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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처절한 자기 고백이자 호된 반성문[이주의 BEST&WORST] 'MBC 스페셜-내 친구 MBC의 고백' , SBS '잔혹하고 아름다운 연애도시'
이가온 / TV평론가 | 승인 2017.12.16 10:51
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처절한 자기 고백의 장 <MBC 스페셜- 내 친구 MBC의 고백> (12월 14일 방송)

MBC 스페셜 '내 친구 MBC의 고백' 편

오프닝부터 민낯을 드러냈다. “우리는 방송의 주인이 국민임을 명심하고…(중략) 사회적 공익과 국민의 권익 증진에 이바지할 것을 선언한다”는 방송 강령을 읊은 뒤, 세월호 시위를 폭력으로 묘사한 보도 화면을 내보냈다. “인권 존중, 사회 정의와 민주질서를 옹호한다”는 방송 강령을 읊은 뒤, 세월호 유가족의 농성을 ‘불법 농성’을 규정한 보도 화면을 내보냈다. 방송 강령과 현실의 모순이었다.  

MBC 취재차량을 향한 시민들의 무자비한 욕설, MBC 방송을 안 본다는 시민들의 인터뷰가 연속으로 터져 나왔다. 외부인들의 지적을 한참 내보낸 뒤, MBC 로고 대신 JTBC 로고를 붙이고 취재를 나갔다는 내부 구성원들의 고백이 나왔다. 

MBC 스페셜 '내 친구 MBC의 고백' 편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이들의 처절한 반성이 지난 14일 방송된 <MBC 스페셜- 내 친구 MBC의 고백 (이하 내 친구 MBC의 고백)>의 시작이었다. 부당전보와 징계가 계속되던 시절 타력에 의해 혹은 스스로 자기합리화를 하며 그 시간을 버텨낸 MBC 구성원들은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우리도 잘못했다고, 그땐 싸워도 승산이 없어 보여서 자기 검열을 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내 친구 MBC의 고백>은 이러한 구성원들의 고백을 감싸주거나 정당화하지 않았다.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전 사장으로 대표되는 권력에 모든 책임을 돌리지도 않았다. 그들의 부당한 권력 행사는 <내 친구 MBC의 고백>의 주된 주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정신과 전문의, 세월호 유가족,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빌어 스스로를 더욱 호되게 질책했다. 

MBC 스페셜 '내 친구 MBC의 고백' 편

핵심은 세월호 보도였다. 정신과 전문의는 MBC의 세월호 보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2차 트라우마를 생산했다”고 지적했다. MBC 파업 지지를 선언한 한 세월호 유가족은 “우리를 두 번 죽인 건 사장도, 보도 본부장도 아닌 바로 여러분들이었다”고 따끔하게 질책했다. 파업 종료 후 자신들을 찾아온 MBC 구성원들에게 세월호 유가족은 “당신들은 쓰레기”라며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내 친구 MBC의 고백>은 그러한 비판 혹은 비난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지금 MBC가 처한 현실을 결코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시였다.

사장은 해임됐지만 정상화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권력과의 싸움은 끝났지만, 시민들의 외면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 시작은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담백하지만 그래서 아주 처절한 자기 고백이었다. 

이 주의 Worst: <짝>이랑 다른 게 뭔데? SBS <잔혹하고 아름다운 연애도시> (12월 14일 방송)

SBS 예능프로그램 <잔혹하고 아름다운 연애도시>

SBS는 일반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애정이 과한 것일까, 아니면 미련을 못 버리는 것일까. <짝> 종영 후 잠시 사그라들었던 일반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잔혹하고 아름다운 연애도시>(이하 <연애도시>)는 <짝>을 연출했던 황성준 피디의 신작 예능이다. 결혼에서 연애로, 한국에서 부다페스트로 바뀐 것은 있지만 전체적인 패턴은 유사하다. 싱글 남녀들이 출연하고, 데이트 선택권이라는 장치를 통해 러브라인과 갈등, 소외감을 증폭시키며, 출연자들의 심경을 과하게 해석한 낯간지러운 자막으로 방송을 채우는 패턴은 <짝>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SBS 예능프로그램 <잔혹하고 아름다운 연애도시>

오히려 더 자극적으로 변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짝>이 스펙이나 외모 같은 외형적인 부분을 재미 요소로 삼았다면, <연애도시>는 개인의 과거사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별의 경험이 있는 8명의 출연자들은 해가 지면 각자의 과거 연애사를 털어놓는 것을 공식적은 룰로 정했다. 그리고 한 사람이 들은 상대방의 과거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 

굉장히 자극적인 장치가 아닐 수 없다. 제작진에게는 이보다 더 매력적인 룰은 없다. 과거 고백을 통해 출연자들은 급속도로 친해지고, 친해지는 만큼 갈등의 양상도 커지고, 시청자들이 이러한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몰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에게는 어떤가. 물론 서로에 대해 빨리 알아가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방송이라는 장치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가 왜곡되고 그로 하여금 누군가에 의한 공격과 비난의 가능성을 열어 주는 것이기도 하다.

SBS 예능프로그램 <잔혹하고 아름다운 연애도시>

백 번 양보해서 ‘과거 연애 고백’이라는 장치를 통해 재미 점수는 플러스됐다고 치자. 그러나 남녀의 연애를 바라보는 사고방식은 오히려 퇴화했다. 너무나도 남성 중심적인 방식으로 연애 게임을 풀어나갔다. 두 번의 데이트 선택권이 모두 남자에게 있었다. 남자들은 거실에서 데이트 신청권을 만지작거리면서 고민하고, 여자들은 방안에서 화장을 고치며 남자들의 간택만 기다렸다. 두 남자의 선택을 받은 여성은 굉장히 행복하게 묘사한 반면,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해 혼자 여행을 떠난 여성은 과도하게 소외된 존재로 그려냈다.

여성은 남성에 의해 행복해지고 또 남성에 의해 불행해지는 수동적인 존재인 것인가. 6년 전 혼자 잔디밭에서 도시락을 먹던 <짝>의 여성들과 무엇이 다른가. 정말 잔혹하다. 

이가온 / TV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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