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9월 4일 공동 총파업을 시작한 양대 공영방송 KBS·MBC가 정상화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 MBC는 최승호 사장이 취임 첫날 해직자 복직과 보도국 간부 전면 교체를 진행하며 정상화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KBS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업무추진비 유용 비리 이사에 대한 해임 절차에 돌입하면서 분수령을 맞고 있다.

하지만 YTN노조는 사실상 총파업을 예고했다. YTN노조는 1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위한 조합원 총회를 공고했다. YTN노조는 주문내용으로 "2017년 임금 교섭 및 YTN 정상화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파업을 포함하는 쟁의행위에 돌입한다"고 공지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항할 생각"이라는 박진수 위원장의 말이 파업과 주주총회 저지를 포함한 투쟁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총투표 일시는 YTN사장이 선임되는 22일 주주총회 직전인 20일부터 21일까지다.

YTN 노동조합은 11일 오전 서울 상암사옥 로비에서 'YTN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의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최남수 내정자의 퇴진을 요구했다.(미디어스)

두 양대 공영방송사가 파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YTN에서는 해직자 복직이 이뤄지고 조준희 전 사장이 물러났다. 당시만 하더라도 KBS·MBC노조는 YTN의 모습을 부러워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지금은 YTN노조가 KBS·MBC 상황을 부러워하는 처지가 됐다. 왜 상황이 역전됐을까.

"MBC는 해직자인데 YTN은 도망자냐!"

지난 11일 상암 YTN 로비에서 울려퍼진 구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YTN노동조합)는 11일 YTN노조, 노조 전 집행부, 직능단체, 주니어 그룹 등을 포함한 'YTN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최남수 사장 내정자를 비롯한 사내 적폐인사들의 퇴진을 촉구했다.

YTN노조가 최남수 내정자에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최남수 내정자의 적폐청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최 내정자를 취임시키고자 하는 회사 내·외부의 세력 때문이다.

YTN노조는 최남수 내정자가 사장 선거에 입후보할 때부터 반대입장을 밝혀왔다. 최남수 내정자가 2001년과 2008년,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당시 두 차례에 걸쳐 퇴사를 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특히 2008년 정권 교체 후 MB 언론특보 출신인 구본홍 씨가 YTN사장으로 임명된다는 소문이 돌던 시기에 YTN을 등졌다는 것이다. 당시 YTN노조위원장이었던 현덕수 기자는 최남수 내정자의 집까지 찾아가 퇴사 의사를 접고 회사를 지키는데 일조해달라는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최남수 내정자가 머니투데이 보도본부장 시절 쓴 칼럼의 내용도 문제가 됐다. YTN '돌발영상' 제작진이었던 임장혁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남수 내정자가 2009년 당시 MTN에 썼던 칼럼들을 공유하며 최 내정자를 비판했다. 2009년 당시 최남수 보도본부장은 MTN시평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재산 331억 원을 사회에 헌납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번 실천은 부인할 수 없이 위대한 부자의 아름다운 선행"이라고 썼다.

2009년은 YTN 구성원들이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에 맞서다 해직되고 체포까지 당했던 시기다. 그 당시 이명박 정부를 찬양했던 최남수 내정자의 칼럼은 현재 최 내정자에 대한 YTN구성원들의 반감을 크게 키우고 있다.

이와 별개로 YTN노조는 최남수 내정자를 사장으로 취임시키려는 YTN이사회, 그리고 김호성 총괄상무, 류제웅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한 회사 간부들을 현 사태의 요인으로 보고 있다.

YTN사장은 사장추천위원회를 거쳐 YTN이사회를 통해 결정된다. 현재 YTN사추위는 대주주인 한전KDN·한국마사회·KGC인삼공사가 추천한 외부인사 3명, 시청자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 인사 1명, YTN노조 추천 인사 1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7월 YTN 신임사장 공모에서 한전KDN·한국마사회·KGC인삼공사 등 대주주 몫 사추위원들은 사장선거에 나선 노종면 기자에게 0점을 부여해 탈락시켰고, 이후 YTN이사회는 사장후보 면접자들 가운데 적격자가 없다며 사장 재공모를 추진했다. 그렇게 진행된 2차 신임사장 공모에서 최남수 전 MTN대표가 사장에 내정됐다. YTN노조는 YTN이사회가 박근혜 정부 당시 임명된 공기업 대주주의 인사들이라며 노조가 최남수 내정자에 대한 반대입장을 꾸준히 밝혀왔음에도 최 내정자가 사장이 되길 바라는 회사 내·외부세력들이 준동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최남수 내정자는 최근 박진수 위원장과의 담판 협상에서 구본홍·배석규·조준희 사장 시절 3년 이상 보직을 맡았던 간부들에 대한 보직 잠정 보류를 요구한 노조의 제안을 거절하고, 김호성 YTN총괄상무와 류제웅 기획조정실장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수 위원장은 최남수 전 대표가 내정된 직후 "회사 등기이사가 내부 분위기를 이사회에 전달하지 않았다"며 "등기이사인 김호성 상무는 최남수 씨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담판 협상을 제안한 노종면 기자는 7일 협상 결렬 직후 사내게시판에 "'방해 준동자들'이 선명히 드러났다는 성과도 있으니 심기일전이 두렵거나 주저스럽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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