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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봉제' 신입사원…"선배로서 두고 볼 수 없다"[인터뷰] '피켓팅'으로 임기시작한 이윤민 SBS노조위원장
곽상아 기자 | 승인 2010.05.18 18:34

남아공 월드컵 단독중계에 신바람이 나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SBS가 내부적으로는 사원들에게 '연봉제'를 강요하고 있어 논란이다.

2010년부터 입사하는 모든 사원을 '연봉제'로 채용할 것이며, 부장급 이상 간부 사원에 대해서도 '연봉제'를 적용하겠다는 SBS.

이홍근 SBS 인사팀장은 18일 "그동안 방송사들이 나름대로 잘 나갔으나 이제는 다매체 다채널 시대로 바뀌지 않았느냐. 지상파 3사만 (연봉제를) 안 하는 것 같다"며 "일을 열심히 하는 사원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피켓팅을 하고 있는 조합원 뒷편에 '대한민국 월드컵채널 SBS' 문구가 보인다. ⓒ곽상아  
 
하지만 구성원들의 시선은 다르다. '연봉제 도입 규탄' 피켓팅과 함께 17일 임기를 시작한 이윤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은 "'호봉직'인 우리가 '연봉직' 후배들이 들어오는 것을 그냥 가만히 바라만 본다면 비겁한 처사이자 야비한 행동"이라며 "왜 힘없는 신입사원들만 연봉제로 뽑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허허로운 웃음을 지었다.

이 본부장은 "능력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하겠다"는 사측의 입장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 18일 낮 12시, 서울 목동 SBS사옥 1층 로비에서 '연봉제 도입 규탄'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는 이윤민 SBS노조위원장. ⓒ곽상아  
 
"연봉산출의 근거가 되는 인사평가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해 따져봐야 하는데, 그동안 개개인의 능력을 제대로 반영해왔는지 의문"이며 "일 잘하는 사람보다 '말 잘 듣는 사람'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사전 협의 없었던 '부장급 이상 연봉제'…법적 대응할 예정"

"일반 회사의 경우에는 '말 잘 듣는 사원'이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겠지만 방송사는 다르다. 기자, PD 등은 창의적 능력이 중요한 직종인데 '말 잘 듣는 사람'에게 점수를 잘 주면 해당 언론사에도 장기적으로 좋을 게 없다"고 강조한 이 본부장은 "회사가 연봉제에 대해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사측이 부장급 이상 간부사원의 동의를 받아 '연봉제'를 적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사인을 강요받은 것이기 때문에 동의서는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본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부장급 이상 연봉제 적용'은 조합원들의 근로조건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노조와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한다. 비록 부장급 이상 간부 사원들이 노조에 소속돼 있지 않긴 하나, 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향후 부장급으로 진급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미래 고용조건'과 분명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법적으로 노조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함에도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다"며 "이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목동 SBS사옥에서 만난 이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피켓팅'으로 임기 첫날을 시작했다. 위원장직을 맡게 된 소감은?

"좀 정신이 없다. 첫날부터 회사가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실 줄은 몰랐다. 그동안 경직된 노사 관계가 (집행부 교체를 계기로) 새롭게 시작하고, 화해 분위기로 갔으면 했는데 사측의 태도를 보니 앞으로도 상당기간 힘들 것 같다."

- 임기내 가장 주력할 것은?

"대주주 전횡 방지 등 전임 집행부가 추진해왔던 'SBS정상화'를 위한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다. SBS홀딩스라는 지주회사와 지상파방송인 SBS는 적정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과연 '적정선'이 어디냐 이게 어려운 거다. 가장 중요한 것은 SBS홀딩스가 SBS의 대주주이긴 하지만, 지상파방송인 SBS가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침해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 이윤민 SBS노조위원장 ⓒ곽상아  
 

"'말 잘 듣는 언론인'이 높은 점수 받을 것"

- 사측은 연봉제에 대해 "능력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노조가 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일단 연봉 산출의 근거가 되는 인사평가시스템이 공정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평가'는 굉장히 주관적인 것인데 그동안의 인사평가가 개개인의 능력을 제대로 반영해왔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일 잘하는 사람보다 '말 잘 듣는 사람'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반 회사의 경우에는 말 잘 듣는 사원이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겠지만 방송사는 다르다. 기자, PD 등은 창의적 능력이 중요한 직종인데 '말 잘 듣는 사람'에게 점수를 잘 주면 해당 언론사에도 장기적으로 좋을 게 없다. 또, 같은 회사에 일하면서도 임금 차이가 크다면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겠나. 회사가 연봉제에 대해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

SBS에 연봉제가 도입되면 다른 지상파방송에도 일종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문제는 단순히 SBS만의 문제가 아니다. 타 방송사들도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인 것 같다."

- 사측은 "신입사원이나 부장급 이상 사원은 조합원이 아니기 때문에 노조와 협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데.

"현재 조합원들은 향후 부장급 이상으로 진급하게 된다. 때문에 '부장급 이상에 연봉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은 현 조합원들의 '미래 고용조건'에 분명히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때문에 법적으로 노조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다. 이 부분은 법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신입사원의 경우 법적으로 노조원들이 아니기 때문에 노조에서 당장 법적으로 대응하거나 보호할 장치는 없다. 하지만 그걸 떠나서 이건 후배에 대한 예의의 문제다. '호봉직'을 '연봉직'으로 바꾸는 것에 반대해왔던 구성원들이 정작 '연봉직 후배'들이 들어오는 것을 그냥 가만히 바라만 본다면 비겁한 처사다. 심하게 말하면 야비한 것이다."

   
  ▲ 18일 낮 12시, 서울 목동 SBS사옥 1층 로비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조합원들이 피켓팅 시위를 진행했다. ⓒ곽상아  

"왜 힘 없는 신입사원들만 연봉제로…"

- 나중에 신입사원이 조합원으로 가입하게 되면, 향후 임금협상에서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처음부터 연봉제로 들어오지 않게 해야 한다. 임단협에서 논의한다는 것은 그 다음 얘기다. 왜 힘 없는 신입사원들만 연봉제로 뽑겠다는 것인지. 허허. 차라리 연봉제를 도입하겠다면 노조를 설득해서 사원들 전체를 연봉직화한 후에 신입사원을 연봉제로 뽑는 게 맞다.

그리고 부장 밑까지는 호봉직이다가 부장부터는 다시 연봉직을 적용하겠다는 회사의 의도는 전 사원들을 연봉직화하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신입사원, 부장급 이상 사원들의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우리는 이 두 사안을 분리대응하지 않고 '전 사원 연봉직화'라는 맥락에서 대응하려고 한다."

- 조합원이 아니긴 하지만 부장급 이상 사원들의 반발도 심할 것 같다.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간부 사원들도 일방적으로 '연봉제' 적용을 통보받고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사인을 강요받았다. 억지로 서명은 했지만 다들 분노하고 있다. (부장급 이상 사원의) 과반수가 서명을 했다고는 하지만 자유의사에 반하는 강압적 분위기였기 때문에 동의서는 의미가 없다. 피켓팅을 계속 진행할 것이고, 연봉제 도입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 18일 낮 12시, 서울 목동 SBS사옥 1층 로비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조합원들이 피켓팅 시위를 진행했다. ⓒ곽상아  

- 그동안 사측이 연봉제 도입을 시도한 적은 없었나.

"1997년 IMF로 연봉제가 사회적으로 확산된 이후 사측도 연봉제를 도입하려고 시도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는 않았다. 10여년 전 쯤 인사평가제도 시스템이 당사자 서명을 거치도록 바뀌었는데 그때부터 '연봉제로 가기 위한 단계가 아닌가' 싶었다."

"미디어렙, SBS홀딩스 아닌 SBS 쪽으로 와야"

- 지난 4월 단협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대주주 견제장치'로 꼽혀온 콘텐츠운용위원회가 신설됐다.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콘텐츠운용위원회 실무협의가 이번달 안에 잡혀 있다. 콘텐츠운용위를 통해 SBS의 콘텐츠가 제값을 받지 못하고, (대주주의 지분률이 더 높은) 자회사에 헐값으로 팔려나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 국회에서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방송 광고 판매 대행사) 대체 입법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주회사인 SBS홀딩스는 '1사1렙' 쪽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신문사와 달리 방송사의 경우 굳이 미디어렙을 두는 것은 방송의 영향력과 공정성을 담보해내기 위함이다. 하지만 만약 미디어렙이 SBS홀딩스 자회사로 가게 된다면 입법 취지와 맞지 않게 된다. 당연히 미디어렙은 (SBS홀딩스가 아니라) SBS 쪽으로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 SBS홀딩스를 위해서도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SBS에 미디어렙이 있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안정적 재원 확보로 양질의 콘텐츠 생산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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