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우에서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것이 아무리 밉고, 싫은 상대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 중국 국빈방문 과정에서 발생한 중국 경호업체의 한국 기자 폭행은 항의하고, 수사와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기자들이 그럴 만한 행동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지만 지나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현지에서 송고를 했든 받아썼든, 14일 오후 일제히 이 사건을 톱기사로 다뤘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일정은 오히려 부차적인 것이 돼버렸다. 폭행사건에 대한 어마어마한 물량공세에 놀라울 따름이다. 오죽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소식을 몰랐던 사람조차 이 폭행사건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됐다는 씁쓸한 사실도 전해진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시민들의 반응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토록 모든 매체들이 융단폭격하듯 폭행사건을 보도했으면 국내 양대 포털의 검색은 이 사건으로 도배가 됐을 것 같다. 그러나 사건이 집중보도된 14일 밤 네이버·다음 실시간 검색어 상위 10위 안에 이 사건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래도 최순실 25년 구형 등의 굵직한 이슈가 있었던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문재인 대통령 방중에 대한 검색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뭔가 정상적지 않다는 것만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왠지 언론만 이 사건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무리는 아닌 상황인 것이다.

중국을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14일 오전 8시쯤 아침 식사를 위해 베이징 조어대 인근의 한 현지 식당을 찾았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

언론이 이번 폭행사건에 이토록 전력투구하는 것이 혹시라도 호시탐탐 노리던 문재인 홀대론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개입된 것은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기도 한다. 터무니없는 음모론이라고 일축할 수만도 없다. 일례로, 한 매체는 14일 “중국서 혼밥 먹는 문 대통령...폭행사태까지, 연내 방중 무리수에 외교참사”라는 기사를 냈다. 추후에 제목은 수정되었지만 중국 경호원과 한국 기자들 사이에 벌어진 폭행사건을 ‘대통령의 무리수’ ‘외교참사’로까지 비화하는 것이 진짜 무리수가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기회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이만저만 아까운 것이 아니다. 또한 적폐청산에 가려져 있는 경제 문제에 대한 정부의 노심초사를 감안한다면,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무리수라고 냉소하는 것이 과연 권력에 대한 정당한 비판의 자세인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매체가 ‘혼밥’이라고 부정적으로 표현한 문재인 대통령의 혼밥이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바로 뜨는 사진이 ‘혼밥’이라고 한 장면인 것 같은데, 이 장면은 문재인 대통령 내외 및 참모들이 중국 서민식당을 찾아 아침식사를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보여 왔던 서민적 행보이며 해당 국가에는 또한 호감을 주었던 것인데 이를 혼밥이라고 폄훼한 것은 문제가 없다 할 수 없다.

오바마 '쌀국수 외교'…하노이 서민식당서 7천원 저녁 (연합뉴스 TV 보도영상 갈무리)

다시금 한국 언론의 사대성 혹은 이중잣대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과거 오바마가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도 이와 비슷하게 쌀국수집을 찾았다. 문 대통령이 찾은 베이징 식당보다 훨씬 더 소박해 보이는 식당이었다. 당시 한국 언론들이 이 소식을 전하는 태도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클린턴 이어 오바마도 쌀국수 외교...베트남에 친밀감 과시” 조금씩 표현은 달랐지만 오바마가 타국 서민식당에 간 것은 ‘쌀국수 외교’이고 모국 대통령이 한 것은 ‘혼밥’인 이유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기자를 폭행한 사건이 국가 자존심까지 해치는 일 없도록 철저하고도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다만 그것에 매몰되어 매우 중요한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의 의미가 희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거기에 한 마디만 덧붙인다면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까지는 바라지는 않으니 대통령의 행보를 왜곡하지 말라는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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