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민의당이 지지율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 제보자가 '친안' 박주원 국민의당 최고위원이란 보도가 나왔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두고 친안계와 호남 의원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황이 폭로되면서 국민의당 갈등이 정점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당이 깨지는 상황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국민의당 박주원 최고위원. (연합뉴스)

8일자 경향신문 보도에 다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초인 2008년 10월 국회에서 불거진 '김대중 전 대통령의 100억 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 의혹의 제보자가 박주원 최고위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의혹은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제기했고, 검찰은 허위사실로 판단했다.

경향신문 보도에서 사정당국 관계자 A씨는 "박주원 최고위원은 대검찰청 정보기획관실 정보관으로 일하면서 얻은 정보라며 CD 사본과 모 은행의 발행확인서 등 김대중 비자금 의혹 자료를 주상영 의원에게 건넸다"고 밝혔다. 박 최고위원은 2006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안산시장을 지냈던 인물로 이후 국민의당에 입당해 친안계로 분류되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경향신문은 "당시 주성영 의원이 이 제보를 토대로 국정감사에서 'DJ 비자금'의혹을 제기한 2008년 10월은 국세청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한창 진행하던 때"라면서 "이명박 정권이 촛불집회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에 이어 DJ 비자금 의혹까지 정치쟁점화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세청 전직 고위 간부 B씨는 "당시 국제조사 업무를 하는 후배들로부터 '한상률 청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DJ 비자금도 캐려고 하고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고 했다. 2008년 9월 한 청장은 독일까지 가서 DJ 비자금 은닉처 중 한 곳으로 지목된 리히텐슈타인의 한국인 계좌정보 입수를 시도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원 최고위원은 "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가깝지 않고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들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이 사건으로 누구도 욕되게 하고 싶지 않다"고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그때도 박주원 최고위원의 제보라는 풍문이 있었지만 저는 당시 박 최고위원을 몰랐기 때문에 확인한 바는 없고 검찰의 수사에 맡겼다"면서 "그러나 주성영 의원께서는 믿을 수 있는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러한 사실이 사정당국자에 의해 밝혀졌다는 보도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주원 최고위원이 DJ 비자금 의혹 자료를 한나라당 의원에게 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의당 갈등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친안계와 호남 중진을 중심으로 하는 호남계 의원들 사이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통합을 둘러싼 두 계파의 갈등에 국민의당 지지율은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5%에 머물며 여전히 바닥을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8일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이 불거진 이후 국민의당 지지율(한국갤럽 조사 기준)은 10월 4주차 6%, 11월 1주차 6%, 2주차 5%, 3주차 6%, 4주차 4%, 5주차 5%를 기록해 5% 내외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주원 최고위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한나라당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관련된 첩보를 넘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의당 친안계와 호남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박지원 의원 등 국민의당 호남계 의원들의 다수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출신들이다. 최악의 경우 국민의당이 분당 수순으로 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기사에 인용된 12월 1주차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지난 5~7일까지 전국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7%,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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