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B급 정서의 귀환! <막돼먹은 영애씨 16> (12월 4일~5일 방송)

tvN 월화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6>

10년 전 tvN <막돼먹은 영애씨>의 시작은 제목 그대로 ‘막돼먹은’ 영애씨와 주변 사람들의 고군분투기였다. 뚱뚱하고 나이 많다는 이유로 늘 남자 상사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듣고, 직접적인 복수보다는 커피에 침을 뱉는 유치하지만 통쾌한 복수로 스트레스를 날렸던 그들이었다. 주인공 영애(김현숙)의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연애사는 그 에피소드 중 일부분이었다. 연애사도 여느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삼각관계 같은 것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만난 첫사랑에 의해 창고에 감금되는 등 시청자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웃픈’ 에피소드의 연속이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막돼먹은’ 에피소드들은 사라지고 영애의 연애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 건,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영애의 연애사만 다루는 것이 문제는 아니었다. 영애와 그녀의 남자들이 ‘러브라인’만을 위해 의미 없이 소비되는 현상이 진짜 문제였다. 한 시즌 전체가 영애의 삼각관계에 할애되거나, 한 남자의 캐릭터를 이상하게 변질시킴으로써 다른 남자와 연결시키는 억지스러운 전개가 계속되었다. 그러다보니 <막돼먹은 영애씨>의 골수팬들도 점차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tvN 월화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6>

시청자들의 호된 혹평이 통한 것일까. 이번 시즌을 준비한 제작진의 각오가 남달라보였다. 지난 시즌 마지막 부분에서 영애의 임신을 암시했던 <막돼먹은 영애씨>는 첫 회부터 ‘베트남에서 남친 이승준 사장에게 배신당한 영애’의 술주정을 보여주더니, 2회에 이르러 오해를 풀고 임신 사실 공개와 프러포즈까지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이전 시즌과 비교하면 정말 빠른 속도다.

특히, 경찰서에서 임신 테스트기로 프러포즈를 하는 영애-승준 에피소드는 <막돼먹은 영애씨>만의 색깔이 그대로 녹아든 대목이었다. 승준이 자기 몰래 베트남에서 귀국해 연락하지 않은 이유가 어린 여자와 바람이 났기 때문이라고 오해한 영애는 승준과의 이별을 결심하지만, 승준이 교통사고가 났다는 사촌동생 규한(이규한)의 연락을 받고 한달음에 경찰서로 달려간다. 10년 간 쌓아왔던 ‘순정파’ 영애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영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서 급한 마음에 교통사고를 내게 된 승준은 경찰서에서 임신 테스트기를 내밀며 눈물의 프러포즈를 했다. 두 사람은 진지했지만, 보는 사람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애매모호했던 상황. 장미꽃과 반지는 없었지만, 그래서 더욱 <막돼먹은 영애씨>다운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다시 <막돼먹은 영애씨> 본방사수를 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 낸 순간이기도 했다.

tvN 월화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6>

<막돼먹은 영애씨> 고정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매 시즌 뉴페이스가 등장하면 적응 기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아, 물론 ‘라부장’ 라미란 배우는 제외한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서 승준의 사촌동생 역으로 나오는 이규한 캐릭터는 라미란 다음으로 최적화된 캐스팅이 아닐까 싶다. 온라인에서는 잘나가는 웹툰 작가지만 실상은 위생 관념과 눈치가 제로인 괴짜 이규한은 <막돼먹은 영애씨>가 10년 전 가지고 있었던 B급 정서를 다시 불러올 정도였다. 그만큼 전혀 이물감이 없었다. 그동안 ‘인생 캐릭터’가 없었던 이규한에게도 어쩌면 터닝 포인트가 될 작품일 수도 있다. 영애의 ‘선임신 후결혼’, 이규한의 괴짜 메소드 연기는 집 나간 시청자들을 다시 불러 모을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이 주의 Worst: 신동엽의 19금 농담이 오히려 걸림돌! <모두의 연애> (12월 8일 방송)

신동엽의 19금 농담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이미 종영한 JTBC <마녀사냥>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였고, 고민상담 프로그램인 KBS <안녕하세요>에서도 양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8일 첫 방송한 리얼 드라마 연애상담 프로그램 tvN <모두의 연애>에서도 그럴 줄 알았다. 과거 <마녀사냥>에서처럼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했다.

tvN 로맨스 토크 드라마 <모두의 연애>

<모두의 연애> 1회는 2년 전 이별한 전 여친 이시아의 연락과 얼마 전 자신에게 고백한 학교 후배 박유나 사이에서 고민하는 변우석의 사연이었다. 세 사람의 이야기가 드라마로 펼쳐지고, 중간에 변우석이 신동엽, 성시경, 마이크로닷이 일하는 ‘모두바’에 와서 고민 상담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드라마는 굉장히 진지했다. 드라마만 놓고 보면 그냥 로맨스 드라마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드라마가 한 템포 끝난 후, 변우석이 ‘모두바’를 찾았다. 드라마가 한순간 콩트로 변하기 시작했다. 변우석을 위해 술을 제조하는 성시경에게 신동엽이 “좀 많이 좀 드려. 돈이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다”라며 느닷없이 상황극에 돌입했다. “연애 문제 때문에 고민이다”라는 변우석의 말에 갑자기 세 직원이 몰려오면서 상담 모드로 바뀌었다.

tvN 로맨스 토크 드라마 <모두의 연애>

이별의 상처가 너무 커서 전 여친의 연락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는 변우석의 괴로운 표정에 신동엽은 “너무 상처가 크면 몸에 이상이 생겼을 수 있다. 풀이 죽는다든가”라는 말과 함께 팔뚝이 갑자기 고개를 숙이는 제스처를 하면서 19금 농담을 던졌다. “자...?”라는 이시아의 문자에 대해서도 신동엽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자라고? 아님 자자고?”라고 받아쳤다. <마녀사냥>처럼 네 명의 MC가 자유롭게 토크를 하는 형식이었다면 재미 요소가 되었을 것이지만, 진지한 드라마 이후 고민 상담을 하는 코너에서 신동엽의 농담은 프로그램 전체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소였다.

차라리 드라마가 좀 더 가벼운 톤이었다면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드라마와 토크의 온도차가 너무 크다 보니, 고민 상담의 흐름도 뚝뚝 끊겼다. 신동엽의 19금 농담과 변우석의 진지한 고민 상담 사이에서 <모두의 연애>의 정체성은 방황하기 시작했다. 성시경은 시도 때도 없이 19금 농담을 하는 신동엽에게 “그러니까 손님이 하나도 없지”라고 타박했다. 이러다 손님뿐 아니라 시청자도 없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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