설, 몸싸움으로 얼룩진 난장판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양쪽은 서로를 비난하면서 전당대회가 성사된 것인지 아닌지를 놓고 아전인수로 일관할 것이고 결국 이런 과정을 거쳐 국민의당은 분당될 것이다.

안철수 대표 등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면 시너지 효과로 자유한국당을 누를 수 있는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험한 일들을 거친 후에도 장밋빛 전망이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높은 지지율을 확보한다고 해도 국회 내에서 이를 반영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도 장담할 수 없다. 원내의 정치활동은 여론조사 상의 지지율보다는 국회의원의 숫자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상의 높은 지지율이 위력을 발휘할만한 장은 내년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정도다. 그런데 이 경우도 통합된 정치세력이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선거에서 2등은 패배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중대선거구가 적용되는 일부 기초의원 당선 등을 성과로 내세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방선거 대응에 있어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평가를 막기 위해 안철수 대표가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 역시도 성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가장 파괴력이 큰 것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선택지일 텐데,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시장과 여당의 쟁쟁한 인물들이 경선을 벌이는 판에서 안철수 대표가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 전망하기가 어렵다.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경우 승리할 수 있지만 대선 후보 출마로 사퇴한 국회의원직을 다시 되찾는 정도의 성과로 기록될 뿐이다.

오히려 양당 통합은 지방선거판을 중도보수통합에 가까운 쪽으로 옮겨가는 결과를 낼 수 있다. 지금이야 국민의당 통합파와 바른정당이 모두 자유한국당은 통합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양쪽 모두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제외하고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에 도전할 카드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명시적으로 자유한국당과 선거연대를 선언하지 않더라도 ‘이심전심’으로 야권의 표심을 나눠 갖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거다.

결국 2022년 대통령 선거에 유리한 판을 만들겠다는 것 말고는 안철수 대표가 통합을 굳이 지금 추진해야 할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는 정치는 생물과 같다는 말이 있듯 2022년까지 이르는 과정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보면 명분으로도 공학으로도 과연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최선이 선택인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럼에도 어쨌든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이게 ‘안철수’라는 정치인의 끝이 될지 아니면 불가사의한 부활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지만 적어도 이상적 정치행위에 해당하는 건 아니라는 평가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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