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중계를 하지 않아 문자 중계로 실시간 상황을 지켜봤지만 정말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배드민턴 경기의 진수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철옹성'과 같던 만리장성의 벽을 '가뿐하게' 넘어서며 세계 최강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이 단체전 대회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우버(Uber)컵에서 중국을 3-1로 따돌리고 지난 1984년 이 대회에 처음 참가한 이래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한국은 단식-복식-단식-복식-단식 형태로 5전 3선승제로 치러진 결승전에서 세계 1,2위가 나온 중국을 상대해 거침없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화끈한 승리를 잇따라 챙겼습니다.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은 마치 올림픽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만큼이나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며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사실 한국팀이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습니다. 강한 전력을 갖고 있는 복식으로만 경기를 치르면 몰라도 약점을 갖고 있는 단식까지 함께 치르는 단체전 대회이기에 우승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더욱이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7연속 우승에 도전하고 있었고, 이를 위해 세계 1,2위에 올라있는 선수를 모두 출전시키는 모습을 보이면서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걸음 한걸음 단계를 밟아 올라간 한국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강한 전력을 드러냈고, 중국과의 경기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실력을 마음껏 발휘했습니다. 먼저 단식 간판, 배승희(KT&G)가 세계 1위, 왕이한을 2-0으로 '셧아웃'시키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습니다. 단식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는 배승희의 승리로 완전히 사라졌고, 의외의 선수가 당한 중국은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새롭게 결성된 이효정(삼성전기)-김민정(전북은행) 조가 역시 세계 1위인 마진-왕샤오리 조에 2-1 역전승을 거뒀고, '기대주' 성지현(한국체대)이 단식에서 세계 2위 왕 신에게 졌지만 1-2로 패해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경원(삼성전기)-하정은(대교눈높이) 조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 2위인 두 징-유 양 조에 2-1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드라마 같은 승부를 기분 좋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가 앞으로 있을 배드민턴 판도를 완전히 뒤엎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국이 중국을 넘어설 수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임을 인식시키면서 경쟁력있는 강국임을 깊이 각인시킨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특히 이경원-이효정, 김민정-하정은 조에서 올해부터 새롭게 결성된 복식 조가 꽤 빠르게 조직력이나 경기력에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이며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했고, 지난해부터 등장한 기대주들의 성장을 필두로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단식에서도 많은 기대감을 갖게 해 한국 여자 배드민턴이 여러 면에서 더 높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대회 우승의 의미는 남달랐다는 생각입니다. 세계 1,2위를 잇따라 꺾어 '세계 1,2위에 버금가는 실력'을 과시하며 강한 인상을 심은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은 어쨌든 대단했고, 경이롭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이전에 없던 대표선발전까지 만들어 가면서 경기력 향상에 온 힘을 쏟고 있는 한국 배드민턴. 한때 몰락의 길을 걸을 뻔하다가 이를 발판 삼아 꾸준한 성장을 이루며 세계 최강국으로 우뚝 선 한국 배드민턴의 밝은 미래를 많은 사람들은 기대하고, 또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만리장성을 넘어 선 한국 여자 배드민턴의 우승에 큰 박수를 보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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