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필요악’이라는 ‘술과의 전쟁’을 벌인다. 기자도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예외는 아니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음주 후유증과 씨름하고 있다. 편두통(migraine)도 있다. 음주 후 두통은 알콜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가 생성되어 나타난다.
기자가 시골에서 농사지으면서 고등학교 1학년(1974년)때부터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했으니 33년 동안 술을 '장기복용' 한 셈이다. 1984년 3월에 견습기자 시작 후 만 23년 동안 기자 노릇을 한 셈인데 그 중 만 8년 1개월을 노동조합 전임(專任)으로 일하는 동안 소주와 맥주로 만든 폭탄주(boiler-maker)도 많이 마셨다. 후유증이 없을 수 없다.
반면교사 차원에서 외람되게 숙취 해소하는 방법 등에 관해 소개한다. 독자들도 각자 나름대로 노하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자기에 맞는 방법을 찾거나 취사선택하시기 바란다.
콩나물, 북어가 없으면 ‘쌀물’도 대안이 된다
우선 숙취 해소용으로 떠오르는 것이 북어국과 콩나물국이다. 콩나물 잔뿌리에 특히 많은 아스파라긴이 알콜 분해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처 이런 재료가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
제일 좋은 것이 쌀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쌀을 작은 밥 공기 하나 정도 물에 불린다. 불린 다음 물을 약간 붓고 믹서기에 그대로 간 다음 ‘쌀 물’을 한 대접 정도 마신다. 쌀 뜨물이 아니라 쌀 물이다. 쌀 물이 위와 장의 벽을 씻어 내려가며 알콜도 함께 분해하고 위장을 코팅하는 셈이다.
쌀 물을 만들어 마시는 것이 귀찮은 분들은 이런 방법도 있다. 우선 라면을 끓인다. 콩나물이 있으면 넣는 것이 좋다. 꼭 넣어야 할 것이 매운 청양고추다. 매운 청양고추를 총총히 썰어넣고 밥도 반 공기 정도 말아서 먹으면 땀이 나면서 술이 깨게 된다.
그러나 위염이 심하거나 위궤양 등이 있는 사람은 매운 고추를 먹을 때 조심해야 한다. 먹더라도 아주 조금씩 먹는 것이 좋다.
짠 것은 무조건 몸에 안좋지만 (매운) 고추에 들어있는 '켚사이신'이라는 성분이 가벼운 위염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는 미국 등 선진국 의학계의 연구 보고가 많이 나와 있다.
참고로 언론노조에서 일하는 60대 중반의 선배 한 분은 얼마 전 청양고추를 먹고 나서 경련을 일으켜 기절하는 바람에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다. 30대 초반에 위 수술을 받았던 분인데 술과 담배를 끊고 마라톤을 시작해 지금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20KM씩 달리는 분이다. 100KM(산악마라톤) 등에도 나가 20대 젊은이 보다 앞질러 들어오는 철인인데도 말이다.
술 마신 다음날 무조건 찬물을 계속 마셔야
그러나 무엇보다 물(찬물이면 더 효과가 좋음)을 계속 마시는 것이 좋다. 동치미 국물이나 그냥 김치국도 괜찮다. 찬 물로 머리를 감고 손발까지 찬 물로 씻는 것도 술을 빨리 깨는데 도움이 된다.
술 마신 다음날 점심에 자장면을 먹으면 숙취가 해소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일리가 있다. 자장면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야채와 돼지고기 등이 알콜 분해로 소진된 각종 영양소를 공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사우나 위험할 수도
술을 많이 마신 다음에 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목욕탕에 가서 (습식 혹은 건식) 사우나에 들어가 급격하게 빠른 시간 안에 땀을 흘리려 할 경우 사망 등 심각한 부작용이 올 수도 있다. 그런 불상사가 주위에서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소개한 어떤 방법보다도 중요한 것은 술을 적게 마시는 것이다. 문제는 그게 잘 안된다는 데 있다.
술 마시는 순서도 중요
술을 마시는 순서도 중요하다. 기자 자신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많은 애주가들이 폭음하는 과정이나 순서는 거의 비슷하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먹고, 술이 약간 들어가면 술이 술을 먹는 단계가 되고 마지막으로 술이 사람을 먹는다.”
그런데 술에 취해 택시를 탄 것까지는 다음날 아침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술을 상당량 마시고 나면 40분 정도 후에 취기가 최고조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택시 안에서 혹은 집에 가는 동안 대부분 취기가 최고조에 달해 이른바 ‘필름이 끊기는’ 것이다. 밥을 먹고 나면 20분 정도 후에 포만감이 오게 되는 원리와 비슷하다. 그래서 밥도 천천히 먹어야 적게 먹게 된다.
굳이 피할 수 없는 자리에서 혹은 분위기 때문에, 기자들의 경우 중요한 취재원 만나서 작심하고 특종거리를 얻어내려고 하는 경우 술을 많이 마시게 된다. 그렇더라도 가급적 덜 취하려면 술을 마시는 순서를 지켜야 한다.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 마시는 순서가 거꾸로인 경우가 많다.
약한 술을 처음에 조금씩 마셔 몸에다 술이 들어간다는 신호를 보내 ‘장기가 준비하게’ 해야 한다. 그런 다음 독한 술로 가는 것이 좋다.
‘Whisky on beer is beer. Beer on whisky is whisky.’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Whisky on beer is beer. Beer on whisky is whisky." 무슨 뜻이냐면, 처음부터 독한 술을 많이 마신 뒤에 (입가심으로) 맥주 등 약한 술을 마시면 나중에 들어가는 맥주 등 약한 술이 몸에는 전부 위스키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에 맥주 등 약한 술로 몸을 달랜 다음에 마시는 약간의 위스키는 몸에 크게 부담이 되지 않고 맥주처럼 약하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이 얘기는 기자가 지어 낸 것이 아니라 84년 언론연구원(현 언론재단)에서 견습기자 교육을 4주 받을 당시 서울대 약대 명예교수였던 홍문화 박사께서 ‘언론인과 건강’이라는 주제로 2시간 동안 특강을 하시면서 들려준 내용이다.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화학방정식을 가장 많이 머릿속에 외우고 있는 분으로 알려진 홍 박사님은 폭탄주가 몸속에 들어가면 왜 ‘파괴적이고 폭발적으로 화학반응이 일어나는지’ 방정식을 써가며 설명해 주셨다. 아울러 술을 마시면서 담배까지 피우면 왜 술이 빨리 취하고 깨는데도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지도 친절히 설명해 주신 기억이 난다. 이 글을 빌어 늦게나마 그 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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