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 차트를 보면 아주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일간 순위에 아이돌그룹 댄스곡은 f(x)의 누 예삐오 한 곡만 보이고 나머지 10위권 내에 다른 곡들은 비 아이돌 그룹의 곡들이다. 다비치의 경우 분류가 애매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퍼포먼스보다 노래 자체에 비중을 둔다는 점에서 댄스곡 풍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이돌그룹과는 따로 분류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이미 걸그룹들이 모두 상반기 활동을 끝낸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또한 2월부터 몰아친 걸그룹들의 거센 바람과 비록 천안함 침몰사고에 묻히긴 했어도 비, 이효리의 활동까지 대중들의 귀가 현란함에 다소 지친 것일지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위의 차트에 적어도 꼭 있었어야 할 아이돌 그룹이 있었다. 그렇지만 정규4집으로 컴백한 슈퍼주니어의 타이틀 곡 미인아는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거의 외면당하다시피 하고 있다.

강인, 한경, 기범 등이 빠지고 10명만의 음반을 낸 이번 정규 4집은 일주일 앞서 발표한 f(x)의 누 예삐오와 마찬가지로 대중성을 거의 확보하지 못한 노래로 평가받고 있어 자연스럽게 음원성적이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각 음원사이트가 스트리밍보다 다운로드에 가중치를 두기 때문에 다운로드 수치가 높은 신곡이 항상 유리한 편인데도 이와 같은 현상을 보이는 것을 보면 슈퍼주니어의 4집 타이틀곡은 대중성 확보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 왼쪽부터 브라운아이드소울, 다비치, 바이브
그렇다 보니 음원 시장에서는 f(x)만이 힘겹게 발라드 곡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어 순위 차트가 대단히 흥미로워지고 있다. 의외로 f(x)의 음원성적이 꾸준한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다른 발라드 곡들이 더 치고 올라온다면 상대적으로 f(x)의 선전은 빛이 바랠 것이다. 매일 음원 차트를 살피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렇게 발라드가 전반적으로 우위를 확보하는 상황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단 이와 같은 발라드 우위 현상은 5월 내내 지속될 것이라고 보여진다. 조만간 월더걸스와 SS501의 컴백이 이어지겠지만 슈퍼주니어의 부진으로 인해 5월의 가요계 대전은 아이돌그룹끼리 벌이던 기존 상황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 같다. 팬덤의 막강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슈퍼주니어의 음반 판매가 호조를 보여 뮤직뱅크 1위는 몇 번 가능하겠지만 전반적인 인기곡으로서 부상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슈퍼주니어의 부진이 실망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는 하지만 가요계가 아이돌의 지배력에서 벗어나 다양한 듣는 노래들이 힘을 발휘하는 현상은 비록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달콤하고 상큼한 걸그룹들의 발랄한 노래들만 듣고 일 년을 다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또 한편으로 비 아이돌 그룹의 노래들이 대중의 사랑을 확보하는 것이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 턱없이 작기만 한 한국 음악시장을 편향되지 않게 발전시킬 수 있는 작은 불씨라도 되어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사랑스러운 걸그룹들을 일본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 음악시장은 커져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한다. 이렇게 발라드 곡들이 단체로 힘을 발휘할 때 대중들도 음반 한 장, 음원 하나 더 사주면 심각한 아이돌 편향의 음악시장에 균형 잡힌 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희망을 발견하고 싶은 5월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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