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012년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MBC로부터 해직된 언론인 6명 전원이 5년 만에 모두 복직해 첫 출근길에 올랐다. 최승호, 이용마, 박성제, 강지웅, 정영하, 박성호 등 MBC 해직언론인 6인은 구성원들의 축하를 받으며 사원증을 수여받았다. 이들은 복직소감을 밝히며 시민들의 공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11일 아침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는 해직언론인 6명의 복직 후 첫 출근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해직언론인 6명은 복직 소감을 전하고 공영방송 MBC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포부를 밝혔다.
MBC 해직PD이자 이제는 대표이사인 최승호 사장은 "무슨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심정"이라며 "지난 5년동안 MBC 공동체가 받은 탄압의 정도는 언론사상 유례 없는 강고한 탄압이었다. 그런 탄압에 우리 공동체는 끝까지 저항했고 힘을 합쳐 이 순간을 만들어냈다"고 회상했다.
최승호 사장은 "마침내 우리는 정의가 승리하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릴 수 있게 됐다"며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 넘칠 수 있도록 우리의 모습이 많은 분들께 힘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부분은 우리의 승리에 국민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국민이라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우리 마음속에 들어와 있다"고 강조했다.
최승호 사장은 "이제 이 키워드를 방송으로서 표출해 마침내 MBC가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만드는 일만 남았다"며 "지금까지 충분히 해피엔딩이고 영웅의 드라마이지만 앞으로 정말 MBC가 날아오를 때 승리의 대하드라마가 완성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복막암으로 투병중인 이용마 기자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소회를 밝혔다. 이 기자는 "2012년 3월에 해고됐던 그날 이후로 단 한번도 오늘이 올 것을 의심해본 적 없다. 우리는 정정당당한 싸움을 했고 정의를 대변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는 일이 오늘 실현됐다"고 말했다.
이용마 기자는 해직자 복직이 '촛불시민'들의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자는 "병상에서 12월 달력을 보니 12월에 빨간 날이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성탄절, 다른 하나는 원래 대선이 예정됐던 20일"이라며 "그 순간 '예정대로 다음 주 대선이 치러진다면 아직도 우리는 멀었겠구나' 정말 몸서리쳤다"고 회상했다.
이용마 기자는 "오늘 이 자리에 우리가 서게된 것은 작년 엄동설한을 무릎쓰고 나와주었던 촛불 시민들의 위대한 항쟁덕분"이라며 "뉴스·시사·교양·드라마 모든 방송프로그램에 그분들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용마 기자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권력감시와 견제이지만 더불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도 담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기성 주류언론은 우리를 철저히 외면했다. 하소연 할 데가 없었다"며 "지금도 자신들의 억울한 목소리를 아무리 외쳐대도 이 사회에 반영되지 못해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우리 주변에 많을 것이다. 과거 우리를 상기하며 그분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2년 파업 당시 MBC노조 위원장이었던 정영하 기술감독은 울먹이며 "걱정도 많았고 염려도 많았다. 하지만 내색하기 힘들었다"며 "다 잘될 거라고 얘기는 했지만 겁도 나고 그랬다"고 토로했다. 정 기술감독은 "하지만 오늘까지 온 건 이 자리에 있어준 동료들 덕분"이라며 "지난 5년동안 받기만 했는데 이제 열심히 갚겠다"고 다짐했다.
박성호 기자는 "짤려서 나갈 때는 혼자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돌아올 때는 조합원분들과 시민여러분들이 제 뒤에서 함께 들어온 느낌이 든다"며 "집에 와서 좋다"고 털어놨다. 박성호 기자는 "저와 인연없는 분들이 많을 텐데 같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관심과 응원 보내주신 것 정말 감사하다"며 "관심과 응원이 사람들을 얼마나 일으켜 세우고 쓰러지지 않게 하는지 이번에 느꼈기 때문에 앞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가 느낀 것 다 돌려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제 기자는 "오늘 하루만큼은 모든 것 다 잊고 돌아온 행복한 느낌을 간직하며 지내겠다"면서 "내일부터 MBC 재건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강지웅 PD는 "어차피 여기 서 있는 사람들은 10년 채 안 남았다"며 "분골쇄신해서 그동안 고통받았던 후배들이 정말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