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선발 투수는 배팅 볼처럼 밋밋한 투구로 3개의 까마득한 홈런을 허용하고, 구원 투수는 몸에 맞는 공을 연속으로 내주며 두 투수가 합작해 2이닝 연속 타자 일순으로 도합 13실점. 4회말까지 노 히트로 끌려가며 상대 선발 투수를 상대로 단 1점도 뽑지 못한 타선. 이것이 최근 15경기 2승 13패의 7위 팀 LG의 현주소입니다.
상태가 좋지 않은 에이스 봉중근이 4일 휴식 뒤 등판이라는 무리한 일정을 소화한 것은 재활을 거쳐 복귀한 박명환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덕분에 박명환은 7일 휴식 후 8일 만에 등판했지만, 구위는 예리한 맛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5이닝도 채우지 못한 채 10피안타(3피홈런)로 7실점했는데, 우완 에이스라는 명색이 부끄러울 정도로 형편없는 투구였습니다.
오늘도 수비는 문제였습니다. 극도의 타격 부진에 시달린 오지환을 대신해 상대 선발이 좌완 장원준임을 감안해 윤진호가 선발 출장했는데, 2군에서 수비만큼은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윤진호의 수비는 2번의 실책성 플레이를 노출할 정도로 엉성했습니다. 2회초 2사 후 조성환의 타구를 외야까지 무리하게 쫓아가다 안타로 만들어줬고, 5회초에는 무사 2루에서 손아섭의 땅볼 타구를 따라가다 잡지도 못한 채 2루수하고 겹치며 내야 안타로 둔갑시켜 줬습니다. 결국 5회초의 엉성한 수비는 강민호의 만루 홈런으로 이어지며 참패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타선 역시 초라했습니다. 주장 박용택은 4타수 무안타 2삼진, 2군에서 올라온 박병호는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상대 선발 장원준에게 삼진을 헌납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승부가 갈린 뒤 1.5군급 투수를 상대로 뽑은 4점은 무의미한 것이었습니다. 만일 LG 타선이 오늘 경기에서 의미 있는 점수를 뽑았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초반에 선발 장원준을 상대로 점수를 뽑으며 기선을 제압하거나, 큰 점수차에서 등판한 1.5군급 투수들을 상대로 대량 득점하며 임경완, 강영식 등 상대 필승 계투진을 끌어내며 압박해 내일 경기의 포석을 마련해야 했지만, 그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매 경기, 하나의 투구, 하나의 타석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오히려 고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아니라 팀 성적과 무관하게 소중한 비용과 시간을 쪼개 가며 유니폼을 사 입고 야구장을 찾아 응원을 보내는 1루 관중석의 LG팬들로 보입니다. 하지만 팬들이 무한한 인내심을 지녔을 리 없습니다. 응원단상 코앞의 206, 207 블록까지 원정팀 팬들에게 점령당한 후에야 정신을 차리면 늦습니다. 하긴 단장이 ‘구단에 돈이 많아서 관중이 없어도 된다’고 공언한 것을 보면 프런트나 선수단 모두 천하 태평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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