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역할은 많고도 무겁다. 명문화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중에서 어떤 문서에도 없는 역할이라면 아마도 감동이라는, 우리에게 꽤 오랫동안 지워졌던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이후 행보는 그렇게 ‘감동’이라는 단어 하나로 모두를 설명할 수 있다. 이번 중국 국빈방문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가 마지막 일정으로 잡은 충칭이 또한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이 충칭을 방문한 이유는 이곳이 처음으로 광복군을 가졌던 임시정부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충칭을 방문해 “임시정부는 우리 대한민국의 뿌리입니다. 우리의 정신입니다”라는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또한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면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고, 곧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 된다”는 말을 통해 1948년 건국절 주장에 단호한 입장을 천명했다.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충칭 연화지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해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왼쪽) 오른쪽 사진은 1945년 11월 3일 환국 20일 전 청사에서 기념 촬영하는 임시정부 요인들. Ⓒ연합뉴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방문으로 사드 긴장이 풀어져 양국 간 경색됐던 경제가 이전으로 회복될 것을 기대하는 실질적 효과를 생략할 수는 없지만, 그것보다 충칭 방문에 더 방점을 두게 되는 이유가 있다. 우리에게 대통령이라는 존재는 너무도 부정적이었었다. 사자방비리와 국정농단으로 구분되는 지난 대통령들에게 쏟아졌던 것은, 그래서 감동이 아닌 분노였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직후부터 국민에게 그 잊혔던 감동을 다시 선사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대통령으로 참석한 첫 번째 5·18 기념식에서 보여주었던 눈물과 포옹은 감동 그 자체였다. ‘사람이 먼저다’는 ‘국민이 전부다’로 발전했고, 대통령 지지도는 줄곧 70%를 웃도는 기적 같은 일들을 함께 경험하고 있다.

5월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제37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5월 유족인 김소형 씨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주제로 돌아가자면, 문재인 대통령의 충칭 방문은 또 하나의 결정적 사진을 남겼다. 과거 임시정부 요인들이 찍었던 사진과 똑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은 것이다. 임시정부 소재지인 충칭을 일정에 잡은 것부터 그랬겠지만 이런 사진을 찍은 것은 대통령이 이미 그 사진의 존재를 알고, 그에 대한 오마주를 담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 한 장에 모두 담을 수 없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을 네티즌들이 이뤄냈다. 과거 임시정부의 기념사진과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임정 사진을 합성해서 하나의 장면을 구성한 것이다. 그것도 여러 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누구는 이번 사진을 뒤편에 배치했고, 또 누구는 앞면에 서게 했다. 어떻게 했든 그 해석과 노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충칭 방문은 일석삼조의 효과였다고 평가되고 있다. 거기에는 차기 지도자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의 만남과 충칭에 많은 한국기업들의 지원 등이 실질적 방문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마지막 임시정부 방문은 역사공감과 건국절 논란 차단 등의 효과 이상의 효과가 있었다. 바로 감동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디테일에 있다. 충칭 임정 요인들의 기념사진과 같은 구도의 단체사진을 구상했다는 것(아마도 참모 중 하나의 아이디어일 가능성이 높지만)은 보고 나니 당연해 보이지만 생략할 수도 있었고, 굳이 단체사진이 아닐 수도 있었지만 굳이 임정계단 앞에서의 단체사진을 기획한 것으로 문 대통령의 충칭 임정 방문 의도와 의미를 모두 완성할 수 있었다. 그것은 또한 우리들에게는 숙제일 수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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