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가 ML 잔류가 아닌 LG와 4년 계약을 맺었다. 전날 두산과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이 계약은 예고되었다. 두산은 뒤늦게 협상과 관련해 다른 입장을 내보이며 김현수가 두산과는 협상 의지가 없음을 명확하게 했다. 스토브리그 시작 전부터 김현수 영입을 공개적으로 밝힌 LG는 엄청난 금액으로 영입에 성공했다.

김현수 115억 복귀, 과연 엄청난 금액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을까?

김현수가 좋은 선수라는 것은 분명하다. 국내 리그에서 꾸준함을 자랑해왔고, 이를 기반으로 ML 진출까지 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그는 이방인이었고, 수시로 자신의 능력을 검증받아야 했고 증명해야 했다. 2년 동안 김현수의 ML 성적은 좋지 않았다.

박병호도 그랬지만, 외국인 선수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않는 곳이 메이저리그다. 워낙 많은 선수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굳이 이방인을 믿고 기용할 이유가 그들에게는 없으니 말이다. 제대로 출장이 보장되었다면 그들이 현재의 기록보다 좋은 내용을 보였을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기회를 잡지 못한 것 역시 실력이 가져온 결과다.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하고 을에서 갑이 되어야 하는 것 역시 프로의 세계다. 야구를 시작하며 꿈이었던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거대한 성취를 한 것 자체는 개인의 만족이다.

김현수(29)가 메이저리그에 대한 미련을 접고 LG 트윈스와 4년 총액 115억원(계약금 65억원, 연봉 5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LG 트윈스 제공=연합뉴스]

메이저리그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명확하지는 않다. 좀 더 다양한 선수들을 만나고 경험해봤다는 것이 큰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불안정한 위치로 인해 이를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는 것은 약점이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ML 잔류를 생각했다는 김현수가 마음을 돌린 것은 무엇 때문일까?

많은 팀에서 오퍼가 들어왔다고 했다. 하지만 보다 많은 출전을 위해 국내로 복귀했다고 했다. 그게 이유의 전부가 되기는 힘들다. 115억이라는 금액은 엄청나다. 4년 계약이라는 점에서 김현수는 상황에 따라 FA를 더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미국 진출로 이미 엄청난 연봉을 받은 김현수에게 오직 돈이 야구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도 명확하다. 그럼에도 115억이라는 금액은 LG의 오버페이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과연 김현수가 이 엄청난 돈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ML 진출이 언제부터인가 보증된 거액을 받는 이유가 되었다.

복귀 후 부상으로 전혀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윤석민은 12억 5천만 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경기에 나서지도 못하는데 엄청난 연봉을 받는 윤석민은 부상으로 계약 기간을 다 채울 기세다. 과연 내년 시즌에 윤석민이 정상적으로 복귀가 가능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순수 연봉으로 보면 윤석민과 김현수는 같은 금액이지만 계약금이 무려 65억이다. 계약금을 극대화하고 연봉을 줄이는 방식은 선수에게는 최고의 계약이 아닐 수 없다. 조금 못하더라도 연봉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편법이니 말이다. 김현수가 먹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년 시즌 LG의 변화가 관건이다.

LG는 엄청난 거액을 들여 김현수를 영입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내쳐졌다. 이로 인해 LG 팬들은 구단과 단장, 감독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결국 그 불똥은 김현수에게도 튈 수밖에 없다. 서울 라이벌이었던 두산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김현수는 두산 팬들의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박병호(31)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을 해지하고 내년 시즌부터 KBO리그에서 다시 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두산 팬들은 115억이라는 금액에 김현수가 곰을 버리고 쌍둥이를 선택했다고 믿고 있다. 이런 비난은 앞으로 김현수 야구 인생 내내 쫓아다닐 꼬리표라는 점에서 부담을 안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 서울 라이벌로 치열한 경쟁을 하는 두 팀을 생각해보면 김현수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김현수는 신일고를 졸업한 뒤 2006년 두산에 입단해 2015년까지 통산 1131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1푼8리(4066타수 1294안타) 142홈런 771타점을 기록했다. 정교한 타자라는 점은 통산 3할 타율이 잘 보여주고 있다. 홈런이나 타점은 생각보다 못하지만 분명 좋은 성적임은 명확하다. 하지만 과연 115억이라는 거액을 줄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LG로서는 김현수를 중심으로 새로운 팀 구상을 해왔다는 점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시작부터 공개적으로 김현수 외에는 FA 생각이 없다고 공언했다. 협상 과정에서 우위는 계속 김현수가 쥐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LG가 예상 금액보다 더 큰 돈을 준 것은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18시즌은 메이저리그 복귀파들이 활약하게 되었다. 2017 시즌 복귀한 이대호와 박병호, 김현수 등 한국프로야구를 주름 잡았던 스타들이 복귀했다는 것은 흥행에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실력으로 소속 팀을 가을 야구로 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거액을 받는 이들에 대한 시선은 마냥 좋지는 않다. 그 모든 시선을 극복할 방법은 실력을 증명하는 것 외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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