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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방송으로 묵은 때 벗긴 무한도전[블로그와]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0.05.16 10:42

   
   

MBC가 파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해 다음 주면 참 오래들 기다렸던 MBC 예능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오래 기다린 것을 생각한다면 좀 무리해서라도 이번 주 본방이 방송되길 바랐지만 방송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은 탓에 입맛만 다실 수밖에는 없었다. 그렇지만 아마도 MBC 예능의 고정 팬들은 또 언제라도 재방송만 보게 되더라도 그들에게 지지를 보낼 것이다. 특히 무한도전과 일밤은 그러리라 확신한다.

 

5월 15일 무한도전은 2007년에 방영했던 무한도전 '묵은 때를 벗겨내다' 편을 내보냈다. 복습까지 하는 열혈 팬이라면 이미 두어 번 이상 봤을 가능성이 있겠지만 기억력 떨어지는 시청자라면 흐릿한 기억력을 짜 맞춰 가야 했을 묵은지 같은 재방송이었다. 그렇지만 그때의 인상을 통해서 웃었던 장면에 또 웃고, 그렇지 못한 장면에서도 다시 의미를 알고 웃을 수 있었다. 그것이 재방송의 묘미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묵은 재방송을 다시 내보내면서 무한도전이 새삼 다짐코자 했던 것은 초심이었다. 보는 입장에서도 무한도전의 초심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하게 됐다. 시청률로 따질 수 없는 한국 리얼버라이어티의 원조 무한도전의 초심이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헝그리 정신쯤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묵은 때를 벗겨내다’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때가 아니라 그렇게 서로의 때를 밀어주는 이제는 어느 목욕탕에서도 보기 어려워진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아주 오래 전으로 되돌아간다면 목욕이 연례행사쯤 되는 시절이 있었다. 이목이 두려워 목욕탕에 가기 전에 좁고 추운 부엌에서 뜨거운 물 한 대야를 떠놓고 초벌 벗기기를 해야 했던 시절이다. 물론 그 초벌 벗기기가 목욕탕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어떤 심리적 안도를 주었지만 막상 목욕탕에 들어가서는 오히려 망신을 주었다. 어설프게 밀어낸 탓에 때가 일어나 한 눈에 보기에도 초벌 벗기기를 한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애들은 명절을 앞둔 목욕탕에 많았다.

 

무슨 소설의 한 대목 같은 얘기지만 목욕탕 회상 속에는 무한도전이 전하고자 했던 헝그리 정신의 원전이 담겨져 있다. 그렇게 가난했던 시절에 목욕탕에 가서 돈 내고 때를 민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호사였다. 자연 본전을 뽑기 위해서는 악착같이 때를 밀어야 했고 아무리 유연해도 손이 닿지 않는 등을 서로 밀어주는 것은 꼭 가족이 아니어도 말 한 마디로 성사되는 품앗이였다.

 

그랬던 것이 목욕탕 풍경이었지만 이제는 가족끼리도 서로 때를 밀어주지는 않는다. 일상이 힘들고 지쳐서 큰 돈 들이지 않고 편하게 때를 밀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기껏 아들을 데려와서 목욕관리사에게 맡기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딱히 흠잡을 일은 아니지만 달라진 목욕탕 풍경이 옛날과 달리 냉정하고 건조하다.

   
   

 

 

무한도전이 굳이 목욕탕에서 멤버들의 때를 밀어주는 것을 재방송으로 내보낸 것은 훈훈한 옛 풍경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다시 보니 때밀이가 끝날 즈음, 누군가 '때를 밀어주니까 진짜 가족 같아'라는 말을 했다. 흔히 가족 아닌 사람들끼리도 가족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그 말은 상당히 관념적으로만 통용될 뿐이다.

 

새삼 무한도전 피디에 대해 감탄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그들은 감히 시청자를 향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지만 직접 대놓고 말하는 것보다 더 진하게 초심, 가족의 의미를 확인해달라고 하는 듯 했다. 칭얼거리는 어린 애인이 유치하지만 밉지 않게 '나 사랑해?'라고 묻는 것 같았다. 그들끼리 가족애를 확인한다면서 속마음은 '재방, 삼방도 빵 터진다. 마음 놓고 파업해라'라고 했던 시청자의 말이 진심이냐고 묻는 것 같았다. 그런 무한도전의 애정확인에 마음이 움직인다.

 

무한도전의 초심은 사랑인 듯싶다. 그들 스스로의 사랑이자 그들에 대한 시청자의 사랑. 시청자를 대표할 수는 없지만 무한도전에 대해서 쓴 소리도 자주 하는 내가 얼른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라면 다른 사람들은 걱정할 일 없을 듯싶다. 그들의 초심에 기꺼이 동참하고 싶다. 목숨 걸고 웃음을 책임진다는데 나만 빠지면 손해 아닌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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