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제가 이 공간에 올린 글들을 접해보신 분들은 익히 아시겠지만, 전 기본적으로 연예인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이 침해받거나, 스스로 이를 이용해서 어떤 웃음이나 재미를 이끌어 내려는 시도 자체를 못마땅해 하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과거나 친분관계, 개인적인 삶의 영역을 팔아먹거나, 이 때문에 고통 받거나 힘겨워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재능과 능력으로 평가받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 어떤 스캔들이 되었던, 추문과 험담이 되었던 그런 사건들이 한 재능 있는 방송인의 미래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연애인이 아니라 연예인이니까요.

하지만 정선희, 그녀에 대해서만큼은 이런 저의 생각이 몹시나 흔들리는 것을 느낍니다. 결국 자기 자신 밖에는 알 수 없는 개인적인 아픔들, 살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당연한 논리, 첨예하게 주장이 엇갈리는 논란 속에서 어느 한 편만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며 누가 나쁘다,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정죄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녀에게는 이런 잡음이 너무나 많고 너무나 길게 그 파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을 판단하고 결정하기 이전에, 정선희란 이름은 그녀의 재능이 빛을 발해야 하는 감정인 웃음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위치로 떨어져 버렸어요.

누구의 탓을 할 수 없는 그녀 스스로가 자초한 굴레입니다. 누구보다도 본인이 가장 힘겨운 일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그 수많은 의혹과 문제 제기에 대해 어떠한 해결의지도 보이지 않은 채 그저 묵묵부답만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침묵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의 억측만 눈덩이처럼 부풀어 올라 버렸구요. 단순히 사람들의 궁금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한 때 가족이었던 시댁 사람들의 비극이 이어졌지만 결국 그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의문부호만 잔뜩 남아버렸습니다. 그런 의문부호들을 짊어지고 있는 한, 개그우먼이자 진행자인 정선희에게 긍정적인 웃음을 보내기란 결코 쉽지 않아요. 그녀의 재능이 아깝고, 정선희만의 웃음 포인트가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이전처럼 유쾌하게 웃을 수 있을지 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런 일각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차츰 보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터줏대감이었던 라디오 DJ를 시작으로, 이경실과 함께 시작한 철퍼덕 하우스로 케이블 TV에서의 MC 활동 재개, 그리고 이젠 케이블에서 제작 예정인 남자의 자격 여자 버전인 새로운 리얼 버라이어티, 여자의 자격에도 이경실, 김신영과 함께 탑승한다고 하는군요. 이렇게 조금씩 조심스럽게 재개하는 그녀의 복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곤혹스럽습니다. 살 사람은 살아야한다는 얼핏 당연한 대명제를 앞세우고 있지만, 그녀가 가장 큰 피해자이자 비극의 주인공이라는 것 역시도 알고 있지만 단순히 동정만 하기에는, 그녀의 선택을 긍정만 하기에는 그 뒤의 그림자가 너무 길고 잔혹하거든요.

뭐 다른 수많은 연예인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결국은 시청자들의 선택이 그녀의 미래를 결정하게 되겠죠. 그녀가 만들어내는 웃음의 힘이 그런 부정적인 시선을 걷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결국 그 그림자가 그녀를 묻어버리고 말 것인지는 그녀의 노력만큼이나 그것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 달려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선택을 위해서 조금만이라도 그 어두움을 걷어낼 수 있도록, 복귀를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 시댁 식구에게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그 모든 아픔을 겪은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 개선에도 약간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어떨까요? 남의 개인사에 참견하는 것이 오지랖 넓은 짓, 쓸데없는 참견인 것은 알고 있지만 그만큼 그녀의 재능이 아쉽고 해결해야할 문제를 모른척하며 복귀를 노리는 그녀의 방법이 안타깝습니다. 정선희라는 커다란, 민감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여자의 자격의 성공은 달성되기 힘든 과제가 될 것이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