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세번 도전에 나선 f(x)의 뮤직뱅크 첫 1위의 꿈이 날아갔다. 뮤직뱅크가 이번주부터 항목배점을 개편한 결과 f(x)와 2PM의 희비가 엇갈리게 된 것. 항상 관심을 끌고다니지만 정작 가수로서 반드시 오르고 싶은 자리에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만 문턱에서 좌절하게 되었다. 원인은 갑자기 적용된 뮤직뱅크 개편에 따른 배점비율의 변동이었다.
최근 들어 뮤직뱅크 순위 결정에 음반 점수가 너무 높다는 일부 팬덤의 불만이 제기되었다. 그에 따라 뮤직뱅크 점수배점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설은 계속 떠돌았는데 갑작스레 개편이 f(x)에게는 꿈을 빼앗아간 결과를 낳고 말았다. 종전 기준대로라면 1위가 확정적이었던 것이 기존 15% 반영되던 음반점수가 10%로 줄면서 세 번째 도전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미 다음 주는 정규4집의 폭발적인 음반판매를 보이는 슈퍼주니어에 아무도 도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2PM의 1위 점수와 f(x)의 총점 차이가 불과 614점이었기 때문에 음반점수 점유율 변화가 결정적이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배점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f(x)는 적어도 2PM을 1천점 이상 차이로 따돌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결과이다. 결국 2PM은 음반점수로 첫 1위를 차지했고, 또한 갑작스런 축소로 인해 두 번째 1위에 오르는 행운을 거머쥐게 되었다. 하늘이 돕던지 아니면 적어도 PD라도 돕는 것이 분명하다.
음원 점수를 비롯해 다른 배점이 적더라도 팬덤의 힘이 가장 크게 작용되는 음반 점수를 통해서 얼마든지 1위에 오를 수 있는 구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요시장을 상징하는 음반점수를 대폭 줄이거나 아주 없애는 것에는 분명 무리가 따르며, 팬덤에 치우친 사람이 아니라면 동의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음반시장이 죽었다는 현상을 반영하기보다는 지상파 방송 차트가 음반점수를 고수함으로 해서 명맥이라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까닭이다.
그러니 다소 문제가 따르더라도 음반점수를 고수하는 입장에는 지지를 보낼 수밖에 없지만 뮤직뱅크 개편의 문제점은 다른데 있다. 이번 개편을 통해 뮤직뱅크는 음반배점을 5% 줄이면서 그것을 방송점수로 보탰다. 방송점수라는 것이 팬덤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공정성을 높인 것 같지만 실제는 KBS 내의 방송으로 그 범위를 국한시켰다는 점에서 공정성 부분의 후퇴를 의미한다.
뮤직뱅크가 정한 방송점수는 TV 70%에 라디오 30%를 차지한다. 방송에 30초 이상 방영될 때에 1회 방송횟수로 가산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각종 연예오락 프로그램 말미에 잠깐씩 내보대는 뮤직비디오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고, 그것을 위한 기획사의 노력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 섭외되지 않는 비 아이돌 그룹에게는 더욱 불리해진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뮤직뱅크의 K차트 개편은 결론적으로 선의로 해석할 부분이 매우 적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결과이다. 점수를 공개한다는 점에서 SBS의 비밀차트보다 투명성을 확보하며 인기의 실제지표로 활용되었던 뮤직뱅크의 위상이 앞으로 지켜지기는 어려워진 듯싶다. 뮤직뱅크 개편은 납득할 수 없는 이기적 욕심을 끼워 넣음으로써 스스로 공정성을 포기한 결과를 낳았다. 이제 지상파 방송 순위는 그들만의 리그 외에는 별의미를 갖기 어려워졌다. 그동안 뮤직뱅크 결과에 무게를 두고 글을 써왔던 입장에서 뒷맛이 매우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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