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키워준 소속사와 법적 분쟁까지 가고도 동방신기 3인이 미래에 대해서 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 역시 그들의 활동 배경이 이미 오래 전부터 일본으로 옮겨간 까닭이다. 흔히들 노예계약 운운하는데, 사실은 계약 이전에 인적 네트워크에 의해서 좌우되는 한국 가요계 시스템이 더욱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동방신기가 일본이라는 활동무대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아무리 분하더라도 감히 소송을 단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한국시장이 열악해서 묶어둘 수 없는 스타들을 일본은 모두 빼앗아간다. 한류가 좋기만 한 것이 아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경제지수보다 실질 생활에서 느껴지는 삶의 질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세상에서 외화벌이 운운하며 가까이 두고 싶은 스포츠, 대중문화 스타들이 줄줄이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을 좋다고 박수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차트의 불공정성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요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요즘 음반 구매에 대한 편견과 왜곡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오비이락일지 몰라도 그런 분위기 속에 뮤직뱅크는 음반반영비율을 줄였다. 음반은 음악시장의 가장 중요한 지표이다. 과거처럼 무자료 거래가 횡행하는 시절도 아니고 적어도 10년 전 수준만 회복한다고 해도 가수들은 큰 숨을 돌려 쉴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가요는 음반도 팔리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디지털음원 시장이 펄펄 나는 것도 아니다. 디지털 싱글이라고 아예 음반 자체를 외면한 경우도 없지 않지만 그렇게 내놓는다 해도 가수들이 신곡 작업을 통해서 얻어야 할 충분한 대가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투자를 줄여보겠다는 궁여지책에 불과하다.
게다가 10만장 파는 가수나 그룹이 일년에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이며, 그것도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면 꿈꾸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음반을 잘 파는 인기 아이돌 그룹의 경우 음반을 내놓고는 활동은 가능한 짧게 끝내고 행사나 CF 등 부가 활동을 통해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10만장이라는 숫자가 헉 소리 나게 커져버렸지만 그룹을 운용하는 기획사 입장에서는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미니건 정규건 아이돌 그룹이 한 음반에서 타이틀 곡 외의 활동을 하는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그것이 비단 아이돌그룹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가수들에게까지 일반화되고 후속곡 활동이란 갈수록 드문 현상이 되고 있다. 이런저런 요인이 얽혀서 한국 가요계는 환경적인 기형으로 퇴화하고 있다.
지금 가요계에 필요한 것은 팬덤의 세 과시에 불과한 드림콘서트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가요계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재활프로그램이다. 어떻게든 음반이 잘 팔릴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데, 공연, 전시에 적용되는 사랑티켓처럼 음반 구매에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지 모르겠다. 음원 몇 개 다운로드하는 비용에 조금만 더 보태서 음반을 구입할 수 있다면 음반시장의 부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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