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을 거치고 해피버스데이가 정규 편성되었다. 최근 무섭게 치솟는 이경규의 인기가 한몫 단단히 했을 결과로 보인다. 다만 애초에 파일럿방송을 함께 했던 엠씨 중에 이수근만 살아남았고 대신 김지호, 김성은, 제시카가 새로 합류했다. 그와 함께 첫방 게스트로는 박명수, 이승연이 출연해서 자신들의 아이들을 공개했다. 출연진이 대폭 바뀌긴 했지만 파일럿의 포맷에서 크게 바뀐 것은 없었다.

그것은 현재 해피버스데이의 전체 구성에 대해서 스스로 만족하고 있거나 혹은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해피버스데이 첫방에는 몇 가지 문제점들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그보다 먼저 해피버스데이를 굳이 예능의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회의가 들기도 한다. 현재의 출산추세로는 2100년이면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대한 예능의 접근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지가 문제인 탓이다.

공익 버라이어티라는 말이 이미 익숙해져 있기는 하지만 출산이라는 아주 복잡한 문제의 변화를 추구하기에는 예능의 방법론이 자칫 문제의 본질을 희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취지는 좋지만 결과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아주 없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겠지만 파일럿 방송 때부터 보였던 제작진의 출산에 대한 시각과 접근 방식이 대단히 피상적이라는 점에서 전시행정적 프로그램이라는 의심을 가질 수도 있다.

우선 앞으로 계속 세트의 중심에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이는 올해 목표 신생아 수에 대한 문제다. 인구수 유지를 위해 올해 출산되어야 할 신생아가 62만 명이라고 한다. 거기에 덧붙여 그것이 해피버스데이의 목표 수치라고 했다. 그러나 해피버스데이가 방송된 날짜는 5월 10일이다. 해피버스데이를 본 시청자가 감화되어 일거에 아이를 갖는다 해도 칠삭동이, 팔삭동이가 아니라면 올해 출산할 수는 없다. 해피버스데이가 올해의 목표치를 운운하는 것은 성급한 의욕일 뿐이었다. 일년의 절반에 가까운 시점에 시작하는 해피버스데이가 올해의 출산목표를 갖는 것은 말이 안된다.

차라리 특정 지역의 임신 현황을 조사해서 그를 통해서 올해말까지 예상할 수 있는 출산율을 내놓고 당장 올해의 성과보다는 내년을 위한 독려쯤으로 먼 시야를 가졌어야 했을 것이다. 또한 해피버스데이와 함께 한 산모들이 세 번째 아이거나 세 쌍둥이를 낳는 산모였다는 점에서 저출산에 대한 해피버스데이의 시각에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한편으로는 쉽게 가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현재 한국이 안고 있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은 하나도 낳지 않(혹은 낳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가장 큰 요소이다. 이런 현상의 저변에는 아주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기왕에 둘 이상을 낳은 가정을 조명하는 것이 저출산문제에 어떤 자극을 줄 수 있을 거라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을 가진 것은 아닌가 싶다. 저출산 문제는 기본적으로 낳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서 생긴 문제인데 낳는 사람을 칭찬하는 것이 영향을 줄 것이라 보기 어렵다.

지난 3월 파일럿 방송을 본 후의 리뷰를 통해서도 언급했지만 해피버스데이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저출산에 대한 진지함의 결여에 있다.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현재 한국의 현실이 기혼자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출산을 강권할 수 있느냐에 대한 정직한 고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저출산 대표국가라는 위기의 통계를 갖고 있는 한국의 현실은 누구라도 공감하는 것이다.

그렇게 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조차 쉽사리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방송이 그런 현안을 외면하고 그저 낳자 낳자만 강요하는 것이 정작 출산 가능한 부부의 관심보다는 그저 개그맨이나 연예인을 구경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 되고 말 것이 아닐까 우려가 된다. 대중이 연예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하기를 즐기지만 출산이란 그런 트렌드 지향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지금의 해피버스데이 제작 행태는 애 낳는 집만 낳고 아닌 집은 모르겠다는 투다. 정말로 해피버스데이가 저출산의 문제에 작은 해법이라고 갖고자 한다면 만삭이 되어 병원을 찾은 산모가 아니라 아이를 낳지 못할 사정의 여성 혹은 낳지 않겠다는 여성을 찾아 설득하고자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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