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MBC노동조합)가 최승호 체제 경영진이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노조에 내용을 설명하고 조합 의견을 청취해야하는 법적 의무를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또 언론노조 MBC본부는 그렇게 개편된 조직안에 따르면 기획편성본부장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돼 국장책임제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우려를 표했다.

MBC노동조합은 15일 노보를 통해 "경영진이 조직개편 과정에서 법 절차를 위반했다"며 "노동조합에 조직 개편안 내용을 설명하거나 조합의 의견을 사전 청취하는 절차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MBC노동조합은 "이는 엄연히 관련법 위반"이라며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돼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12월 13일 확정된 MBC 조직도 (관련 화면 캡처)

MBC노동조합은 "탄압이 극악으로 치닫던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체제에서조차도 조직 개편이나 사규 개정이 추진될 경우, 형식적으로나마 미리 담당자가 공식적으로 노조를 방문해 조합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밟았다"며 "법과 절차는 사람이 바뀐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바뀌어도 지켜야 할 절차가 있다"고 꼬집었다.

MBC노동조합에 따르면 사측은 11일과 13일, 두 번에 걸쳐 사전 청취 절차 없이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노조는 "조합은 11일 당일 경영진에 문제제기와 함께 강력한 항의를 전달했다. 경영진은 구두로 재발방지를 약속했다"면서 "그러나 똑같은 문제가 이틀 뒤 또 발생했다. 경영진은 조직개편안을 일부 수정해 13일 최종확정했다. 이 내용을 또 노조측에 설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MBC노조는 13일 최종 확정된 조직개편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MBC노조는 "이번 조직 개편의 특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사장이 제작 부문을 직속으로 총괄하는 것이고, 둘째는 기존 기획본부를 기획편성본부로 바꿔 편성과 예산을 총괄하도록 한 것"이라며 "하지만 사장이 제작 부문을 총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지 의문이고, 기획편성본부장에게 권한이 몰리는 상황은 국장책임제의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우려했다.

2017년 4월 기준 MBC 조직도(관련 화면 캡처)

MBC노조는 "각 제작본부들 사이에 예산과 편성 등 조율이 필요할 경우, 이전까지는 TV제작본부장 또는 부사장이 조율했지만 이 체제에서는 사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며 "제작부문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쟁점들을 조정하느라 결국에는 회사 경영과 콘텐츠 복원 둘 다 놓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MBC노조는 "기획편성본부는 MBC의 전략 수립·예산배분·콘텐츠 편성을 담당한다. 편성과 예산을 임원 한 사람이 모두 총괄하게 된 것은 MBC 창사 이래 가장 강력한 권한"이라며 "예산·편성 두 기능을 한 데 묶어둠으로써 견제 받지 않는, 아주 강한 조직이 태어났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기획편성본부장이 사장을 대신해 제작 부문을 조정하고, 콘텐츠 제작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획편성본부장에게 권한이 몰리는 상황은 국장책임제의 정신에도 어긋나 원론적으로는 제작자율성의 침해 가능성이 있고 MBC의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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