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무혐의로 결론 난 DJ 비자금 사건의 제보자가 국민의당 박주원 최고위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의당 당내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박 최고위원은 자신이 제보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시 비자금 의혹을 제기했던 주성영 전 의원은 박 최고위원이 제보했다고 말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박주원 국민의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11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주원 최고위원은 '주성영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게 넘긴 자료 중 100억 짜리 CD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주성영 전 의원은 제가 퇴임 이후에도 가끔 만나기는 했지만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언론보도에 따르면 주성영 전 의원이 공개한 100억 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의 발행일은 2006년 2월"이라면서 "저는 2005년 10월 경 퇴직했다. 앞뒤 정황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박주원 최고위원은 "검찰 수사관이 검사와 함께 의문의 비자금을 포함한 각종 비리 첩보를 입수해서 이를 파헤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책무"라면서 "제가 대검에 근무할 때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평소 알고 있는 검사나 수사관들과 함께 그런저런 자료를 함께 공유하기는 했지만, 퇴임 이후에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DJ 비자금 관련 자료를 주고 이런 여러 문건을 박스째 전달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거야말로 짝퉁 제보 조작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박주원 최고위원은 "마치 대하소설 같은 그런 어설픈 음모론"이라면서 "(경향신문 보도에 등장한) 사정당국의 ㄱ씨가 도대체 어느 사정당국에 소속된 ㄱ씨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보한 내용에 비춰서 검찰조직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최고위원은 "검찰 퇴직 후 머무르면서 박스를 전달받았다는 강남 사무실 또한 존재하지도 않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박주원 최고위원은 국민의당 호남 의원들이 만든 '음모'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박 최고위원은 "10여 년 전 사건을 이제 와서 왜 사정당국의 관계자가 들춰낸 것인지도 그렇고, 지금에 와서 국민의당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건을 연계시키는 것 자체가 음모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보도 당일 우리 당 연석회의가 열렸다"면서 "당시 저는 지방출장 중이었다. 그래서 참석을 하지 못했는데 호남 의원들이 중심이 돼 저에게 소명절차 한 번 주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일방적으로 비상징계를 내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박지원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주 의원, 정대철 고문, 박지원 의원. (연합뉴스)

박주원 최고위원은 "그리고 현장에 있던 모 의원님이 어떤 자료를 가지고 설명을 하면서 강력히 징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라면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자료를 보면서 징계를 주장했다는 것인데 그 자료를 사정당국으로부터 제공받았다면 그것이야말로 적폐 중 적폐"라고 주장했다.

박주원 최고위원은 "제가 바른정당과 연대통합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발언을 했고, 이유식 발언 이후에 저에게는 호남의 배신자라는 수많은 음해성 문자폭탄들이 SNS 등에 숨쉴 수 없을 정도로 올라왔다"면서 "심지어 한나라당 잔재세력이라는, 내년 안산시장에 출마하면 호남인들을 동원해서 떨어뜨릴 것이라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협박과 음해에 시달리는 상황인데 음모라고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주원 최고위원이 의혹을 제기한 국민의당 호남 의원은 이용주 의원인 것으로 보인다. 김현정 앵커가 "청취자께도 알려드릴 의무가 있다"고 하자 박 최고위원은 "이 모 위원님이라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김 앵커가 "이용주 의원이냐"고 묻자, 박 최고위원은 "네 그렇다"고 말했다.

박주원 최고위원은 "얼마 전에 그분이 성완종 사건과 관련해서 홍준표 대표의 무슨 자료도 갖고 있다고 폭로하지 않았느냐"면서 "그 자료도 사정당국에서 받은 것 아니겠느냐. 그러면 그런 저런 사건과 연계해서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자료를 사정당국에서 받았다면 사정당국에서 정보를 유출한 거 아니겠느냐"면서 "그 정보 유출 책임은 누가 져야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지난 2008년 DJ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는 주성영 전 한나라당 의원. (연합뉴스)

그러나 주성영 전 의원이 DJ 비자금 제보를 박주원 최고위원으로부터 받았다는 보도가 11일에도 나왔다. 11일자 경향신문은 <"DJ 비자금이라 말한 적 없다고 입 맞춰달라"> 보도에서 박 최고위원인 주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국회에서 제보 사실을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주성영 전 의원도 어처구니 없어 한다'던 박주원 최고위원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주 전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박 최고위원이 2006년 DJ 비자금 제보를 하겠다며 찾아왔고 이후 그의 사무실에 가서 100억 원짜리 CD를 받아왔다. 이제 와서 모른다고 발뺌하는 것도 모자라 가짜뉴스라고 하면 되겠느냐"면서 "처음에 CD를 줄 때는 중소기업은행 김 모 부장에게 받은 것이라고 했는데 최근 전화를 걸어와서는 '모 대학 총장이 준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국민의당 쪽에서 특히 안철수 대표가 자기 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마구 사람들을 받아들였는데, 그런 사람들 중에 문제성 있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느냐"면서 "지난번 증거조작 사건의 이유미 씨, 이준서 씨라든가 주변에 과거 친이계라 할 수 있는 한나라당 출신들이 꽤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박주원 의원이 한나라당에서 시장까지 한 경력이 있는데, 상당히 그쪽에 충성을 했던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시장을 했던 것이 아주 스펙이 괜찮다"면서 "오히려 그런 식으로 평가를 했다는 것을 들어봐도 영입한 기준부터가 잘못돼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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