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이탈리아 세리에A, 그리고 프랑스 르샹피오나가 지난 주말 모두 막을 내리면서 2009-10 시즌 유럽 축구가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만 남긴 채 사실상 모두 끝났습니다. 관심을 모았던 각 리그 우승팀은 바르셀로나(스페인), 인터밀란(이탈리아), 마르세유(프랑스)가 차지했으며, 바르셀로나와 인터밀란은 지난해에 이어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각 리그 최강팀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습니다.

반면 '뉴 갈락티코'로 호날두, 카카, 벤제마 등 스타급 선수를 싹쓸이 영입하며 우승에 강한 의욕을 보였던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이탈리아 클럽의 전통의 강호로 늘 꼽혀왔던 유벤투스(이탈리아)는 사상 최악의 시즌을 보내며 씁쓸하게 마무리를 지어야 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우수한 선수를 대거 영입하고도 '라이벌' 바르셀로나에 카운트펀치를 맞으며 단 하나의 우승컵도 거머쥐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고, 유벤투스는 감독의 지도력 문제와 무기력한 선수들의 경기력이 지속되면서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좋지 않은 7위로 시즌을 마치며 다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그야말로 강팀들 간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두 리그의 한 시즌으로 봐도 좋을 듯합니다.

▲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르셀로나 ⓒFC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는 UEFA 챔피언스리그 2연패에는 실패했지만 리그 우승으로 체면치레를 하면서 일단 무난한 한 시즌을 보냈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단 1패밖에 기록하지 않을 만큼 지난해보다 전력 면에서는 한층 더 강해졌음을 증명해 냈으며, 라이벌 바르셀로나를 상대해 2번 모두 이기면서 스페인의 진정한 강자임을 입증한 것만 해도 그 성과는 대단했다고 봅니다. 리오넬 메시의 득점왕과 더욱 진화된 미드필더진, 공고한 수비진 등 공-수 모두 짜임새 있는 모습으로 '아름다운 축구'의 진수를 보여준 바르셀로나의 최강 지위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아직 UEFA 챔피언스리그가 끝나지 않았으므로...) 인터밀란은 짜임새 있는 중원과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공백을 확실하게 메운 디에고 밀리토의 폭발적인 공격력을 앞세워 AS 로마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5년 연속 리그 타이틀을 지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의 지휘 아래 선수들 간의 단결력 또한 이전보다 더 돈독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터밀란은 유럽 축구 최강 클럽을 가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징크스처럼 따라붙던 8강의 벽을 넘어 결승까지 오르는데 성공, 사상 첫 트레블(3개 대회 우승)에 도전하며 올 시즌 '진정한 유종의 미'를 꿈꾸고 있습니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좋은 선수를 모두 영입하고도 지난 2000년대 초반에 이어 또 실패를 맛보며 씁쓸한 한 시즌을 보내야 했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분전하기는 했지만 카카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카림 벤제마 역시 26경기 8골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습니다. 주축 선수들의 부진도 부진이었지만 무엇보다 이겨야 할 경기에 이긴 바르셀로나와 달리 중요한 순간에 '4번이나 지는' 수난을 겪으며 결국 무관으로 끝을 맺는 안타까운 한 시즌을 보내게 됐습니다.

그나마 레알 마드리드는 막판까지 1위에 오르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탈리아의 대표적 명문 클럽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유벤투스의 부진은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AS 로마가 2위에 오르고, AC 밀란이 3위에 올라 그나마 체면치레를 한 것과 달리 유벤투스는 챔피언스리그 티켓은 물론 유로파리그마저 3라운드 출전 티켓을 겨우 따내는 수난을 겪으며 최악의 한 시즌을 보냈습니다.

▲ 올 시즌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유벤투스 ⓒ유벤투스FC
당초 유벤투스는 펠리페 멜루와 디에구 히바스를 영입해 허리 진영에 전력 보강을 하면서 내심 인터밀란의 우승 벽을 깰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습니다. 그러나 트레제게, 이아퀸타 등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델 피에로, 아마우리 등이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기대를 모았던 이적생 멜루와 디에구 역시 부진한 경기력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잇따른 부진으로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했고, 결국 리그 도중 페라라 감독이 경질되고 강제로 떠맡다시피 한 자케로니 감독 역시 부진한 팀 운영을 보이면서 유벤투스 팬들에게는 지난 2006년 승부조작으로 강등된 이후 기억조차 하기 싫은 한 시즌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강팀은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고, 반대로 그렇지 못한 팀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할 것입니다. 라리가, 세리에A를 비롯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역시 맨유, 리버풀이 아쉬운 한 시즌을 보낸 가운데서 올 시즌을 결산하고 있는 각 팀들이 벌일 이적 시장이 또 얼마나 후끈 달아오를지 기대됩니다. 올 시즌을 아쉽게 보낸 유벤투스와 레알 마드리드 역시 어떤 선수 또는 감독을 보강해서 내년에 최강팀의 아성을 넘어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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