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8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억울하게 수라의 길로 접어든 장희빈과 어쩔 수 없이 진실을 밝혀야만 하는 동이와의 대립과 장희빈의 변화가 그려졌습니다. '역시 이소연이다' 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고민하는 동이보다 고뇌하는 장희빈이 단연 돋보이더군요. 그렇게 장희빈의 당황하는 모습, 억울해하는 모습, 절망에서 멍해진 모습, 화내는 모습, 표독스러워지는 모습까지 모두 이번 18회에서 한번에 보여지면서, 정말 첨에 이소연이 장희빈 역을 맡는다고 할 때 가졌던 기대감 그 이상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지 위에 장희재가 찍은 점 하나

명성대비를 시해하려는 음모의 배후는 바로 장희재였는데요. 장희재는 장옥정 몰래 원자책봉을 반대하는 대비를 제거하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대비가 사경을 헤매게 되면서 장희재의 노림수대로 일이 진행되는 것 같았지만, 동이가 그 사실을 밝혀내면서 모든 일이 뒤틀어져 버리게 되죠.

장희재와 허의관을 만난 사실을 동이에게 들킨 취선당의 나인은 급한 마음에 장희빈을 찾아가 모든 사실을 고하게 되는데요. 아무것도 모르던 장희빈에게 그 나인의 말은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충격적인 말이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장희재가 자신을 위해서 왕의 어머니인 대비를 시해하려 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고, 이것은 자신이 원하던 정당한 방법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그 사실이 행여 밝혀지게 되면 장희재는 물론 자신 역시 무사치 못할 엄청난 사건이었기 때문이죠.

장희빈은 장희재를 불러 질책도 하고 하소연도 해보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고 자신은 몰랐다고 하나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사람들이 벌인 일이라 자신에게 모든 죄가 덧씌워질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억울하고 또 억울하여 자신은 결코 그런 비열한 방법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얘기하지만, 이어서 돌아오는 장희재의 말은 부정할 수만은 없는 것이었죠.

왜 그리 하셨습니까? 어떻게 오라버니께서 절 속이고 이런 일을 하실 수 있냔 말입니다.

마마를 위해서였습니다.

절 위해서라구요? 그래서 대비마마를 죽이려 하셨습니까?

예. 그까짓 대비뿐이겠습니까? 전 더한 짓도 할 수 있습니다. 마마의 앞날과 왕자마마의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마마께서 이루실 꿈을 위해서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대비마마를 없애려 하셨습니까? 저 때문이라고 하지 마세요. 저는 이런 것을 원한 적이 없습니다.

아니요. 마마께서는 원하고 계셨습니다. 말하고 싶지 않으셨을 뿐이지요. 다만 모르고 싶으셨을 뿐입니다. 걸림돌이 되는 대비를 치우고 싶은 건 누구보다도 마마가 아니셨습니까?

이런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더러운 수는 아니란 말입니다.

아니요. 지금부터는 이렇게 하셔야 합니다. 마마. 여기가 어딥니까? 궐입니다. 온갖 더러운 것들이 온갖 더러운 방법들로 두손에 권세를 쥐려고 하는 곳이 바로 궐입니다. 그곳에서 마마는 제일 높은 곳에 오르려 하십니다. 정당한 방법으로 가시겠다구요? 더러운 수는 싫으시다구요? 이제까지 마마가 그러실 수 있었던 것은 마마를 대신해서 더러운 짓을 할 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눈을 감으십시오. 마마. 모른척 하십시오. 그 동이란 계집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론 마마를 위해서 제가 더러운 짓을 할테니 마마께서는...

오라버니. 그럴 수 없습니다. 전 그리할 수 없습니다. 오라버니.

그러실 수 없다면, 이 오라버니를 버리셔야 겠지요. 마마께서 품었던 뜻도 버려야 합니다. 정말 원하는 것이 그것입니까? 정녕 그리하실 수 있겠냔 말입니다. 마마!

장희빈는 아직까지는 순수하고, 예전 동이가 자신 때문에 감찰부에서 고초를 겪을 때 자진 출두하여 조사를 받을 만큼 의롭고 착했었는데요. 장희재가 일깨워준 현실은, 똑똑하고 현명하다 자신하던 장희빈에게 그것은 자신이 온실 속의 화초였을 뿐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장희빈은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백지에 붓을 가지고 점과 선을 그려 넣어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지요. 또한 이미 찍혀진 점은 지워버릴 수 없기에 앞만 보고 달려갈 수밖에 없음을 통감하게 됩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장희빈의 한수

장희빈은 그렇게 온실에서 나와 직접 자신이 세상에 부딪히려 하는데요. 이제 다시는 이번처럼 뒷통수 맞는 일이 없도록 정당한 방법이든, 비열한 방법이든 모두 자신이 주도하여 일을 진행하려 합니다. 암튼 당장 동이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됨에 따라 동이의 입막음이 가장 절실했는데요.

그렇게 동이를 불러 얘기하지만, 장희빈은 동이가 명성대비를 시해하려는 것을 알고 있었냐는 물음에 부인하지 않습니다. 대신 대비를 시해하기 위해 백출부자탕을 올리도록 시킨 것이 아니라, 요즘 몸이 좋지 않은 왕자에게 먹이기 위해 시킨 것이라고 하죠.

장희빈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동이 앞에서 결국 자신을 위해 아랫사람들이 벌인 일, 몰랐다고 넘어갈 일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그래도 동이의 입막음이 절실했기에 100일 갓 된 왕자에게 백출부자탕 같은 독한 탕약을 먹이려 했던 것이라고 억지를 쓰며, 동이 역시 모든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자신을 위해서 넘어가줄 명분을 만들어주려 했던 것이죠. 하지만 동이는 자신을 용서하라며 그렇게 할 수 없음을 밝히고, 그렇게 장희빈과 동이는 서로 틀어지게 됩니다.

동이는 감찰부를 통하여 사건을 명백히 밝히기 위해 투서를 한 수발의녀를 찾아내어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고, 허의관을 잡아들이게 되는데요. 이로 인해 장희빈은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리게 되지만, 자신이 처한 현실을 깨닫고 마음을 진정시킨 장희빈은 어느새 독기 서린 악녀로 둔갑해 위기를 기회로 바꿀 복안을 생각해 내게 됩니다.

감찰부까지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이는 곧 중전마마께 보고 될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저도 그리 짐작하고 있습니다.

허면 사단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손을 써야겠습니다.

눈앞의 위기만을 생각한다면 대감의 말씀이 옳습니다. 허나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수도 있지요. 더디게 돌아가던 우리 앞에 지름길이 생긴 것이라 보면 됩니다. 대감.

장희빈이 얘기하는 지름길이란 바로 장희빈이 궁궐 내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겠다는 그 목표를 이번에 이루겠다는 뜻인데요. 그 목표는 바로 왕비입니다. 결국 그 말은 중전을 몰아내고 자신이 그 자리를 꿰차겠다는 뜻이지요. 이후 벌어질 일에서 중전이 연루될 것을 암시하는 부분이죠.

그렇게 장희빈이 노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은 잡힌 허의원의 거짓 진술이었는데요. 잡힌 허의원의 자백을 받으려 할 때, 이를 사주한 배후를 장희재가 아닌 중전에게 누명을 씌워 명성대비에 대한 시해 명목으로 쫓아내려 하는 것이죠.

아마도 그렇게 인현왕후는 누명으로 인해 폐비가 될 듯한데요. 역사 속의 기사환국을 이런 식으로 그려내는 것이 좀 황당하긴 하지만, 이후 이어질 동이의 후궁간택과 본격적인 장희빈과 숙빈최씨의 대결이 그려질 듯하여 기대감을 가지게 합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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