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언니도 이제 종영까지 단 6회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14회 동안은 캐릭터 위주로 은조와 강숙, 기훈, 효선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그려내면서 관계성에 갈등구조를 만들어 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시청자에게 각각의 캐릭터를 공감하게 만들고 이해시키더니, 이제 남은 6회 동안 드디어 인물 소개는 끝났다는 듯이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될 것만 같은데요.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신데렐라인 효선의 복수, 이해와 화해 등이 자리 잡으며, 신데렐라 언니인 은조와 왕자 기훈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주제가 될 듯합니다. 또 홍주가의 음모를 막고 대성도가를 일으키는 것 역시 그 배경이 될테구요.

대성의 일기장, 판도라의 상자였나?

대성의 일기장을 발견한 강숙은 그 일기장을 읽고 읽고 또 읽습니다. 그리고 죽기 전까지 대성이 썼던 마지막 유서와 같은 2010년 일기장을 미친듯이 찾아다니다가, 결국 대성의 서재에서 그것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그렇게 또 강숙은 그것을 눈이 짓무르도록 읽고는, 마침내 대성의 바보같은 사랑에 오열을 하게 됩니다.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의 상자에서는 여는 순간 인간들에게 고통과 해를 주는 모든 질병, 스트레스, 나쁜 마음 등이 세상에 흩어지고, 판도라의 상자에는 희망만이 남았는데요.

그렇게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강숙에게는 희망, 즉 대성과 자신 사이에 태어난 준수를 쫓겨나지 않고 대성도가에 남아 장손으로 애지중지하게 키우는 것이 목표가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강숙에게 희망만이 남아있었다면, 인간들에게 고통과 해를 주는 나쁜 마음은 대성이 썼던 일기장을 발견한 효선에게 들어가 버리게 된 듯한데요.

쓰러진 은조가 병원 입원함에 따라 병간호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에 효선은 준수를 돌보러 강숙의 방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강숙이 막걸리를 마시며 읽었던 대성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대성의 남겨진 흔적이라 반가웠던 효선은 그 일기장을 읽게 되고, 비로소 강숙과 은조 모녀는 대성을 뜯어먹기 위해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경악하게 되는데요. 또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하며 지냈던 아버지 대성이 너무도 안쓰럽고 어이가 없어서, 효선은 눈물보다 분노가 먼저 치밀게 됩니다.

그리고 예전 한달에 한번은 강숙이 자신을 만나러 서울에 올라간다는 핑계로 옛 남자를 만나고 다녔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인데요. 효선이 그 일기장을 보기 하루 전까지만 해도, 강숙은 혼자 막걸리를 마시며 대성을 그리워하고 있었으니깐요. 하지만 강숙 역시 변했다는 것을 알리가 없는 효선은 그런 강숙이 가증스럽고 그동안 철저히 속았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게 됩니다.

효선은 복수를 위한 캐릭터인가? 아니면 이해를 위한 캐릭터인가?

대성의 일기장을 읽은 효선이 방에 들어온 강숙을 바라보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드디어 효선은 강숙을 바라보며 복수를 다짐하게 되겠지요. 서로 이해하고 진심이 통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참 안타깝기도 합니다.

암튼 효선의 복수는 예정된 수순 같은데요. 하지만 그것이 진정 복수인지는 의문이 듭니다. 이제까지 효선의 모습을 보면 천성은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효선은 매번 미워하리라 싫어하리라 다짐해놓고 화를 내다가도, 어느새 따뜻한 말과 행동을 기대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간혹 180도 돌변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사실 그런 순간 스쳐지나가는 모습 때문에 효선의 복수가 시작되는 것인가를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 설왕설래가 오가기도 했습니다. 결국 또 다시 복수가 아닌 사랑을 원하는 효선을 보면서, 그것이 의도된 연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 의도는 다음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첨에는 효선이 복수를 위한 캐릭터로서, 여려 보이는 효선이 독하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리며 효선의 이중성을 보여주고, 충격적인 계기를 통해서 나중에 돌변하는 효선에 대해서 시청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구요.

이어서 효선은 이해를 위한 캐릭터로서, 그렇게 효선이 복수를 한다는 전제 아래 독한 마음을 먹고 달라지고자 하는 효선을 보여주며 어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효선은 캐릭터간 갈등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사랑으로 이해하고 상대방을 변화시켜 용서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가족이란 아무리 화를 내며 싸우고 갈등이 있더라도, 결국엔 끊어지지 않는 물 베기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은조 주위를 맴도는 죽음의 조짐들, 은조 죽음에 대한 암시일까?

강숙이 연 판도라의 상자에서 나온 인간들에게 고통과 해를 주는 질병은 마치 은조에게 들어가버린 것 같은데요. 사실 처음부터 은조에 대해서는 결국 새드엔딩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극중에서는 분명 은조는 독하디 독한 계집애로 나오고, 효선은 여리디 여리고 관심 받고자 하는 아이처럼 어리광 부리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죠.

하지만 효선을 보면 늘였다 줄었다 하는 고무줄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유연하지만, 은조를 보면 항상 팽팽한 실을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에 그것이 언제 끊어져버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항상 무리를 하고 있는 은조의 모습과 함께 은조 주위를 맴도는 죽음의 조짐들 때문인 것 같은데요.

대성이 살아 있을 때 코피를 흘리며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기도 하고, 대성이 죽은 뒤 계속 무리를 하던 은조는 결국 일본 출장 뒤에 또 다시 쓰러지며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강숙과 장씨를 상대함에 있어 진심이 느껴지는 은조의 죽음을 예고하는 그 말들이, 결국 은조의 죽음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또한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은조라는 캐릭터를 분석하다보면 자꾸만 자연스레 은조의 죽음이 연상 되는데요. 은조는 처음부터 세상과는 담을 쌓고, 어머니 강숙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은조는 결국 그리고 결코 강숙에게서 도망을 칠 수 없었죠. 은조가 아무리 독하고 나쁜 아이 같아 보여도, 은조의 상징은 희생입니다.

남자를 보면 뜯어먹을 것만 생각하는 강숙을 외면할 수 없었고, 그런 강숙을 대신하여 강숙의 죄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어린 시절을 지내왔죠. 대성도가에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성을 위해 강숙을 대신해 속죄하려고 대성도가를 위해 노력하고 무리를 합니다. 또 효선을 위해 자신이 첨으로 그렇게 원하고 사랑했던 기훈을 애써 부정해보려 하기도 하죠.

이것이 과연 은조의 죽음을 암시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효선의 복수에 있어 이해와 화해의 계기가 되는 것은 결국 은조의 선택이라고 생각해볼 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죽지 않고 기훈과도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참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네요. 독하게만 보이는 은조는 사실은 전혀 독하지 않았으니까 말이에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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