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결과이기는 합니다. 매분기별로, 개편 때마다, 혹은 각자의 소속 그룹이 새로운 과제에 착수할 때마다 G7의 멤버들 중 누군가는 하차할 것이라는 생각들이 여러 번 흘러나왔었죠. 그도 그럴 것이 매일매일 전쟁 같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잘나가는 걸그룹의 멤버들이 다른 동료들과 떨어져 따로 촬영일정을 위해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야 하는 개인활동을, 그것도 체력적으로 엄청난 부담을 주는 무식한 리얼 버라이어티 청춘불패를 소화하기엔 부담이 컸으니까요. 오히려 이렇게 오랫동안 지금의 멤버를 이탈자 없이 끌고 온 것이 도리어 대단하다고 해야겠죠.

그렇다 해도 아쉽고 놀라운 것은 어쩔 수 없긴 합니다. 막대한 팬덤의 지지는 물론 프로그램 내에서도 청춘불패의 얼굴마담과 웃음을 담당했던 소녀시대의 유리와 써니는 제작진들이 무척이나 놓치고 싶지 않은 카드였을 겁니다. 그마나 소녀시대의 해외 활동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기에 많이들 예상했던 결과이기도 하고, 그녀들 역시도 이제 청춘불패에서 얻을 수 있는 성과가 그다지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떠나는 것이니 깔끔한, 서로에게 득이 되었던 만남이었다는 것이 위안이 되겠죠.

하지만 포미닛의 현아의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볼륨을 높여요의 새로운 DJ로 발탁되어 고정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교체멤버로 거론되었던 브아걸의 나르샤나 일본 활동을 시작하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할 카라의 구하라가 아닌 현아가 하차 명단에 들어갈 줄은 사실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새롭게 활동 준비에 들어간 포미닛의 음반 활동과 함께 진행된다는 아시아 진출문제도 있었겠고, 자주 문제가 되었던 개인 건강관리의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다른 경쟁 그룹에 비해 인지도가 아쉬운 포미닛으로서는 현아의 청춘불패 출연은 여러모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았어요.

게다가 그녀는 이 프로그램에서 여전히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더 많은, 아니 보여주지 못한 것들을 너무나도 많이 쌓아놓기만 하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MC들의 효율적인 지원도, 제작진의 똑똑한 설정도 기대할 수 없기에 너무나도 만들기가 어려운 캐릭터 부재의 청춘불패에서 현아는 유독 여러 가지 개성을 뽐냈던 멤버였습니다. 징징거리는 막내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던 징징 현아, 구하라와의 콤비를 이루며 만들었던 유치자매, 어린 나이에도 방송의 맥을 짚을 줄 아는 막내 PD까지 그녀는 단선적인 부분만을 부각시켜 너무나도 평면적이고 소모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다른 G7의 멤버들과 비교하면 그 누구보다도 다양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정작 그 무엇도 효율적으로 프로그램 안에서 녹아들지 못하고 몇 주간의 방송에서만 되풀이되고 소모되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이유가 그녀가 직접 방송에서 토로한 것처럼 몇 시간도 자지 못한 체 촬영에 임해야 하는 과도한 스케줄에 의한 피로와 의욕 상실 때문인지, 다른 멤버와의 상성이 좋지 못한 캐릭터 자체의 한계 때문인지, 좋은 소재를 두고도 살리지 못하고 그저 개인의 친분관계에 의지하며 웃음을 이끌어내려는 미숙한 MC들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무엇도 아닐 수도, 이 외에도 다른 이유가 복합적으로 겹쳐져서 그랬을 수도 있겠죠.

다만 분명한 것은, 현아는 자신의 능력과 예능감에 비해 너무나도 저조한 활약과 분량만을 남기고 하차를 결정했다는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G7중에서 가장 방송의 흐름을 알고, 리얼의 공간에서 의외성을 부가하며 놀 줄 아는 멤버는 현아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청춘불패의 제작진은 훨씬 더 다양하게,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를 맥없이 놓쳐버렸습니다. 벌써부터 누가 새로운 유치리의 주민이 될 것인지, 어떤 새로운 조합이 만들어질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가 들어오는지 만큼이나 새내기들이, 그리고 기존 멤버들이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는지의 여부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청춘불패는 점점 더 그런 편안함을 만들어줄 세련된 진행이나 조율과는 거리가 먼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어요. 현아의 하차가 아쉬운 이유는 어쩌면 지금 청춘불패가 가진 가능성에 비해 너무나도 부족한 결과물들을 만들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모로 이 프로그램은 출연하는 걸그룹 멤버들이 아까워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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