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신중한 판단을 한 뒤 엔트리를 발표하겠다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이 26명의 예비 엔트리를 기습 발표했습니다. 허 감독은 17일 오후, 에콰도르전에 참가한 30명의 선수들에게 외박을 허용한 뒤 코칭스태프들 간의 의견을 나눈 끝에 4명을 탈락시킨 26명의 2차 엔트리를 확정, 발표했습니다. 어느 선수가 탈락할 지 관심이 집중됐던 가운데, '깜짝 발탁'으로 기대를 모았던 황재원(포항)과 김치우(서울) 그리고 한동안 대표팀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했던 강민수와 조원희 두 수원 소속 선수들이 탈락하면서 23+3명의 엔트리가 결정됐습니다.

▲ 대표팀의 허정무 감독 ⓒ대한축구협회
일단 허정무 감독은 1차 엔트리와 마찬가지로 선수들의 경쟁력과 전체적인 능력을 고려해서 26명의 엔트리를 짠 것으로 보여집니다. 에콰도르전을 대비해 가졌던 훈련, 그리고 에콰도르전에서의 활약도를 토대로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3명의 선수와 큰 실수를 2-3차례 보여줬던 한 선수를 탈락시키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모두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고, 월드컵 예선 기간 동안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이기에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라올 수 있는 선수를 택해야 했던 허정무 감독 입장에서는 그래도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탈락한 4명의 선수는 모두 경쟁자들의 실력에 밀려 쓴맛을 본 케이스들입니다. 조원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고는 오히려 출전 기회도 얻지 못하면서 경기력이 저하돼 탈락했고, 스포츠 헤르니아(탈장)를 겪은 이후 하락세를 보였던 김치우 역시 허심(心)을 잡는데는 실패하며 개인 첫 월드컵 출전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또 강민수와 황재원은 이정수, 곽태휘 등 쟁쟁한 파이터형 중앙수비 경쟁에서 밀리는 양상을 보였고, 강민수의 경우 최근 눈에 띄게 경기력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결국 마지막에 가서 낙마하고 말았습니다.

반면에 관심 대상 가운데 하나였던 올드보이, 영건들은 모두 첫번째 관문을 통과하면서 월드컵 출전의 꿈을 이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에콰도르전에서 활발한 몸놀림을 앞세워 결승골을 뽑았던 이승렬(서울)과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기 포지션에서 제몫을 다하려 노력했던 김보경(오이타), 구자철(제주)은 모두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았고, 소속팀 사정으로 경기에 뛰지 못했던 안정환(다롄)과 김남일(톰 톰스크) 역시 또 한 번 이름을 올리는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에콰도르전에서 다쳐 우려를 낳았지만 조커로서 강한 인상을 심어준 김재성(포항)과 대표팀의 새로운 수비형 미드필더 자원으로 떠오른 신형민(포항) 역시 살아남는데 성공하며 '무명 신화'의 가능성을 계속 해서 살려나갔습니다. 이들 모두 월드컵 예선 때는 활약할 기회가 없었지만 최근 소속팀에서의 경기력, 또한 대표팀에서의 경쟁력에서 기존 선수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해 26명 엔트리까지 올라간 케이스들입니다.

허정무 감독은 26명의 멤버를 데리고 일본, 오스트리아로 가겠다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아울러 최종 엔트리 발표 시한인 6월 1일에 3명의 멤버를 뺀 23명 최종 엔트리를 발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때까지 현재의 경쟁 틀을 유지하면서 조직력 향상에도 서서히 열을 올릴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부상, 컨디션 난조 등 변수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모든 어려움과 역경을 뚫고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나설 최종 23명의 윤곽은 또 어떻게 드러날 것인지 눈여겨봐야 하겠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