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1만2174명으로부터 1조980억 원을 빼돌린 '제2의 조희팔' IDS홀딩스 사건이 정관계가 연루된 '게이트'로 확산되고 있다. 전·현직 정치인을 비롯해 경찰, 검찰 등이 직·간접적으로 IDS홀딩스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재판과정에서 IDS홀딩스가 검찰에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새롭게 포착됐다.

미디어스가 단독 입수한 IDS홀딩스 전직 관계자의 업무수첩에는 지난해 9월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가 구속된 시점부터 IDS홀딩스의 대응 방향과 지점장 등 관계자들의 검찰수사 출석 시 행동요령 등에 관한 내용이 상세히 적혀있었다. 이 가운데 IDS홀딩스에서 정관계 로비를 도맡았던 것으로 의심 받고 있는 회장 유 모 씨가 검찰에 로비를 벌였던 정황도 포함돼 있었다.

▲IDS홀딩스 전직 관계자의 업무수첩 일부. ⓒ미디어스

IDS홀딩스 전직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 IDS홀딩스 모 지점과의 회의 자리에서 유 씨가 했던 발언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올해 초 유 씨가 "김성훈 대표가 구치소 '방 동기'에게 의탁했으며, 서울지방검찰청장에게 의탁해 구치소 접견 시 통화를 허락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큰 사건을 물어주고 입장을 봐줘서 보석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유 씨가 말한 '큰 사건'은 '방산비리 사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지방검찰청장이라는 직책은 없기 때문에, 당시 김 대표가 수사를 받던 서울중앙지검의 지검장으로 추정된다.

미디어스는 지난 11월 IDS홀딩스 변제안을 준비했던 한 모 씨가 김성훈 대표의 구치소 동기로 알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 씨는 당시 2억 원 상당의 사기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김 대표를 만난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 : IDS홀딩스 대위변제자 한 씨는 김성훈 '구치소 동기')

한 씨는 자신의 사기 혐의와 관련해 2억 원 중 1억 원을 갚지 못해 복역 중이었는데, 김성훈 대표가 한 씨의 돈을 갚아줘 출소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사정에 밝은 관계자 A씨는 "김성훈 대표가 돈을 대신 갚아주고 한 씨를 풀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출소 후 한 씨는 IDS홀딩스 변제안을 만들고, 김성훈 대표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지난 10월 미디어스와 만난 자리에서 "김성훈 대표가 검찰청 OOO호 실에 조사를 명목으로 들락날락했고, 거기서 휴대폰으로 예OO, 이OO 등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방산비리 수사를 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수사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스가 김성훈 대표가 출정을 나왔다는 검찰청 OOO호실의 소속 부서를 확인한 결과, 실제로 검찰 방위사업수사부 검사가 소속된 곳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작성된 IDS홀딩스 전직 관계자의 업무수첩에 기록된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경찰 조사에서 김성훈 대표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IDS홀딩스 이사 예 모 씨는 '출정 나온 김 대표와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한 씨가 여러 곳에 방산비리 정보를 수집하려 했다는 증언도 있다.

IDS홀딩스 전직 관계자의 업무수첩과 A씨의 증언 등을 종합해보면, 한 씨와 유 씨가 새로운 유착관계를 형성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유 씨는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유 씨는 김성훈 대표의 부탁을 받아 경찰 윤 모 씨에 대한 인사청탁을 했다. 유 씨는 김 대표로부터 돈을 건네받아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의 보좌관 김 모 씨에게 넘겼고, 김 씨는 이 돈을 다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넘겼다. 이후 윤 씨는 강남경찰서에서 영등포경찰서로 발령이 나고 1계급 승진했다. 이들은 모두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유 씨의 소개로 IDS홀딩스에 발을 담가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진척이 없는 상태다. 유 씨의 고향 친구인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은 IDS홀딩스 축하영상에 등장했고, 변웅전 전 자유선진당 대표는 IDS홀딩스로부터 3억3000만 원을 지급 받은 정황까지 포착된 상황이다.

특히 변웅전 전 의원의 경우 IDS홀딩스의 은닉자금이 흘러갔을 거란 의심을 받고 있는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의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의 사외이사는 경대수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IDS홀딩스의 고문변호를 맡았던 조 모 변호사다. 경 의원과 조 변호사는 경 의원의 변호사 시절부터 함께 한 '특별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디어스는 지난 10월 IDS홀딩스와 검찰과의 연관성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당시 IDS홀딩스 전직 관계자는 검찰이 경찰 윤 씨에 대한 인사 청탁 사건을 인지하고도 무마해줬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관계자는 "(검찰이 압수한 자료 중 김성훈 대표의) 휴대폰 내용에 윤 씨가 나오고 하다 보니, 당시 김성훈을 수사하던 검찰이 무마시켜줬다고 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검찰, IDS홀딩스 비위 경찰 알고도 무마했나)

기자가 "유 씨가 손을 썼다는 얘기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그렇다. 유 회장과 얘기를 해서 윤 씨를 변호사 사무장으로 넣어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윤 씨는 경찰직을 그만두고 유명 법무법인 Y사의 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편 지난 13일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는 대법원으로부터 사기,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 형을 확정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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